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개가 내려오다

그와 나의 속사정-3

by 실버버드

12월의 어느 저녁이었다.

환자들이 예약을 취소하거나

다음 주로 변경해달라고 할 정도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천둥번개가 치고 비소리가 너무 심해

전화 진동이 울리는 것도 미처 듣지 못했다.

잠시 후,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저녁 늦게 죄송해요.
혹시 아직 입양 원하시는지
여쭤보려고 전화했어요.”


메시지를 보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시끌벅적한 소음이 들리는 가운데

견주가 물먹이며 말했다.


“여기 공항이에요.
그런데.. 애를 못 데려 가게 되었어요.
생각나는 사람이 선생님 밖에 없어서요.”


이미 시간이 꽤 흘러

개가 좋은 곳으로 입양됐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뜻밖이었다.

견주는 울음을 눌러가며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으로 꼭 데려가고 싶어서

정서적 지원을 위한 서비스견으로 등록해서

기내 탑승을 할 수 있도록 서류를 만들었지만,

출국절차를 밟다가 서류미비로 결국 거절당했다는 거였다.


그 순간, 반가움보다 부담감이 확 몰려왔다.

'개를 데려오기 전에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한데,

갑자기 닥친 이런 상황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만약 키우지 않겠다고 하시면,
공항에 배웅 나온 이웃 사람에게 임시로 맡기고.
다른 입양처를 부탁해야만 해요."


그 이웃사람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공항에 배웅 나갔다가 갑자기 개를 떠맡게 되다니.

저 상황은 견주에게도 개에게도 이웃사람에게도

너무 힘든 일이 아닌가 싶었다.

그 순간, 마음이 정해졌다.


"제가 데려 올 게요.

안심하고 한국 잘 들어가세요."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검색창에 ‘프렌치 불독’, '비행기'를

동시에 입력해 보았다.


‘단두종, 탑승 거부 비행사 늘어‘
’2019년부터 화물칸도 전면 탑재 중단‘


비로소 이해가 됐다.

비행 중 호흡곤란과 폐사율이 높다는 이유로

단두종을 비행기를 태워 한국으로 데려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견주가 그것을 어떻게든 해보려다가

결국 마지막 순간에 실패한 거였다.


그렇게,

하늘에서 선녀가 아니라

개가 뚝 떨어졌다.


녀석은 그 날,

하늘로 날아가기 직전까지 갔다가

탑승거부로 가족과 생이별하고

홀로 미국에 남게 된 사연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