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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림 Jan 22. 2021

네이버 웹툰의 여정: 북미를 향하여!

네이버 웹툰이 진출한 북미 시장의 문제점과 네이버 웹툰의 해결책

네이버가 북미 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인수한 소식이 들려왔다. 무려 65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세계 최대 웹소설 서비스를 인수한 것인데, 앞으로 IP 산업 쪽으로 활발하게 발전해 나가겠다는 포부가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 근거 없이 네이버가 이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 왓패드 인수 이전에는 네이버 웹툰 북미 서비스의 성공이 있었다. 오늘은 네이버 웹툰의 진출 이전 북미 웹코믹 시장과 고객 분석, 그리고 네이버 웹툰이 일으킨 변화까지 살펴보려고 한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참고자료는 맨 뒤에 첨부해두었으니 네이버 웹툰을 분석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북미 코믹 시장분석

네이버 웹툰이 북미 코믹 마켓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말하기 이전에 한국 만화 시장과 북미 만화 시장의 차이부터 말하려고 한다. 유통과 제작 모두 한국과 미국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만화 제작과 유통 시스템은 일본 만화 시장을 본땄다. 만화 잡지에 많은 만화가 주간 연재되며, 이 중 인기 작품은 단행본으로 발행된다. 만화 잡지 구독과 단행본 판매를 주로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대여점이 생긴 이후 판매가 부진해지고, 인터넷의 발달로 불법 스캔본이 흔해지자 자연스레 많은 만화가가 만화 업계를 떠났다. 그러던 중 웹 포털 사이트에서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해 무료 만화 서비스가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세로 스와이핑의 주간 연재 방식으로 고정된 것이 현재의 웹툰이다. 웹툰은 2000년대 초반 시작되었다. 그렇기에 초창기 웹툰은 모바일보다는 웹에 적합한 UX를 가지고 있었고, 웹툰을 통해 트래픽을 확보하고 광고비를 받는 것이 포털의 주목적이었다. 반면 북미 마켓은 한국 코믹 시장이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점과는 다른 문제점을 가지고 발전해왔으며, 한국 웹툰 초창기가 해결하려는 것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북미 웹툰 서비스는 독자가 웹보다 모바일에 익숙한 2010년 후반에, 검색 사이트 없이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북미 시장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웹툰은 어떻게 이를 해결하게 되었을까?


출판 위주의 북미 만화 생태계

출처: https://www.forbes.com/sites/robsalkowitz/2019/10/08/surprising-new-data-shows-comic-readers-are

먼저, 북미 만화는 한국 만화 시장에 비해 활발하며, 오히려 코믹스 기반 영화의 대박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를 합친 북미 코믹 시장은 10억 달러 규모로 한국 돈으로는 1조 원이 넘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세계 만화 시장 규모는 약 9조 2500억 원으로 추정) 이 수익이 코믹스 회사가 캐릭터와 영화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의 10%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 시장의 규모를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북미 시장은 성장세에 비해 꽤나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 중이었는데 생산 방식이나 유통 방식에서 인터넷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독자는 점점 책 보다 모바일에 익숙해지지만 종이책 판매를 주 판로로 유지하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이미 인터넷이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2016년에도 90%의 만화와 그래픽 노벨이 서점이나 만화 서점을 통해서 유통되고 있고, 오직 9% 정도만 아마존 킨들 등의 온라인을 통해서 판매되었다. 심지어 이런 온라인 유통 역시 모바일에 걸맞은 형식이라기보다는 스캔본을 전자책으로 판매하는 형태였다.


