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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프타임

레이디 맥베스 효과

by Silverback

Lady Macbeth Effect(레이디 맥베스 효과)는 '수치심이나 죄책감 같은 정신적 문제가, 청소라든지 손 씻기 같은 신체적 정화 행위에 집착하도록 한다'는 이론이다. 어떠한 기폭제나 트리거 같은 현상으로서 프라이밍 효과(priming effect)의 일종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시장에서 물건을 훔치고 집에 와서는 난데 없는 청소를 한다든지 아니면 갑자기 가족들에게 상냥하게 대해준다든지 해서 양심적 균형을 맞추려는 심리같은 것이랄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설 '맥베스(1623)'에서 유래한다.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가 전쟁의 승리와 더불어 마녀로부터 계시받은 예언을 믿고 결국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국왕을 죽인 뒤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내용인데, 그 과정에 결정적으로 맥베스의 부인이 살인과 권력욕을 부추기게 되고, 결국에는 그와 부인 모두 파멸한다는 셰익스피어 비극의 전형이다.


작품의 5막에 들어서면서 맥베스 부인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병적으로 계속 손을 씻는 장면이 나온다. 죄책감이나 양심의 문제를 육체의 정화를 통해서 극복하려는 심리이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미 파멸이 선고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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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레이디 맥베스 효과는, 러시아 소설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작품 '므첸스크 군의 맥베스 부인(Lady Macbeth of Mtsensk, 1865)'과 연관해서 고려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과는 별개이지만, 맥베스라는 의미가 상징화되고 심리학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카테리나 리보브나'라는 이름의 여인이지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주저 없이 살인을 하고 욕망을 향해서 직진한다는 점에서 러시아판 레이디 맥베스라는 의미로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영화 '맥베스 부인(2019)'으로도 개봉되어 '레이디 맥베스' 혹은 '맥베스 부인'이라는 대명사는 본인이 원하는 권력을 얻고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남편이나 타인을 조종하고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여성이라는 의미의 아포리즘으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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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레이디 맥베스'를 떠오르게 하는 인물들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민주화의 시대를 거치고 그 성숙한 발전을 이루어낸 지금 2025년에 와서도 여전히 구시대적 권력욕과 주술적 맹신으로 무장한 세력가들이 정신병적인 행동과 망집으로 파멸의 길을 자처한다.


이러고 보면, 위정자들의 권력욕에 대한 집념은 예나 지금이나 그 DNA가 변하지 않았나 보다. 모든 사람들이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서 생중계로 뻔히 들여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식을 벗어난 미신행위를 하고 뻔히 들킬만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셰익스피어와 니콜라이 레스코프 뿐만 아니라, 인류의 영원한 고전 비극작품들은 우리에게 경고한다. 무분별한 욕망과 과도한 집착은 결국 파멸을 일으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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