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은? 한의의 르네상스 시대

(EXT.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인사하는 환자들)

by 실버버드

2010년 3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오바마케어'가 제정되면서
한의는 미국 제도권 의료 시스템 안으로 처음 편입되었다.


비록 침치료에 국한된 제한적 적용이었지만,
그동안 대체의학이라는

보조적 위치에 머물러 있던 한의가
정부 보험의 보장을 받는

주요 의료 영역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전환점이었다.

이 변화는 미국 의료계 전반에
조용한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오바마케어에 가입한 많은 환자들이
침 치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보험 체계가 안정되지 않아
보험사나 플랜에 따라

침 치료의 보장 여부가 들쭉날쭉했고, 혼란도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의 보험사와 보험플랜에서

침 치료가 기본 보장 항목이 되었고,
실제 치료 효과를 체험한 환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양방의사들도 침 치료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결정적 변화는 2016년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관련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사회 전반에 경각심이 확산됐다.


2017년 10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위기를

'국가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했고,
연방 및 주 정부는 다양한 대응책에 고심했다.

언론 보도는 연일 이어졌고,
‘양약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인식이 대중 속에 퍼져갔다.


그즈음부터였다.

환자들 사이에서 “침이 더 안전하고 효과가 좋다”는

정보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친구, 지인, 이웃, 커뮤니티.
경험 기반의 정보 교류가 이어졌고,
무조건적인 약 처방을 거부하는 환자들도 늘었다.

그리고 통증 환자가 잘 회복되지 않으면,
양방의사들조차 1순위로

침 치료를 권하는 세상이 되었다.


나는 이런 최근 몇 년을
‘한의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부르곤 한다.

그만큼 수요는 폭증했고,
한의학은 이제 미국에서

인정받는 의학으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K-팝, K-드라마, K-푸드, K-뷰티 등
전 세계를 매료시킨 K-컬처의 영향으로,

한때 미국사회에서

‘한국인 버전의 차이나타운’ 정도로 인식되던

코리아타운은

‘즐거움과 먹거리가 풍성한 K-타운’이라는

매력적인 장소로 부각되었다.


그런 대외적인 장밋빛 분위기 속에서

한국인 한의사가 진료하는 K-한의원은

깨끗하고 친절하며, 힐링이 있는 공간으로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친근하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한국어로 인사하는 다양한 피부색의 환자들,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한국 드라마를 추천해 달라는 환자들,
추천 드라마를 다 보고 "다음엔 뭘 볼까요?" 묻는 환자들,
치료 중 궁금해진 한국 음식과 몸에 맞는 식재료를 물어오는 환자들도 늘었다.

"한국 화장품은 어디서 사야 좋나요?"는 진료 중 받는 흔한 질문이 되었다.


K-컬처의 확산은 K-의학을 든든하게 밀어주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 안에서
나 또한 자부심을 안고,
한의사라는 직업을 즐겁게 마주하고 있다.


'2년만 버티면 된다고?'

그 말을 믿고 버티던 그 시절을

가끔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리면서 말이다.


지금 미국은? 모두 K로 통한다.
그 ‘K’ 안에서 한의는, 미국인들이 믿고 찾는 의학으로 자리 잡았다.




『지치지 않고 좋은사람되기』시즌 1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연재는

『나는 미국에서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웠다』라는 제목으로
출간을 준비 중인 책의 일부 원고이며,
시즌 2에서는

관계 안에서 소진되지 않기 위한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좋은 사람 되기'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가려 합니다.

진료실에서, 그리고 이민자의 삶 속에서
조금씩 배우고 다듬어 온

<지치지 않고 좋은사람되기> 시즌 1을
함께 읽고 공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또 다른 치유와 회복의 이야기,
『백설공주를 위한 뇌새김 다이어트』

연재로 인사드리고 있습니다.

외모와 몸무게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을 벗어나,
건강한 다이어트와 삶의 회복을

함께 질문하고 실천해 보는 여정을

나누고자 합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시즌 2를 기다려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실버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