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 MOODA의 기능별 유저스토리 분석
가끔 이런 날이 있다. 삶에 치이고 너무 바빠 하루하루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르겠는데, 문득 달력을 바라보니 한달이 통째로 지나있는 날. 그런 날에는 대체 내 삶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지난 한달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궁금해지고, 때로는 서글퍼지기도 한다. 분명 내가 지났을 텐데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일상의 순간, 이런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차분히 쌓이는 내 하루를 조용히 들여다 볼 나만의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여러분을 도와줄 앱이 있다. 출시 일년 만에 앱스토어 유료앱 1위를 달성한 MOODA의 이야기다.
매일 일기를 작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매년 다이어리를 사는 것도 포기했지만, 내 일상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 궁금할 때는 가끔 일기가 쓰고 싶어지기도 한다. MOODA는 이런 사람을 위한 아주 간단하고 귀여운 일기 앱이다. 주관적인 귀여움이 아니라 객관적인 귀여움이라 생각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보면 하나의 사건은 감정으로 포장되어 기억 속에 남는다. 슬픔이가 건드리면 행복한 기억도 슬퍼지기도 하지만, 기억은 기억이고, 그 감정은 일어난 일이다. MOODA의 기획자분은 여기에서 UX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매일 감정을 선택해서 일기를 쓰면, 그날의 감정이 동그란 구슬이 되어서 앱의 홈 화면에 쌓인다. 슬플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지만 하나씩 쌓이는 내 감정은 내 하루, 일주일, 한 달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케이스 스터디로 MOODA, Mood Dairy를 고른 것은 나 역시 이런 감정의 구슬을 꿰고 싶어서였다.
그렇기에 MOODA의 본질은 일기보다는 감정 트래커에 가깝다. 일기 작성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홈 화면에서 한번 더 터치를 해야지 일기를 읽을 수 있고, 아무 코멘트 없이 감정만 기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살다보면 단순히 현재의 감정 직시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는데 MOODA는 이런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주 쉽고 예쁘게 감정을 기록할 수 있는 앱', 기획자분의 아이폰 메모장에 담긴 한줄이다. 여기에서 시작해 <인사이드 아웃>의 기억저장소가 연결되었고, 아기자기한 손그림으로 디자인을 하다보니 현재의 앱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MOODA는 출시 첫날 한국 앱스토어 유료 앱 80위권에 등극했고, 0.9 버전인데도 앱스토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새롭게 추천하는 앱'의 컬렉션에 등장하기도 했다. 출시 22일 만에 1위를 기록하고, 미국과 일본의 앱스토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오늘은 이런 MOODA 앱을, 유저가 어떻게 사용하게 되는지 기능별로 살펴보려고 한다.
MOODA의 기능 구조를 살펴보기 전에,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MOODA가 만들어졌을 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사실 MOODA는 페르소나가 명확한 앱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획자분의 동생을 위해 만들어졌다. 회사 일로 많이 힘들어하던 동생에게, 자신의 감정을 글로 적어서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즉, 자신의 감정에서 떨어져 생각할 수 있는 사람, 감정 때문에 괴로워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을 고객으로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싶다. 동생이라는 점과 앱의 디자인을 고려했을 때, 20~30대 사회 초년생을 페르소나로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고 이를 해소하고 싶어하지만 마음 다스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처음에는 했던 것 같은데, 여러 일기앱의 대체제로서도 사용되는 것 같다.
위 유저스토리 맵핑은 miro.com 로 만들었다. MOODA의 주요 기능은 아무래도 일기 작성이기에 제일 먼저 시작했다. 위에서 보다시피 홈 화면은 한달 동안의 감정 이모티콘 표시로 되어있다. 왼쪽에 홈 화면의 일기 작성탭을 확대해서 가져왔는데, 하단 가운데의 + 버튼을 클릭하면 감정 휠이 등장하고 그러면서 일기 작성이 시작된다. 현재는 기분 최고, 평온해, 짜증나, 걱정돼, 우울해, 완전 좋아, 설레, 그저그래, 피곤해의 9가지 감정과 이모지를 고를 수 있지만, 0.9 버전에서는 초반 5가지만 서비스했다고 한다. 이렇게 감정 선택 휠을 돌려서 감정을 선택하면 일기 작성 화면으로 넘어간다.
일기 작성 화면에서도 감정 변경은 가능하다. 이모티콘은 터치하면 다른 감정으로 바뀐다. 일기 프레임 안쪽 좌측 상단에 12 MON을 누르면 스와이프로 과거 특정 날짜 일기를 작성하게 된다. 최대 2년 전까지 작성할 수 있다. 과거 날짜를 고르기가 다소 불편하긴 한데 일기다보니 굳이 1년 하고도 한달 전의 일기를 쓰게 될 일은 적으니 이렇게 한 것 같다. 2년까지도 충분한 모양. 그리고 감정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원래는 불가능했는데, 유저의 요청이 꽤 있었다고 한다. 하이라이터 색상은 총 8가지로 변경 가능하고, 원하면 감정 텍스트를 터치해서 정확한 내 감정으로 바꿀 수 있다. 사실 이 앱은 감정 직시를 할 여유가 없는 사람을 위해 편하고 가볍게 만들어졌기에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은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런 앱을 사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감정에 관심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보니 이 기능을 추가한 것 같다.
