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녀가 다 성장하고 아내와도 소원해져서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하는 상사
이 문장을 보자마다 무릎을 치면서 눈물이 날 정도의 공감력이 생기는 사람들이 눈앞에 선하다. 우리는 이러한 상사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퇴근시간을 아깝게 희생해왔는가. 사실 이러한 부류가 최악인 것은 아니다. 이러한 부류도 유능한 케이스가 있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러한 부류가 가장 흔하고 짜증 나는 것은 사실이다.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결혼도 늦게 하고 부서장이라고 해도 아이가 한창 크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모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48~54세 정도의 나이게 걸리는 사람들 중에서 이러한 케이스가 꼭 있다. 자녀가 두 명 이하이고 모두 대학을 다니거나 혹은 대학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집에서 아이에게 신경 써야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할 목적이 사라져 버린다. 게다가 그러한 집안 대부분은 아내 또한 아이들이 모두 커버린 이후로 아르바이트라든지 별도의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남자들은 집에 들어가면 밥을 해먹기도 힘들거니와 집에 가서 마땅히 할 일도 없게 된다. 그러한 경우, 회사에서 야근을 명목으로 저녁식사를 제공받는다거나 늦게까지 혼자 PC앞에 앉아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어쨌건 이러한 상사에게 걸리면 퇴근이 X같아진다.
2. 능력이 안되어 이직할 곳이 없어서 자존심의 센서를 끊어버리고 눌러앉아 버티는 상사.
직장상사가 능력이 없는데도 어떠한 회사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를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회사라고 해서 유능한 사람들만 앉아있는 것은 아니다. 연줄과 기막힌 운빨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묘하고 어중간하게 책임의 사각지대에 웅크리고 있는 직장상사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상사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정치질과 처세술의 기술로만 버티는 것을 추구한다. 일단 그러한 상사는 본인의 간과 쓸개를 모두 화장실에 흘려보내버리고 양심과 자존심의 센서를 스스로 끊어 눈앞의 그 어떠한 부조리나 고통도 최후까지 버티어낼 끈기를 보유하고 있다. 버팀력 99인 것이다. 그러한 상사의 특징은 부하직원의 그 어떠한 억울함과 비합리성에도 같이 공감해 주거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대로 임원들의 어떠한 질타와 눈치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동요되지 않는다. 부처의 해탈과 동자승의 넉살을 모두 겸비한 그는 측정할 수 없는 엉덩이의 무게로 자리에서 죽을 때까지 버틴다. 어떠한 임원이 소리 지르며 나가라도 해도 "내가 왜 나가?"라고 중얼거릴 수 있을 정도의 뻔뻔함을 장비하고 있다. 이러한 상사와 같이 일한다면 단순히 처세의 기법이나 눈치의 기술을 몰래 배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시키고 인성과 지성의 함양을 위한 기회는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3.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상사
나는 50이 다 되어가지만, 2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회사에서 비교란 비교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수행하는 상사를 딱 한번 만나봤다. 그 사람은 자신의 직급, 승진의 순서, 아파트가격, 아이들 학교 성적, 모아놓은 돈, 물려받을 재산 같은 것에 매우 심각한 집착을 보였더랬다. 그 사람의 병은 돈은 아니었고, 주변 다른 사람들과 자신이 어떻게 다른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얼마나 뒤쫓아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되새기고 추구하는 것 그 자체였다.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과 개성이라는 것이 전혀 없었고 오로지 타인과의 위치비교로 자신의 상대적 위치가 결정되는 그러한 상사였다. 오늘 어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올랐으면 자신의 아파트 가격도 같이 올라야 했으며, 누군가의 자식이 어느 대학교에 진학하였다면 자신의 아이들도 그 학교 이상 등급에 입학해야 했다. 나이 많은 임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날이면 그는 늦게 출근하였고, 자신이 승진할 차례가 되었는데 누락이 되거나 자신이 열등감을 갖고 있는 다른 부서의 부서장이 승진하면 얼굴에 티가 나도록 울그락 불그락했더랬다. 그는 부하직원인 나에게도 하루하루 정말 단 한 번도 빼먹는 일 없이 사적인 일상의 비교우위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나의 아파트 가격이 그 상사의 아파트 가격보다 더 빨리 오르는 것을 그 사람이 직감한 날의 웃픈 표정은 영원히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사람 아래에서는 진정 배울 것이 하나도 없다. 고유한 업무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누군가와의 비교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임기응변의 꼼수나 잔머리는 인간의 자족적 삶과 행복의 원리에 하나도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4. 분노가 많은 상사
분노가 많다는 것은 어릴 적 가정환경에서 부모에게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가정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은 반대로 타인에게 제대로 된 교육의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더군다나 더 안 좋은 케이스는 자신이 분노하고 나서 몇 시간 혹은 하루이틀이 지난 뒤에 자신이 분노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부끄러움을 망각한 케이스이다. 분노가 왜 안 좋냐면 타 부서나 회사 내에서의 이미지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분노는 업무에 필요한 이성의 무게를 흐트러트리고 불필요한 감정의 영역으로 넘어지게 만든다.
