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즐거움 / 수지 크립스 엮음

by Silverback

다비드 르 브르통의 명상을 떠올리며 또다시 '역마살'의 기운을 받아들인다.

리베카 솔닛의 '방랑벽'을 찬양하면서 이 두근거리는 책의 제목을 응시한다.

목적 없이 도시의 이곳저곳을 누비는 '플라뇌르'의 영광을 음미한다.


신체의 일정한 리듬을 회복시켜 주는 걷기란 얼마나 복된 행위인가

인간이 두 발로 걸어가면서 사유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발걸음의 문화는 덧없음의 고뇌를 진정시켜 준다 / 레지스 드브레


걷다 보면 마음이 한결 더 침착해진다. 걷기의 균일한 리듬, 이런 형태의 운동이 주는 단순함과 여유로움,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 그로부터 이어지는 내면의 고요한 평화는 더욱더 평온하고 균형 있는 상태로 이어진다 / 알베르트 키츨러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두 발로 걷다 보면 자신에 대한 감각, 사물의 떨림들이 되살아나고 쳇바퀴 도는 듯한 사회생활에 가리고 지워져 있던 가치의 척도가 회복된다 / 다비드 르 브르통


나 같은 역마꾼에게 걷기의 가치를 전해준 수많은 현인들의 잠언이 계속 떠올랐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집어드는 순간 이 책의 제목은 나의 시신경을 강력하게 붙잡는다.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이 책은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작가들의 산책 고백을 사정없이 펼쳐놓는다.


점점 더 빠르게 안으로 회전하면서 내면을 좀먹는 신자유주의의 나르시시즘 속에서 하루하루 탈진하고 자기 자신을 연소시키는 현대인들에게 이 우직한 걷기의 묵시록은 무엇을 전달하는가. 왜 그토록 많은 지성인들이 결국 걷기의 투박한 박동을 예찬하고 땅과 발바닥의 입맞춤을 경배하는가.


이 책 속에 또 다른 해답이 들어 있다.

돌아가자 대지의 고향으로...

발걸음의 노스토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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