이 앱의 장점은 디테일에서 나오는데, 후반에 스티커와 사진 기능이 추가되면서 여러 귀여운 디자인이 늘었다. 먼저, 스티커를 처음 사용할 때는, 스티커팩의 윗 부분을 스와이프해서 가위로 잘라야 한다. 실제로 이 기능이 추가된 이후 일본에서 인기가 수직상승했다고 한다. 총 6개의 스티커팩이 있고, 감정 이모지, 동물, 도형, 빨강, 노랑, 파랑 알파벳으로 이뤄져 있다. 사진을 넣는 것도 마찬가지로 디테일이 살아있는데, 사진을 추가하면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구석에 등장하며 사진을 인화한다. 그리고 그 사진은 폴라로이드 필터 속에서 보인다. 눌러서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글처럼 delete 키보드를 통해 지울 수 있다.
일기 작성이 기본 기능이라면 일기 관리는 그렇게 쌓인 일기를 보기 위한 기능이다. 맨 위의 홈 화면에 감정 구슬이 쌓이는 것 역시 일기 관리 기능 중 하나다. 한달씩 묶인 감정 구슬이 쌓이고, 세로로 마치 달력처럼 쌓여서 스와이프를 통해 과거의 일기를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날짜에 따라 쌓여서 달력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달의 감정 흐름을 보여준다. 하지만 홈 화면인 상태로 흔들면 같은 색 감정 구슬을 모아서 볼 수 있는 기능도 있으며, 이 앱이 처음 출시될 때부터 있었다. 감정 말고도 디테일한 일기도 볼 수 있는데, 하나의 감정 구슬을 클릭하면 한달 치 일기가 세로로 축척되어 있으며 스와이프를 통해 볼 수 있다. 하나하나의 일기가 길고 디테일한 앱이라면 불편했겠지만, 감정 트래커의 기능면에서 본다면 괜찮은 것 같다.
일기를 삭제하기 위해서는 홈화면에서 드래그 앤 드롭으로 휴지통에 넣을 수도 있고, 일기 화면에 들어가서 각 일기 아래쪽 하단에 수정, 삭제, 공유 버튼 중 하나를 클릭해 지울 수도 있다.
비주얼이 중요한 앱인만큼 공유도 손쉬운데, 일기 작성 직후, 혹은 일기 스와이프 화면에서 공유 버튼을 누르면 일기가 하나의 이미지로 추출되어 공유할 수 있다. 일기의 레이아웃도 설정 가능해서 일기 전체를 내보내거나, 1:1, 4:5, 9:16 비율로 조절해 내보낼 수도 있다. 문자, 이메일, 인스타그램 등등 이미지를 다루는 앱이라면 모두 호환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일기 수정은 이미 작성한 일기에서 터치해서 해당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으며, 일기 작성 화면으로 다시 돌아가 해당 일기를 완전히 다시 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있는 MOODA의 기능인데, 대부분의 일기앱이 그렇듯 커스터마이즈에 용이하게 되어 있다. 일기라는 특성상 함부로 볼 수 없도록 패스워드를 설정할 수 있고, 매일매일 작성해야 하니 알림을 설정할 수 있다. 이 알림 시간과 문구는 본인이 설정 가능한데, 개개인마다 자신에게 맞는 알림을 만들면 된다. 앱스토어 아이디로 로그인하면 아이클라우드와 연동도 가능하며, 굳이 로그인하지 않고 앱을 사용할 수도 있다. UI 변경과 고객센터 연결 부분이 세팅에서 꽤 큰데, 앱의 배경, 폰트, 포토필터 등 다양한 부분을 세밀하게 설정 가능하다.
언어가 영어로 설정된 경우, 틀리지 않았다면 53개의 폰트가 있으며, 구글 무료 폰트가 꽤 보였다. 한글판 초반에는 두 가지 폰트만 서비스했다고 하는데 이건 영어 설정이라 그런지 한글 설정에도 폰트가 실제로 늘었는지 확인이 필요할듯하다. 앱의 배경색은 패턴과 색상이 섞여있는데, 기본 설정은 아래의 미색의 배경에 그리드고, 색상만 있는 설정이나, 체크 패턴 등으로 변경할 수 있다. 고객센터는 이메일 전공과 앱 리뷰, MOODA 인스타그램 계정 연결이 있는데, MOODA는 꽤나 소통을 자주 하는 앱으로 보인다. 초반 출시 때도 한달 만에 세 번 업데이트를 했다고 하며, 12월마다 크리스마스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실제로 MOODA는 앱스토어 리뷰에서 꽤나 좋은 평을 받고 있고, 1,200원이라는 가격과 간단한 구조를 생각했을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앞으로 본인도 종종 이용할 예정이다. 다이어리는 쓰는 사람만 쓴다. 플래너와는 달리 생산성 향상에 직접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고, 텅 빈 다이어리를 보면 왜 이걸 샀나 싶어지기도 한다. 다이어리앱을 사용하려고 해도 모바일에서 긴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MOODA는 '일기 앱'이라는 형태 대신, '감정 트래커'라는 목적에 집중해서 간결하고 이용하기 쉬운 어플을 만들어냈다. A4 한 장짜리 감정 기록은 하지 못하더라도 MOODA의 감정 휠을 돌리다 보면 내가 오늘 기쁜 감정이 들었구나, 슬픈 감정이 들었구나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하루를 차분히 생각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아주 잠깐의 시간이, MOODA를 이용할 모두에게 깃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https://brunch.co.kr/@bojoge27/47
- 앱의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면 추천하는 글입니다.
https://apps.apple.com/kr/app/mooda/id1476256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