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있다
반면,
기억력이 안 좋은 사람도 있다
한편,
기억을 일부러 오래 이끌고 가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기억을 일부러 금방 지워버리고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중에는,
좋은 기억만 오래 이끌고 가는 사람과
나쁜 기억만 오래 이끌고 가는 사람도 있다.
이들 부류는 모두 다른 속성들이다.
사람은 모두 기억과 망각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인간의 생을 크게 좌지우지한다.
어느 날 나는
딸내미에게 일기를 쓰라고 조언하였다.
나의 뜻은 본디,
자신이 가졌던 감정을 매일 추스르고
안 좋은 버릇을 고치고, 좋은 습관을 기르라는 뜻이었으리라.
하지만, 우리 따님은
원래 귀찮고 안 좋은 기억을 바로바로 소모하는 성격인지라,
일기를 쓰면, 그날그날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일기 쓰는 것을 포기했다고 고백하였다.
따님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내가 오히려 안 좋은 기억을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자신에게 고통이 되는 기억을
자신의 혹처럼 일부러 달고 있어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표본으로 삼는 것이라면,
변화하기 위한 커다란 촉매제가 될 것임과 동시에,
분노와 원망과 증오의 씨앗도 함께 커져나간다.
자신에게 고통이 되는 기억을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
새롭고 창의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 나아간다면,
부정적인 생각 없이 자유롭게 자신을 만들어나갈 수 있지만,
비참한 현실을 타개하고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하여 발돋움하는 에너지는 줄어든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아니,
무엇이 행복한 길인가.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