5. 논공행상에 빈틈이 많은 상사
부하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할 수는 없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부하직원의 수고를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성실하게 체크하고 확인하는 것이 상사의 의무이다. 말주변이나 눈요기로 상사에게 관심을 보이려는 누군가보다 눈에 띄지 않더라도 고유 업무에 필요한 내용과 스킬이 온전하게 발휘되는 능력을 핀셋처럼 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눈썰미가 없다면 상사의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부하직원의 고유한 성취와 노력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느낌은 부서원들의 전문적인 업무역량을 축소시키고 더불어 잘해봐야 소용없다는 체념의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분위기가 만연하면 사람들은 근무시간만 지키며 자리에 앉아있으려고 하며 그 시간에 딴짓을 하거나 이직을 대비하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6. 회사돈을 우습게 아는 상사
적어도 부서장이나 팀장이라면 기업의 이익에 직간접 적으로 관여하거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위치이고, 그러한 위치는 항상 아웃풋보다 인풋이 더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기본자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적자나 불황 때문에 매우 힘들어하는데, 개인적으로 어디 가서 뭘 사 먹는지도 모르게 법인카드는 줄줄이 새고 있고, 그렇다고 그 법인카드로 부하직원들 밥을 사주는 것도 아니고, 또한 본인이 알고 있는 업체를 데리고 와서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뒤 회사가 남겨야 할 이익보다 더 큰 뒷돈을 받는 불법을 행하는 상사가 한둘이 아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마땅히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아주 자그마한 자신의 이익에 불이익이 되기 때문에 회사의 커다란 이익을 포기하고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그러한 상사가 한둘이 아니다. 이는 예를 들어서 말로 하면 끝도 한도 없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적는다. 이러한 상사 아래에서 일을 하면 자칫 횡령죄로 엮이거나 혹은 도덕적 공범이 되어 괴로워질 수 있다.
