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하프타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lverback Feb 28. 2023

정순신 아들에게 학폭피해를 당한 K군을 응원하며...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과 인권의 문제이다. 내재한 DNA 자체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당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충돌하고 타협하면서 길을 찾아야하는 족속이 바로 정치인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가진 두 개의 주요 당이 존재하는 것을 나는 아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힘이 없고 약한 자를 짓밟아가면서 본인의 이익을 누리려는 자들이 있다거나, 특정 사람이나 특정 집단이 국민의 권리가 아닌 그들 스스로의 사리사욕과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집단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까지 득세하고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당이나 진영의 구분을 뛰어넘어서 초당적으로 들여다보고 조치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지금 대한민국은 어떠한 정부를 갖고 있는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은 근래, 정순신의 아들이 저지른 학교폭력 문제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이전과 같지 않게 기껏 자식을 평균 한 명 정도만 낳고 온갖 정성과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키우는 시대에, 학교폭력이라니 참으로 아연실색이다. 게다가 아니나 다를까, 가해자의 부모는 검찰출신이었다고 하고 가해자는 부모의 인맥과 뇌물의 효용을 우상화하는 조롱으로 피해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하니, 이는 패륜(悖倫)의 극한을 보여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상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기야,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검찰 카르텔의 인맥을 이용한 불법행위들이 한두 번이었겠는가. 더욱이 슬픈 것은, 그러한 검찰의 범법과 불법의 횡포가 전혀 제제도 받지 않고 처분도 받지 않은 채 아무도 모르게 유야무야 된다는 것이 일반이라는 것.


  피해학생은 기숙생활을 하는 학교에서 도망가거나 숨을 곳도 없이 계속 폭력에 시달렸다. 피해학생은 당연히 진학에 문제를 겪었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까지 이른다. 반면 가해학생은 부모의 법조인맥을 동원하여 아무런 문제 없이 보란 듯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공부를 잘했던 피해학생 K군은 제주도에서 큰 희망을 안고 머나먼 육지로 유학온 꿈나무였다고 한다. 혹시라도 그곳이 기숙학교였다는 것이 안타까운 상황이었을까. 나도 애지중지 딸을 하나 키우는 마당에, 도망갈 곳 없이 폭력에 시달렸을 피해학생의 기나 긴 밤과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사실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바일 것이다. 


  고로, 나는 대한민국 정부에 묻는다.

"가해자를 엄벌할 수 있는 정의로운 법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인가?"

"가해자를 비호하고 제제를 지연시킨 부모를 처벌할 수 있는 정교한 법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인가?"

"피해학생에 대한 구제방안은 법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가?"


  바로 어제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해당 사건이 언급되었다. 두 명의 변호사 패널이 등장하여 토론이 이루어졌으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논의의 심도가 다소 낮았고 토론시간이 짧았다. 이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집중적으로 다루어졌으면 좋겠다. 또한 반드시, 피해학생의 인터뷰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에 나의 상식을 건다. 그나마 신장식 변호사가 부모의 입장에서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그가 곧바로 그날 저녁에 진행했던 MBC 라디오 뉴스에 역시 해당 사건이 다루어진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신장식 변호사가 내뱉는 또박한 발음과 명징한 어조는 이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부각시켜 주었고, 특히 그의 사설은 듣는 이로 하여금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 주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거제 마린파크. 2020년부터 1년 사이에 '안덕이', '달콩이', '낙원이', '화순이'까지 돌고래 넷이 모두 세상을 떠났습니다. 환경부가 참여한 민관 합동조사단은 돌고래가 계속해서 벽에 부딪히거나 동물원 등에 감금된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반복적으로 한자리에서 뛰어오르는 '정형행동'도 발견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사실상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좁은 수조에 갇혀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피해자 K군은 제주도의 수제였습니다. 육지로 나와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1학년 때부터 괴롭힘을 당합니다. 피할 곳이 없었습니다. 가해학생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K군은 온몸 떨림현상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극심한 불안 및 우울에 빠졌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좁은 기숙학교에 갇혀, 반복적이고 집요한 괴롭힘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해 학생의 부모는 절대 책임을 인정하지 못하도록 가해학생의 진술서 작성을 일일이 코치했고 (고등학교 측의) 전학처분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동안 가해학생은 서울대에 진학했습니다. K군은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K군, 당신 탓이 아닙니다. 잘못은 가해학생과 그 부모들이 저질렀습니다. 지금도 뻔뻔하게 변명이나 해대는 그들의 잘못입니다. 
수족관에 갇혀있다가 2013년 제주도 앞바다로 돌아온 돌고래 '제돌이'. 지금은 백여 마리의 친구들과 무리를 이루어 힘차게 제주바다를 누비고 있습니다. 
K군,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니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다시 나와주세요. K군이 헤엄칠만한 세상, 같이 만들어 볼 테니까요.
(2023년 2월 27일 월요일,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中)



  이 사건은 피해자가 완벽하게 권리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할 때까지 끊임없이 거론되고 다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가족들도 지켜보고 주목하는 사건이다. 내 아이가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폭력은 절대로 사라져야 한다. 피해학생이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를 응원하면서, 생면부지의 대한민국 평범한 어느 아버지가 일기를 남겨본다. 끝.




<참고>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https://www.youtube.com/watch?v=2GpB_xA0Ias&t=4486s


정순신 아들(가해자) 사진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7926623


매거진의 이전글 학교폭력 저지르고도 서울대 갈 수 있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