창작 방식의 차이점

오히려 기존의 만화 산업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생성되고 있었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할 수 있어 보인다. 미국 시장은 단행본 위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내고 있었다. 게다가 미국 코믹 시장은 과점으로 인해 경쟁이 덜하다. 마블 코믹스와 DC라는 두 회사의 80% 과점으로 이뤄져 있어, 이미 우위를 점한 이 회사는 딱히 변화를 일으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만화가에게는 두 회사에 소속되어 회사 소속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슈퍼히어로물을 창작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여기서 북미와 한국 창작 과정에서 가장 큰 차이가 생기는데, 미국에서는 만화 캐릭터의 저작권이 만화 출판사에 귀속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세계관이 방대하며, 한번 세계관에 빠진 독자는 이후 작품까지 애정을 가지기 쉽다는 장점은 있지만, 만화가 개인은 저작권료를 받을 수 없고 자신의 캐릭터가 회사 소속 다른 만화에서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또한, 만화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두 회사는 집단 창작을 기본 방식으로 한다. 그렇기에 회사 소속으로 만화를 그린다고 해서 자신이 담당하는 만화의 전부를 창작할 수는 없으며, 스토리 작가, 그림 작가, 표지 담당 아티스트 등이 한 팀으로 활동한다. 작화가가 챕터별로 교체되기도 하며, 웬만한 정규 연재만화 한 편에는 15~25명이 필요하다.



북미 만화 시장의 문제점

창작자 입장에서

정리하자면, 북미 만화 시장의 독과점은 창작자의 선택의 폭을 매우 줄였다. 먼저, 창작자는 저작권을 포기하고 마블과 DC 소속 만화가가 되거나, 인디 회사 소속으로 저작권은 가지되 자신의 만화를 그리지만 수익을 보장받기 어려운 두 가지 상황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만화 시장의 수익 80%가 두 회사에서 나오는 이상 다른 인디 회사에서 창작을 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슈퍼히어로 만화를 주로 생산하다 보니, 다른 장르 만화가는 작품을 만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작품을 연재할 곳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유통이 만화 전문 서점 위주여서 판로가 많지 않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독자를 만나려고 해도, 웹에 적합한 만화 방식이나 플랫폼이 없어 개인 페이지에 올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었다고 한다. 작가가 도메인을 사서 직접 사이트를 만들어 그곳에 만화를 그리고, 업로드하고, 홍보했던 것이다. 웹코믹 작가로서 생계유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연재할 플랫폼조차 부족하다 보니, 텀블러나 핀터레스트 등을 통해 만화를 홍보하는 만화가도 많았다. 이렇게 이미 많은 작가가 컴퓨터를 통해 창작을 하는 시대에도 종이를 통해 유통을 하고, 그렇게 유통되는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판매하다 보니, 웹코믹의 형식에서도 큰 변화가 없었다. 사실 네이버 웹툰에서 사용하는, 세로 스와이핑을 이용한 만화는 2000년 초에 미국에서 제안된 방식이다. 하지만 이것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예전의 방식을 선호했고, 그래서 만화가는 기존의 방식 이외의 새로운 만화를 연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다.



독자 입장에서

독자 입장에서도 이는 선택지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져, 슈퍼히어로물 이외의 장르 만화를 찾기가 어려웠다. 만화점은 슈퍼히어로 만화를 우선적으로 유통하며, 오랫동안 그 세계관을 감상하고 사모은 독자를 타겟으로 한다. 실제로 슈퍼히어로물 이외의 만화에 대한 수요가 관찰되었는데, 2018년 처음으로 코믹샵이 만화 유통 창구의 판매량 중 50% 이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 대신 독자가 선택한 창구는 서점이었는데, 위 그래프를 통해 서점에서 판매된 만화를 살펴보면, 이들이 전통적인 만화 팬덤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조사에서는 6세에서 18세 대상 만화 및 그래픽 노벨 판매가 41%를 차지하고, 일본 스타일 만화(망가)가 28%, 슈퍼히어로물은 10%에 불과했다. 기존의 만화 시장으로는 변화하는 독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이런 독자에게는 시간과 노력을 가지고 세계관을 배워나가야 하는 슈퍼히어로물의 허들이 높았을 것이다.

