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허세는 깎여나가고,
나이를 먹을수록 나의 외양은 단순해져 간다
수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불필요한 언어의 가짓수는 줄어들고
가까운 사람들이 점점 죽어나갈수록 단순한 잔소리들이 그리워진다
공부해라
끼니를 거르지 말아라
검소하게 살아라
거짓말하지 말아라
분노하지 말아라
항상 겸손해라
최선을 다 해라
작은 것에 감사해라
웃으면서 살아라
행복하게 살아라
...
객기 어린 젊은 시절에 들었다면
진부하게 들릴법한 짜증 나는 잔소리들
하지만,
부모의 도움 없이,
나 스스로 인생을 독립적으로 살아가게 될 즈음 알게 된다
그것들은 단순한 잔소리가 아닌,
인생을 관통하는
처절한 진리의 격언이었음을....
왜!
이 세상의 진리라는 것은,
인간을 모두 후회하도록 만들었는가!
새하얀 두부 한 모의 그 풍요로운 단순함.
목마른 이가 들이키는 투명한 물 한잔의 요원함.
잠든 아기를 덮어주던 이불 한 장의 따스함.
알고 보면, 일상에 필요한 것이라곤
휘황찬란한 부귀영화도 아니고,
온갖 부러움을 살만한 명예도 아니고,
천년만년 지속될법한 자만과 오만의 허세도 아니다.
오로지, 나와 가장 가까운 이들의 귓속말과
간질간질한 투정들과
내가 이 세상에 살다 갔다고 알아줄 가족들의
아주 짧은 기억들일뿐.
늙어 죽기 전에는 알겠지
무엇이 정말로 소중했던 것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