7. 의욕만 넘치는 상사
애매~하기는 한데, 이러한 부류가 있기는 하다. 막상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멍청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의욕이 앞서서 오지랖을 넓히며 외형적 행동을 도모하는 그러한 상사들이 있다. 보통 불로소득의 성향이 강한 부동산개발 쪽이나 금융, 혹은 영업관련부서 쪽에서 목격된다. 무언가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것인지 혹은 활동적인 분위기를 추구해서 기운을 높이려는 심산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성격까지 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실속이 없는 경우에 생긴다. 외향적이기도 하면서 실속도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고유 업무에 모두 고요하게 집중해서 전문성을 높이려는 의식이 강하고 또한 실수나 책임져야 할 일을 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입으로 떠벌리기만 한다거나 형식이나 허세에 들뜬 분위기가 만연하면 전문적인 커리어의 연마가 힘들어진다. 이러한 사람들은 중간에 말을 끊기도 힘들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 호들갑의 지경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심하면 부하직원을 들들 볶는다. 성취감을 중요시하는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이러한 상사는 커다란 걸림돌이다. 물속에 빠진 하마눈깔을 되찾을 기다림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8. 기이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상사
나는 이러한 상사를 언젠가 한번 증언하고 싶었더랬다. 겉으로 매우 차분하고 노련해 보이면서도 막상 결정적인 부분에 가서는 동의하기 힘든 판단을 단번에 내리는 상사가 있다. 말도 조곤조곤하고 업무를 골대까지 드리블하는 능력도 능숙하다. 분노하지 않고 그렇다고 낙심도 하지 않으면서 템포를 지키며 목적지까지 부하직원을 끌고 간다. 하지만, 막상 골인지점 근처에 와서는 괴이한 확신으로 현실에서 동떨어진 헛발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현실적 경험보다 이론에 대한 숭배의식이 강한 상사가 그러하다. 아파트에 노인정을 매우 고급스럽게 만들고 내부에 여러 가지 신선한 프로그램이나 장비들도 마련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서로 어울려서 지내는데 어색함이 없도록 하자는 프로젝트가 한번 있었는데, 그 사람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일단 노인정에 오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게다가 요즘 아파트 단지 자체도 경로당이나 노인정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는 노인을 마치 고추장이나 된장 같은 음식양념처럼 생각해서 둘을 섞어 놓으면 서로 어울려서 고스톱이라도 칠 것처럼 생각하는 매우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한 머릿속 망상인데, 문제는 이러한 프로세스가 차분한 자세를 취한 논리적인 사람의 책상에서 전개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논리는 어디까지나 논리인 것이고, 생활은 논리의 영역을 벗어나서 현실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니체 형님은 '신념은 지옥'이라는 명언을 남겼더랬다. 적어도 업무의 영역에서는 항상 의문을 갖고 회의적인 시각으로 고민해 보고 되새겨보고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직장 상사와 같이 일한다면 스릴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되면 한방에 훅 간다.
9. 주식과 코인에 미친 상사
이는 부하직원에게도 해당된다. 하지만 돈을 좀 모은 나이 때의 직장상사들이 대부분 이것에 미쳐있다. 이런 상사들의 특징은 일단 업무시간에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을 자주 본다는 것이다. 그것도 약간 삐딱한 자세로 옆에서 폰이 잘 보이지 않게 가리는 듯 말 듯 한 자세로 계속 폰을 본다는 것이다. 프라이버시 필름은 필수다. 그러면서 폰을 들고 화장실도 자주 들락거린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중견기업 이상의 규모에서는 PC에 주식 같은 것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장치들이 다 있기 때문에 휴대폰이 유일한 도구일 것이다. 그냥 자기만족에 돈놀이를 하는 것이 뭐가 대수랴만은 일단 그것의 단점은, 업무시간에 알게 모르게 조직 내에 분위기를 흐린다는 것이고,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부하직원과 공유되는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하루 종일 휴대폰에 붙들릴 정도의 자기 절제력이 없는 상사라면 반드시 그 얼굴표정에 그날의 주가변동에 의한 이익과 손실의 온도가 고스란히~ 드러날 것인데, 자칫 주가가 폭락하는 날이면 괜히 불똥이 날아올 수도 있다. 반대로 주가가 폭등하는 날이면 역겹도록 해맑은 표정을 지으면서 엄청 친한 척한다거나 오늘은 자기가 치맥정도는 쏜다는 허세를 받아줘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부하직원들이 그것에 동요되거나 전염되어 코인에 미쳐버리는 경우인데,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직장인들은 코인을 해서 돈을 번 인간들이 없다. 벌었다고 해도 그 시간만큼 천국과 지옥을 수십수백 번 왔다 갔다 한 차비를 생각하면 번 것도 아닌 듯 보였다. 도박은 인류의 3대 죄악이다. 가까이해서 좋을 것이 없다.
10. 오너의 가족인 상사
이는 더 이상 설명할 것이 없다. 잘 되면 대박이고 대부분 쪽박이다.
오늘 하루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과연 어떠한 상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