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현실 세계에서 물질적 삶을 추구하는 동물이지만
정신세계에서의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양쪽의 세계는 엄연하게 개개인들에게 존재하며,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인간이 모여사는 [현실]에서는 서로를 비교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로를 비교하는 [기준점]은 '돈'이라는 세로축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원점(0)이고 돈이 많은 사람은 그 수치만큼 거리가 늘어난다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 부지런히 앞선 사람들에게 달려가고
돈이 많은 사람은 더욱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부지런히 앞으로 전진한다
하지만, 행복과 만족이라는 [정신의 세계]에서는 [기준점]이 없다
좌표의 경계는 사라지고 전후좌우 사방이 확장한다.
세계는 무한으로 펼쳐진다.
그러므로, 어디가 원점(0)인지 모른다.
그리고, 원점에서 얼마만큼 서로 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이때, 현실세계에서의 습관처럼
물질적 부의 축적을 위해 달음박질을 하던 사람들은 주춤하게 된다.
왜냐하면 정신의 세계에서는 좌표축의 방향이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 세상의 척도는 기울기도 하고 회전하기도 한다
가족관계라는 공간에서는 이쪽으로 회전하고
사회관계라는 공간에서는 저쪽으로 회전한다
원점(0)에서 각자 얼마나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그 의미가 점점 더 퇴색한다
현실에서 물질적 부의 수치를 추구하던 사람들은,
관성의 법칙에 의하여,
달려가던 방향에서 또 다른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좌표의 경계선이 없는 무한의 정신세계에서 자유롭게 유영할수록
새로운 존재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또 다른 비교의 감정이 싹튼다.
이때, 자신의 현실세계적 위치는 리셋이 되고
왠지 모르게 상대적으로 [뒤쳐진 위치] 혹은 [낡은 위치]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현실세계에서 재물에 집착하던 사람들은
그 습관과 익숙함을 버리지 못하고
정신의 세계 속에서도
마치 저 앞에 더 많은 부의 축적이 있으리라 기대하고 달려들게 된다
하지만, 막상 오아시스처럼 보이는 곳으로 달려와보면
그 외부로 더욱 많은 존재들이
다양항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물질적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마치 정확하게 측정된 듯한 그 정신세계의 위상은
상하좌우의 우열과 순서를 뒤바꾸어가면서
기준과 방향의 경계를 계속해서 변형시켜나간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알게 된다
정신세계 안에서는,
물질적 부의 수치와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를 말이다
그리하여,
속세의 물질적 부를 추구하면서 자기 자신을 소모하고 탈진해 버린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좌절감을 받아들이기 싫어하고
동시에 현세적 패배감을 인정하는 것도 괴로워하기 때문에
아직도 자신은 부족하다면서
방향도 가치도 없는 물질적 부와 명예를 더욱 끊임없이 추구하기도 하고
이유 없이 우울해하기도 하고
난데없이 주저앉기도 하고
또는 급기야
현실에서 물질적 부를 많이 쌓았던 사람들이 허무함에 자살하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일직선 상에서 가장 앞서달렸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보니 왜 나의 위상은 다른 사람보다 뒤쳐져 보이기도 하고
나의 성취가 허무해 보이기도 하고 .
왜 상대적으로 불행한 계속 밀려오는 것일까....
하고 좌절하면서 말이다....
하물며, 더욱 중요한 것은,
정신의 세계라는 것이,
인간이 오감으로 인지할 수 있는 단순한 2차원이 아니라,
하나 혹은 몇 개, 어쩌면 수십 개의 차원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숨겨져 있어서,
그 어떠한 비교나 판단의 행위를 무색하게 하는지를 깨닫는 것
바닥을 기어다니는 개미는 바닥위로 뛰어다니는 메뚜기의 공중 차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정 높이 이상을 뛰지 못하는 메뚜기는 하늘을 나는 새의 차원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껏 하늘을 나는 새들은 사라짐과 나타남을 반복하는 구름의 차원을 이해할 수 없도다
나보다 낮아 보이는 사람도 다른 차원에서는 나보다 높은 곳에 있고
나보다 높아 보이는 사람도 또 다른 차원에서는 낮은 곳에 있기도 하는 것.
행복은 '사물의 차원'에 있지 않고 '마음에 차원'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마음의 차원은 인식 가능한 모든 사물의 차원을 넘어선다
마음의 차원은 인간의 인식 범위 밖에 있으며,
그러한 차원의 세계는 수십 수백개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가 사는 태양계가 우주 전체 속에서는
티끌 하나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처럼 말이다
그럴진대,
고귀한 인간의 삶과 가치가,
한낯 돈이나 명예의 두 가지 좌표로만 측정가능할까보냐
어림도 없는 소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