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Notorious / 1946 / 히치콕

by Silverback

말하지 않으면 정작 히치콕은 드러나지 않는 수작

뽀샵 기술이 전무하던 시절 아날로그 배우들의 무시무시한 연기력

지금은 난다 긴다 하는 성괴들을 무참하게 밟아버리는 자연미모

구차하게 덧붙이거나 장식하지 않아도 작품 전체를 끌고 갈 수 있는 심플한 연출

사랑, 욕망, 갈등, 의무, 권리, 일탈, 감성의 영역을 넘나들며 조절하는 밸런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어느 것 하나 천박하거나 색으로 타락하는 경우 없이 품격과 미학을 품은 에로스!


고전의 힘이 거기에 있다

나무의 힘은 그 뿌리에서 나온다.

잔 가지와 잎들은 거들 뿐 결국 한 해가 지나면 다 떨어지니까


캐리 그란트의 이성을 쥐락 펴락하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도발적 감성

절묘하게 잡은 명 배우들의 턱선

고대 그리스 조각품의 우아함을 상징하는 듯 아름다운 키스신

한 치의 과잉도 없이 다듬어지고 배려된 대사의 서술부.

도발, 누명, 희생, 그리고 사랑으로 이어지는 통절한 서사.


임무와 사랑의 경계선에서 갈등하던 주인공은

오명을 쓴 여인의 희생과 사랑의 불씨를 끌어앉은 채

적들이 우글거리는 어둠의 심연을 뚫고 들어가 보란 듯 다시 빠져나온다


탈출한 20세기여,

다시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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