즉, 슈퍼히어로물 위주로 만화가 생산되고 판매되던 기존의 유통 구조는 이렇게 새롭게 생겨나는 만화가와 독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슈퍼히어로물은 2010년 후반기에 들어서 슬럼프를 겪게 되었고, 새로운 만화를 창작하고,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네이버 웹툰의 고객

네이버 웹툰은 독자와 작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기에, 서비스의 고객은 독자와 작가 양방향 모두 적용된다. 그렇기에 양측에서 어떻게 네이버가 고객을 정의하고 있는지를 바라볼 것이며, 이에 더해 이 고객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고객 분석은 현재 네이버 웹툰 서비스를 기준으로 하되, 북미 서비스의 방향성이 국내 서비스 방향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국내 서비스 먼저 살펴보며 북미에서는 이런 고객 정의가 어떻게 적용되고, 어느 부분에서 달라지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독자

한국에서의 네이버 웹툰 독자

웹툰의 고객은 당연하게도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웹툰이 등장한 지 20년이 가까이 되는 지금, 웹툰은 종이 만화를 넘어선 하나의 장르로서 작용하고 있다. 2003년 시작한 웹툰은 현재, 5,164만 한국인(2018년 기준) 중 1,132만 명(와이즈앱의 2020년 7월 웹툰 앱 안드로이드 사용자 동향. 안드로이드 국내 점유율 76.5%, iOS 점유율 23.4%을 감안하여, 1,132만 명으로 추측), 무려 국민의 20% 가까이 이용하는 서비스다. 상대적으로 웹툰 독자의 연령층이 어리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와이즈앱의 같은 통계 기준, 10~20대 이용자가 57.8%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10~20대가 웹툰을 본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네이버 웹툰은 10대, 20대를 타겟으로 해왔다. '급식 웹툰'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웹툰에 익숙한 20대층 말고도 10대 연령층이 계속해서 유입되는 증거라고도 할 수도 있다. 현재 웹툰을 시청하는 20대의 많은 수가 10대 때 유입된 뒤 계속해서 웹툰을 감상하거나, 혹은 10대 때는 만화책까지 함께 보다가, 20대에 들어서 바빠지자 가볍게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웹툰을 선호하기도 한다.

특히, 웹툰의 등장 이후 만화의 소비 방식이 아예 달라졌다. 만화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증가하였으며, 이들 중 63.9%가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웹툰을 이용한다고 대답했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통해서 웹툰을 보며, 53.8%의 응답자가 집에서 웹툰을 본다고 하였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동 중'이나 '사무실'에서 웹툰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늘어났다. 이는 2014년 통계 당시, 네이버 웹툰의 이용자 중 34%가 밤 10시에서 6시 사이에 웹툰을 본다고 응답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네이버 웹툰은 본래 밤 12시 정각에 업데이트가 되었는데, 자녀가 웹툰을 기다리느라 늦게 잔다는 항의가 있어 업데이트 시간을 11시로 바꿨다고 한다. 하지만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밤마다 웹툰을 기다리고 본 뒤 잠들기보다는, 일상생활 도중에 웹툰을 이용한다고 추측했다.



북미에서의 네이버 웹툰 독자

북미에서 네이버 웹툰 독자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일단 북미는 한국 네이버 웹툰의 성장 초기 단계와 비슷한 인구 통계를 보인다. 위 자료는 2019년의 자료인데, 코로나로 인해 네이버 웹툰이 성장한 지금은 조금 달라졌겠지만, 이 당시에는 유행에 민감한 10대가 가장 먼저 네이버 웹툰에 들어왔다. 이들이 나이를 먹게 됨에 따라 차차 현재 네이버 국내 서비스 유저 통계와 비슷해지리라 예측 가능하다. 특히, 만화책에 비해 시공간적 제약이 적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지 접근 가능하기 때문에 웹툰 이용자는 만화책 이용자보다 리텐션이 높고, 꾸준히 기존 작품을 보면서 다른 신작도 시작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이들이 웹툰을 꾸준히 사용하리라 기대된다.

