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키우려는 싱글 여자

그와 나의 속사정-1

by 실버버드

2021년 12월,

스왓컷 헤어스타일에 커다란 박쥐 귀를 한 녀석이 내게 왔다.

녀석은 '프렌치 불독'이다.


프렌치 불독은

페키니즈, 시츄, 잉글리시 불독 등과 함께

코가 납작하고 턱도 납작한 품종으로

사람들은 이를 단두종이라고 부른다.


사실 녀석을 자세히 보면 콧대가 좀 있는 편이고,

아래턱이 살짝 나와 있다.

하지만 여우처럼 주둥이가 길지 않다면

‘단.’이라는 표현을 붙인다고 하니,

뭐 그렇다고 치자.


세상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상적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집에 칩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종종 기사에서는

동물 셀터에 있는 개나 고양이조차 빠르게 입양될 정도로

반려동물이 귀해졌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때였다.


그런 비정상 시절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상에는 사연이 있는 개와 없는 개,

그리고 사연이 있는 견주와 없는 견주로 분류된다면,

녀석은 사연이 있는 개.

나는 사연이 있는 견주에 속했다.


미국에서 많은 한인여성들이 정보를 취하고 공유하는

‘미씨 USA’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

나는 개나 고양이를 입양할까 싶어 주기적으로 그곳을 들렀다.

입양 게시물이나 임시 보호,

입국할 때 유기동물을 데려오는 '펫 패시지' 봉사자 모집 글도 자주 올라왔다.


어떤 게시물에 해외 입양 신청서가 있는 것을 보고 제출한 적이 있다.

다음날,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인터뷰가 시작됐다.


어디 사세요?
결혼은 했나요? 아이는 있나요?
개를 키워본 적이 있나요?
누구와 함께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나요?
일은 얼마나 자주 하나요?”


개 한 마리를 두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내 신변에 대한 온갖 잡다한 정보와

이런저런 상황들을 설명해야 했다.

당황스럽고, 불편했다.

그리고 짧게 되돌아온 답변은 '불합격'.


“넓은 주거 면적,

아이가 있고 보호자가 늘 함께 있을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합니다.”


또 한 번은, 키우던 고양이를 입양 보내려는

어떤 여자의 게시물을 보고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여자에게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고,

비슷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여자 역시 싱글이고 일하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자고
누군가와 억지로 동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누구와 함께 산다'는 거짓말로
데려오는 일도 더더욱 내키지 않았다.

그들은 내 ‘환경’을 물었지만,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인지는

궁금해하지도, 묻지도 않았다.


정작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넓은 집이나 가족 구성원일까?

아플 때 치료비를 기꺼이 낼 수 있는 마음,
마지막 날까지 함께하려는 책임감은 아닐는지.


그런 경험을 겪으면서

'싱글 여자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내가 사는 주거단지에는

혼자 살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저 사람들은 대부분 구입했단 말인가?


“구입하지 말고 입양하세요. 입양은 사랑입니다.”

사회적으로 입양을 권장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 같은 사람은 입양이 쉽지 않았다.


싱글에게 입양은, 사랑이기 전에 꽤 높은 문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