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言論)이라고 하면 무언가 대단한 단어처럼 느껴지지만, 이 세상 - 특히 대한민국의 정치사회계에서 언론이라고 할 때에는,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려서는 TV나 신문에서 나오던 갖가지 사회 현상들이, 마치 저 고매하고 현학적인 학자들과 권력자들의 세계에서 일어날 법한 고귀하고 전문적인 담론을 거쳐서 형성되었을 것 같은 위압감 같은 것이 있었지만, 인생을 절반 이상 살고 나서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갖가지 겪고 경험하다 보니,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뿌려대는 기사라는 것들이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 이하로 치졸하고 단순하다는 것을 매일매일 처절하게 느끼고 살아간다. 사람은 나이들 수록 심플해지는 것이 멋이라지만, 대한민국의 언론은 나이들 수록 뇌의 심플함을 강요받고 있는 처지인 것은 아닐까.
뇌의 심플함이란, 한다미로 천민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었다는 말이다. 배금주의와 돈의 권력을 가장 우선시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언론기관이 기자의 사명이나 언론인의 긍지 같은 정신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배제한 채, 오로지 돈의 논리만을 이용하여 기사를 양산하고 배포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기사라는 것이 자본의 우수리가 된 셈이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8회에서는 변상욱 대기자가 출연하여 이 나라의 썩어버린 언론시스템에 대한 담론을 펼친다. 우리가 흔히 의심했던 것들, 그건 아닐 것이라고 관용했던 것들, 그나마 학창 시절 먹물 좀 먹었다고 하던 양반들께서 만년필을 들고 행하는 짓거리라는 것들이,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 이하로 구역질 나는 추태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뉴스 하나를 보고 듣더라도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기자들은 '전문성'으로 먹고사는 직업이 아니다. 접근권 이라는 '배타적인 권리'를 이용해서 먹고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언론기관은 언론이라 칭하기 부끄러울 정도이다. 대한민국의 언론이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마이크와 스피커를 이용하여 거짓 정보를 양산한 후 사람들에게 편향된 방식으로 접하게 만들어 그것으로 인한 금전적 이득을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정의해야 한다. 한마디로 기사 장사꾼들인 것이다. 기자들은 진실이나 사실을 뒤쫓아가지 않는다. 그것이 기사이건 물질이건 자신들의 월급과 직위를 올려주는 것들만을 최우선으로 뒤쫓는다. 현재, 대한민국의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은 '최대한 적은 노력으로 최대한 많은 금전적 이익을 회사에 보태는 능력'이다. 그중에 으뜸이라 하면, '최대한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기사제목을 뽑아내는 스킬'이다. 한 명의 기자가, 가만히 책상머리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구글링만 하면서 뽑아내는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기사제목은, 성실하게 발로 뛰는 기자 10명의 효율을 능가한다. 기자들이 정직하게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기사를 쓰면 지극한 바보가 되는 것이 정상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기자가 넘쳐나고, 이러한 언론사가 판을 칠 수 있는 것은, 가짜뉴스를 만들어도 그들에게 별다른 페널티가 부과된다거나 막대한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을 하는 별도의 기구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결국 문화와 국민성이라는 것으로 귀결이 되고, 그 문화와 국민성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썩어버린 언론환경을 바탕으로 한 역사의 악순환과 꼬리를 물고 있으니, 의식의 변화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도 힘든 것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리는 것은 역류하는 강에서 배를 반대로 노 저어 가는 것만큼이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포탈에서 보이는 뉴스를 절대로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기사라는 것은, 그 기사를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기사를 보는 사람들의 주머니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의 화면 한 구석을 차지하려는 언론사들의 피나는 노력은, 막대한 자금의 수입원이라는 구린내 나는 목표의 처절한 전장(戰場)이다. 불과 몇 줄 노출되지 않는 스마트폰의 상단 일부에 표시되어야 하는 그네들의 기사 제목은 가히 인간이 가진 창의력의 최정점을 보여주듯, 집약적이고도 자극적으로 창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가득 품고 있다. 그들의 낚시 바늘 끝 미늘에 한번 걸리면, 뇌를 정화하는데 많은 시간과 감정을 할애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소파에 앉아서 스마트폰만 쳐다봐도, 나도 모르게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는 것은 비단 그대의 잘못만은 아니다. 기자들, 혹은 그들과 협업한 광고쟁이들의 기가 막힌 결과물들인 것이다. 결국 기사는 돈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오로지 그 자체의 존재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가짜뉴스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이 기사를 사람들이 그대로 믿을 경우 누가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되는지 알아야 한다.
올바른 기사와 언론을 찾기 위해서는, 그들이 쓰는 기사로 인하여 금전적인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단체를 찾아야 한다. 그러한 언론사는 흔치 않다. 금전적 이익은 별도의 유료광고나 별도의 섹션을 통해서 마련되고 있고, 뉴스는 오로지 데스크를 통해서 생산되어 그것이 금전적 이익창출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언론을 찾아야 한다.
제대로 된 정보를 말해주는 존재를 찾는 것도 능력이다. 이 세상에 공짜는 아무것도 없다. 뉴스는 절대로 공짜로 당신에게 진실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마치 하늘에서 돈이 저절로 떨어지지 않듯이.
<참조>
유시민의 알릴레오 8회 - 나쁜언론 전성시대 (변상욱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