북미 웹툰 독자와 국내 웹툰 독자의 차이는 기존 만화 시장에서 수면 위에 드러난 독자인지 아닌 지다. 한국에서 네이버 웹툰은 10대, 20대 남녀가 고르게 이용하며, 장르 역시 다양한 편이다. 이는 웹툰 이전에 기존의 만화 잡지도 소년 만화와 소녀 만화가 고르게 공급되었고, 웹툰이 오래되면서 다양한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장르를 많이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서비스가 아직 초기 단계인 네이버 웹툰 북미 서비스는, 아직 기존의 시장이 포용하지 못했던 독자를 유입시키는 단계에서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웹툰에서 주로 선호되는 장르도 그렇고, 이용자층도 생각해 봤을 때 말이다. 다만 이는 웹툰이 성장함에 따라서 충분히 다른 독자층도 데려올 수 있으리라 여겨지는데, 2020년 현재 스릴러나, 히어로물 역시 인기 웹툰이 되는 것을 통해 보았을 때 독자가 달라지고 있다. 네이버 웹툰 자체적으로 이를 종용하는데, 네이버 웹툰 북미의 데이비드 리(David Lee)에 따르면 2019년 광고에서 "만화를 읽는 건 매우 일상적인 일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한다. 즉, 현재 있는 독자층 말고도 더 많은 독자를 만들기 위해 만화를 보지 않는 사람까지도 잠재고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화가

한국에서의 만화 시장

한국 만화 시장은 웹툰이 등장하기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정체기였다. 웹하드나 P2P 사이트를 통해 불법 스캔본이 유행했고, 심지어는 IMF도 유행하며 20세기의 만화 시장은 거의 몰락했다고 봐야 한다.. 대다수의 만화가 지망생이 게임계로 이동하거나, 부업을 했으며, 잡지나 신문에 연재하며 원고료를 받는 프로 만화가 아래에서 문하생(지금은 어시스턴트라고 부른다)이 되어 만화를 배웠다. 사실 이 상황에서 이미 웹툰의 가능성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컴퓨터가 배급되기 시작하면서 만화 제작 과정이 수작업에서 컴퓨터 작업으로 넘어갔고, 태블릿이나 포토샵 등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기 용이한 툴이 계속해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 플랫폼이 만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더해 네이버 웹툰은 아마추어 만화가도 연재할 수 있는 플랫폼인, '도전만화'를 만들어 냈다. 이곳에서 만화가 지망생은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고, 프로 만화가로 데뷔할 루트를 하나 얻게 되었다. 게다가 네이버는 당시 한국에서 알아주는 검색 엔진으로, 이미 일정한 트래픽이 있어 홍보 효과가 높았다. 만화가가 따로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지 않고 단순히 플랫폼에 만화를 게시하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얻었다.


북미에서의 만화 시장

북미 만화 시장은 전 세계 15%를 차지하는 꽤 큰 만화 시장이었으나, 이 중 2016년 기준 웹코믹의 소비는 9% 밖에 되지 않았다. 위에서 장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북미 만화 시장에서 히어로물이 아니거나 혹은 짧게 연재할 수 있는 만화를 제외하고는 플랫폼이 마땅치 않았으며, 소비되는 만화의 80%가 DC와 마블의 작품으로 회사에 취직해서 그 작품을 그려내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혹은 본인의 만화를 그리고 싶은 경우에는 도메인을 사서 자신의 만화 웹페이지를 만들어 만화를 올려야 했는데, 이는 스스로 페이지를 만들고, 홍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https://en.wikipedia.org/wiki/Gender_and_webcomics

기존의 만화 시장과 만화가의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북미 웹툰 작가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도움이 될 것 같다. 2015년 조사된 표를 살펴보면, 웹코믹, 플로피(만화 잡지처럼 이슈 체제로 발행되는 만화. DC와 마블에서 발행한다), 그래픽 노블(하나하나로 완결된 만화책), 코믹 스트립(피너츠 같이 칸이 작고 대사가 적은 연재만화), 망가(일본 만화 스타일 만화)로 되어 있다. 이 중에서 기존의 만화 시장에서 유통되는 플로피 시장에서는 대부분 남성 작가가 종사하며, 웹코믹이나 망가에서 여성 작가나 젠더 퀴어 작가가 많이 활약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위에서 네이버 웹툰의 독자층이 Z세대에 여성이 많았다고 했는데, 창작자 역시 여성이 주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웹툰의 북미 진출

