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플 때와 술에 취했을 때 인간은 도취된다
종류가 다르기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에는 감성이 지성을 지배한다
감성을 주체하지 못하면 예술작품이나 언어로 뿜어져 나온다
육신이 약함의 덫에 걸리고 질병에 괴로워하는 동안
감정은 고통이라는 장애물에 저항하고 거스른다
그 과정 속에서 감정은 근육을 얻고 상승한다
반면,
육신이 알콜에 녹초가 되었을 때에는
감정은 나른함이라는 뗏목에 올라타고 쉽사리 이동한다
그 과정 속에서 감정은 근육을 손실하고 하락한다
그러니,
술 퍼먹고 글을 쓰거나 음악을 만들지 말라
술이 깨고 나면, 그 흔적의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