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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Apr 26. 2023

대한민국 사교육 문제에 대한 연역적 망상

대한민국은 왜 사교육에 미쳐버렸는가?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94년에는 내 삶에서 국영수가 가장 중요했다.

우리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도 녀석의 삶에서 국영수가 가장 중요하단다.


이 나라는 30년간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 

국영수의 망령 하나만 보더라도, 이 나라의 자화상은 명확하게 설명된다.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명문대를 가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논리.

부동산을 이용해서 재산을 불리지 못하면 인생낙오라는 심리.

철밥통만이 인생 최대의 가치라는 열등감.

남 잘되는 꼴을 보면, 무슨 꼼수로 저렇게 해먹냐며 나도 끼어들어보자는 고집.

내집, 내차, 내자식 자랑해야 본인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허세.

달리는 버스에 올라타야 제격이라는 군중심리.

내가 먹지못할 음식이라도 배터지게 먹어놔야 한다는 불안의식.


도대체 무엇이 이 나라의 국민성을 이렇게 만들어놓았을까. 

내가 볼 때에는 이 모든 문제의 기저에는 사교육이 있다.

악의 싹은 사교육 문제에서 비로소 자란다.


결과로 드러나는 현상을 추적해서, 그 실타래를 거꾸로 쫓아가보기로 했다.


왜 부모들은 한 달에 수백만 원씩 들어가는 자녀 사교육에 헌신하는가?

→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녀는 왜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가?

→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이 사회에서 출세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


그렇다면, 왜 출세하고 성공해야 하는가?

→ 우리나라는 출세하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멸시하기 때문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출세하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멸시하는가.

→ 출세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가난하게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렇다면 가난하게 사는 것은 문제가 되는가?

→ 우리나라에서 가난은 '차이'가 아니라 '도덕적 죄악'이라는 의식이 지배적임


그렇다면 가난은 어떻게 '도덕적 죄악'이 되었는가?

→ 가난한 사람은 그간 나태하게 살았다는 의식이 문화저변에 깔려있음.


그렇다면 나태하게 살지 않으면 부자가 되는가?

→ 노력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 부자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부자들은 성실하게 살아서 부자가 된 것이 아닌가?

→ 성실하게 일해서 부자가 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부자들은 대물림 같은 외적인 혜택을 입음.


그렇다면 대물림은 어떻게 가능하였는가?

→ 예전부터 이전 세대들이 재산을 많이 쌓아왔기 때문.


그렇다면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재산을 어떻게 쌓을 수 있었는가?

→ 성실함과는 관계가 없는 비정상적인 방법이 주를 이루었음.


비정상적인 방법이란 무엇인가?

→ 뇌물, 횡령, 사기, 비리, 정경유착, 혈연, 지연, 학연을 이용한 줄 서기.


그러한 방법들이 우리나라에서 효과가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 공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이 자기들 이익에 맞추어 법체계를 사유화했기 때문.


공권력이 사유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 국민들이 제대로 공권력을 감시하고 필요에 따라 손볼 수 있는 제도가 없었기 때문.


그러한 제도가 정착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 일제식민시절에 불가피하게 자리 잡힌 일본식 법조시스템이 별다른 정화과정 없이 그대로 아직까지 사회곳곳에 깊게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제국주의적 법조카르텔의 요새가 공고해졌고, 그것을 이제 손보려고 접근하면 오히려 그 법의 공포성을 이용하여 난데없이 개인 사생활 및 가족 압수수색이나 사찰 등으로 반격하기 때문.


법조시스템을 꼭 손봐야 하는가?

→ 법조계 공무원들은 자기네들의 막대한 이익을 보호해 줄 정권을 위해서만 일을 하고 그것을 믿고선 그 안에서 마음대로 처벌받지 않는 범죄를 저지른다. 그것이 지속된다면 이 사회의 정의와 헌법의 가치가 무너진다는 뜻이고, 결국 그것은 일상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국민 개개인들에게도 공정과 상식이 결여된 방식으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주게 되기 때문.


