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가 헌사한 '섬(장 그르니에)'의 서문을 읽다가 마침 Ai의 도움을 받아보고 싶어졌다. 누구 하나 멋들어지게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정답이 있는 분야가 아니기는 하지만...
혼을 빼놓는 그 명문의 중반부에
불모의 땅과 어두운 하늘 사이에서 힘들게 일하며 사는 사람은 하늘과 빵이 가볍게 느껴지는 다른 땅을 꿈꾸게 된다
라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나는 그것이 '먹고사는 문제로 고통받지 않는 다른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더랬다. 하늘은 삶을 짓누르는 운명의 속박 같은 것이고 빵은 육신을 유지해야 하는 물질의 속박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Ai의 대답은 아래와 같았다.
문맥을 보면 비슷하게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대부분 동의하는 내용이었지만, 특정한 블로그나 페이지만 발췌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글 자체를 분석한 후 사이버 스페이스에 널린 정보들을 취합 및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내심 독창적 아이디어를 기대했는데 그리 참신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언어의 산술평균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한편, 그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문장 속에서는
그들이 꿈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상상 속의 타고장뿐이다. 이리하여 북쪽 사람들은 지중해 기슭으로, 혹은 빛의 사막 속으로 도망쳐오지만...
이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것도 Ai에 의뢰해 본 결과 아래와 같은 의견이 제시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럽의) 북쪽 사람들이라고 하면 '추운 고장의 사람들이 빛과 따스한 바다를 찾아서 남쪽의 지중해를 갈망하듯 삶의 유한성에 고통스러워하고 염증을 벗어나기 위하여 유토피아에 대한 환성성 갖는다'는 은유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Ai의 답변은 의외로 조금 더 결이 달랐던 것 같다. 일단 카뮈가 프랑스에서 남쪽의 알제리로 이주한 사람이라는 의미와, 특히 문화지리적 배경을 벗어나 보편적이고도 범세계적인 존재로서 고독과 성찰의 시선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인문학은 수학이 아니라서 도움을 얻는 범위의 한계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답이 아닌 의견의 청취와 각도의 탐색이라는 면에서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정보가 취합되고 통합을 이루는 과정의 정확한 기작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Ai가 앞뒤의 문맥을 살핀다는 것이고 기승전으로 다루면서 결론을 낸다는 것이 편리해 보였다. 하지만 단점도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다수의 의견을 종합한다는 대중성과 보편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독창성이라든지 앞으로의 사유를 요구하는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인상적인 하루였다.
그러므로, 섬을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