1. 웹툰이 가져온 혁신

1.1. 모바일 코믹 시장의 활성화

굳이 네이버 웹툰 서비스로만 한정하지 않아도, 북미 시장에서 '웹툰'의 등장은 많은 문제점을 해결한다. 한국에서 웹툰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한 뒤, 한국의 많은 콘텐츠 플랫폼이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유럽에 이어 북미에도 진출했다. 자체적으로 한국 콘텐츠 플랫폼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컬 회사가 창립되기도 했다. 이런 서비스는 종이책 위주의 코믹 시장에서 '모바일'이라는 선택지를 독자에게 주며, 만화 감상의 정의를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만화 시장의 규모 1위의 일본만 하더라도, 종이책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디지털 매출의 대부분도 이런 종이 시장의 스캔본 매출이다. 하지만 카카오재팬의 콘텐츠 서비스 픽코마와, 네이버 웹툰의 라인 망가가 웹툰을 소개했고, 현재 픽코마 플랫폼에 등록된 콘텐츠 중 1.3%를 차지하는 웹툰이 전체 거래액의 35~40%를 차지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효과는 네이버 웹툰 북미 서비스에서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웹툰 서비스는 10~20대를 통해 주로 소비되고 있다. 미국 역시 모바일에 익숙한 Z세대가 웹툰을 주로 감상한다. 만화는 종이로 봐야 한다는 기존의 틀을 깨고, 웹툰이 더 익숙해지는 세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모바일을 통해 시공간적 제약을 최소화한 웹툰은, 높은 접근성과, 기존의 페이지컷보다 세로 화면에 적합한 레이아웃을 만화 시장에 도입했다. 음악을 추가하거나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는 등 현재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서 모바일이라는 미디엄을 최대한 활용한 만화로 발전하리라 기대된다.


1.2. 다양한 장르 도입

왼쪽: 네이버 웹툰 북미 TOP 10, 오른쪽: 네이버 웹툰 한국 TOP 10

또한, 북미 시장에 있어서 웹툰은 독자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장르의 만화를 볼 수 있는 창구가 되어주었다. 한국에서도 만화 잡지는 소년 만화, 순정 만화 등으로 나뉘어서, 잡지의 색채에 맞는 만화를 연재하도록 되어있는데, DC와 마블이 만화 유통의 80%를 책임지는 북미 시장에서는 이런 경향성이 매우 커서 슈퍼히어로물만 소비되고 있었다. 또한 다른 인디 회사가 있기는 하지만 북미 만화 자체가 워낙 히어로물로 발전해와서 다양한 장르를 다루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웹툰은 브랜드 색이 강하다기보다는 만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플랫폼 자체에서도 다양한 독자를 어우를 수 있을 만한, 여러 장르의 만화를 유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 시장에서 존재해왔지만, 충족되지는 못했던 다양한 장르에 대한 니즈가 공급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실제로 네이버 웹툰에서도 기존의 메이저 만화 장르 외의 장르가 인기를 얻으며 이 가설을 증명하고 있다. 2019년 9월 출판된 미래 에셋 대우의 조사(위쪽 Table 4)를 보면, 네이버 웹툰을 방문하는 독자는 기존 시장에서 공급하지 않았던 만화를 소비하고 있다. 인기 10위권의 만화를 보면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등의 장르로 기존에 유통되지 않던 만화다. 히어로물 위주의 종이 시장이나, 연재를 길게 하지 않아도 되는 코미디, 일상물이 아니라, 장편으로 연재해야 하지만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던 장르가 연재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즉, 독자는 전통 만화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네이버 웹툰 서비스를 방문한다는 뜻이다. 이는 웹툰이 10년 전부터 시작되어 발전해 많은 사람이 웹툰을 보는 한국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같은 서베이의 한국 결과(Table 3)를 살펴보면 인기 10위권 만화의 장르는 판타지, 드라마, 개그, 일상, 로맨스 등으로 비교적 다양하다.