법조 시스템을 손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 다수의 국민들 개개인의 깨어있는 의식이 필요함.


국민들 개개인이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올바른 가치관과 인권의식을 교육받고 자라야 한다.


가정이 그러한 배경을 갖추려면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가?

→ 가정의 어른인 부모, 혹은 그 부모의 부모들의 가치관이 병들지 않아야 한다.


부모나 가장의 가치관이 병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가정을 대물림이나 편법적인 증여,  꼼수 없이 부부 스스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저축하고 가족을 형성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가정을 형성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 불법, 비리, 편법, 권력남용이 반드시 처벌이나 페널티로 부과되어야 하고, 그것이 사회본보기로 자리 잡혀야 함.


그것이 자리 잡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사법체계가 그 어떠한 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게 법을 행사해야 한다.


그것이 끝인가?

→ 국민들이 올바른 사법체계가 세워질 수 있는 정부를 선출해야 한다.


올바르다고 판단하는 정부를 한번 세우면 끝인가?

→ 국민이 선출 했다고 해도,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공무원은 언제든 끌어내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한 국가시스템이 마련되면 무엇이 좋아지는가?

→ 법체계를 비롯한 사회정의가 바로서면, 나쁜 짓은 하면 벌을 받고 선한 짓을 해야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쁜 짓이 나빠지고, 좋은 일이 좋아진다면 뭐가 바뀔까?

→ 정의로운 삶을 살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정의로운 삶을 살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뭐가 좋은가?

→ 돈, 성공, 출세, 결과 같은 것보다는 정성, 만족, 성취, 과정 같은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에서 행복이 중요한가?

→ 인생의 최종 목표는 행복이다. 성공이나 출세보다 상위개념인 그 '행복'


사람들이 행복의 본질을 알게 되면 지금과 뭐가 달라질까?

→ 부와 명예와 출세, 안정된 직장을 상징하는 대기업취업, 공무원합격, 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에 집착하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한 현상이 줄어든다면 지금과 비교해서 바뀌는 것이 뭔가?

→ 학생들은 무리해서 이름만 유명한 명문대에 들어가려고 발버둥 치지 않을 것이다.


명문대에 들어가려고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면,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가?

→ 성인이 되어 평생 써먹을 일 없는 국영수에 집착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국영수에 집착하지 않으면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가?

→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다.


사교육이 줄어들면 뭐가 좋아지는가?

→ 가정에서 무리하게 지출되는 비용이 절감되어, 그것이 가족의 휴식과 풍요한 문화활동에 쓰일 것이다.


그게 결국 무슨 변화를 가져오나?

→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고, 인생의 가치를 올바르게 추구하는 삶을 선사할 것이다.


그렇게 살면 좋은가?

→ 하하하. 



  어느 날 TV다큐에서 보았던 독일 지방의 작은 마을. 그 고풍스러운 중세시대의 집들과 골목을 새롭게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그 시간을 고스란히 보관한 채, 각자의 시민들은 죽어서도 가지고 가지 못할 재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그날 그날 먹고살만한 직업을 가지고, 그 어떠한 직업의 귀천도 없이 주어진 현실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의 직업은 배관공입니다. 내가 없으면 모든 집에서 낭패를 볼겁니다. 저는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두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있는 것이지요. 의사는 사람의 병을 고쳐주면 되는 것이고, 저는 집의 병을 고쳐주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일해서 번 돈으로 우리는 식당에 모여서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 각자의 인생을 즐기는 것이지요"


선진국이란 무엇인가. 노비와 머슴으로 살던 패배의식의 수직적 DNA에서 벗어나, 각자가 고유한 인격체로 자기의 개성을 추구하면서 살고, 이 사회가 그것을 개별적인 가치로 존중하고 보존해줄 때, 우리는 눈과 얼굴을 위아래로 들어 멍하게 입을 벌리지 않고, 좌우로 여유롭게 돌아보면서 이 세상에 주어진 풍요한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수 있을 것이다. 


갈수록 제 갈길을 못찾는 이 나라의 촌구석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의 망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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