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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Apr 13. 2024

얼굴

사람의 얼굴은 변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늙으면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서 변한다


사람의 얼굴은 두개골에 씌워진 단백질 표피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그 사람의 존재성 그 자체를 나타낸다.


수수하고 투박하며 거칠고 무거운 표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정확한 단어

단정한 문장

일관된 억양

부드러운 어조

절제된 뉘앙스를 사용한다면

그 사람의 얼굴은 품격을 갖는다

그 얼굴은 점점 밝아지고 아름다움(美)을 찾아간다


화사하고 선명하며 강렬하 달콤한 표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천박한 언어

비약하는 문장

경박한 억양

날카로운 어조

음흉한 뉘앙스를 사용한다면

그 사람의 얼굴은 품격을 잃는다

그 얼굴은 점점 무서워지고 추함(醜)을 찾아간다


결국,

입에서 나오는 언어가 그 사람의 표정과 한데 어우러져서

그 사람의 얼굴이 되고 그 사람 자체가 된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표현과 생각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표현이 생각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어휘는 더욱 생각에 밀착되어 자취를 감추게 되고, 그리하여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얼굴과 언어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얼굴이 언어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표정은 더욱 언어에 밀착되어 자취를 감추게 되고, 그리하여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누군가와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고

그 시간동안 얼굴을 마주하면서 대화를 하다보면

그 사람의 얼굴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되고

그 사람 자체의 존재성과 언어만이 다가온다


인간의 얼굴은 변한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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