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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Sep 07. 2024

있음의 바탕

깃발이 바람에 펄럭인다

그렇다면 펄럭이는 것은 바람인가 깃발인가?


황금을 그려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금색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금의 표면에 드리운 어두운 얼룩과 찍힘

그리고 일렁이는 반사와 눈부신 광채 같은 것들이

금을 더욱 금처럼 보이게 해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래의 금색이라는 것은 없으며

제 아무리 잘 골랐다 할지라도

단 하나의 색으로는 금색은 만들 수 없다.


인생이라는 것도

그 사람의 얼굴이나 외모보다는

시간과 경험, 인맥과 흔적 같은 것들이

그 사람을 더욱 그답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면접을 보거나 맞선을 볼 때에도

우리는 상대방의 단일한 표정 속에 숨겨진

그 사람의 역사를 끊임없이 찾으려 하지 않는가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의 색으로 홀로 설 수 없다

시간과 흔적, 

실수의 암흑과 성공의 광채가 모두 드러나야 한다

어쩌면 점차 본래의 색은 완전히 사라지고

생채기와 흔적만이 그것을 더욱 본래답게 만들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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