2020년 11월 찾은 네이버 웹툰 북미 서비스 TOP 10 웹툰

다만, 언택트 시대를 맞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네이버 웹툰 북미 서비스에서 독자의 변화가 생기고 있기는 하다. 2020년 11월 기준으로 Top 11위 작품에 슈퍼히어로물이나 스릴러, 코미디 등의 장르가 추가된 것이다. 기존의 로맨스와 판타지, 드라마 장르보다 독자층의 넓어졌다고 유추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로맨스나 판타지가 주로 인기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네이버 웹툰 북미 서비스의 주 독자는 Z세대에 여성이며, 북미 인구 구성의 10%도 차지하지 않는 아시아인이 유저의 20%를 차지한다. 남성, 백인이 주로 소비하던 기존의 만화와는 전혀 다른 독자층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1.3. 체계적인 시스템

또한 웹툰은 트래픽을 높이기 좋은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요일제 시스템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정착한 방식이지만, 이 요일제 시스템 덕분에 독자는 매주 연재작을 보기 위해 짧은 간격으로 웹툰을 다시 이용하게 되며, 이야기를 따라잡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웹툰 앱을 며칠에 한번 주기로 이용한다는 독자가 많았다. 마치 드라마를 챙겨보듯, 매주 같은 요일에 좋아하는 작품을 보기 위해서 앱에 다시 접속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작품이 많다면 매일 이용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이는 일단은 한국에서 웹툰 플랫폼의 전반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웹툰 전체가 제공하는 솔루션 파트에 넣었지만, 미국에서 연재 중인 웹툰 사이트는 아직 주간 연재 방식을 취하는 서비스가 많지 않아, 네이버 웹툰의 솔루션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이 덕분에 네이버 웹툰의 트래픽은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렇게 유지된 트래픽은 다시 만화가에게 자신의 작품이 눈에 띌 가능성이 높아지니 네이버 웹툰에 연재하게 되는 순환 구조가 생겨났다. 실제로 타파스 미디어에서 연재 중이던 아마추어 작가는, 네이버 웹툰 CANVAS에 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타파스 미디어에서 오랜 기간 동안 받은 것보다 더 많은 반응을 받았다고 한다.


2. 네이버 웹툰의 CANVAS

이런 웹툰 서비스 중에서도 네이버 웹툰은 현지 작가를 영입하며 북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나가고 있다. 2014년 출시 이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고, 심지어는 한국의 웹코믹 전반을 부르는 '웹툰'을 상표로 등장해서 말 그대로 웹툰의 대명사로 등장했다. 네이버 웹툰은 북미의 첫 번째 웹툰 서비스는 아니다. 2013년에 먼저 타파스틱(Tapastic, 현재는 타파스 미디어)이라는 플랫폼이 한국 웹툰을 영문 번역해서 유통하기 시작했고, 북미의 웹툰 작가가 웹툰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형성된 '웹툰'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는 이상, 저작권이 작가에게 있는 것, 슈퍼히어로물 이외의 만화를 자유롭게 연재할 수 있는 것은 네이버 웹툰과 다른 웹툰 플랫폼 모두 동일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네이버 웹툰이 타파스와 다른 웹툰 서비스에 비해서 우위를 차지하고 1위인 것은, 네이버 웹툰이 한국의 서비스를 미국에 그대로 적용하면서도 이를 미국 시작에 맞게 적절히 변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네이버 웹툰은 전통적으로 신인 작가 발굴에 있어 강점을 보인다. 다음 만화에서도 아마추어 만화가 리그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네이버 웹툰은 공모전뿐만 아니라 도전 만화가 지원 프로그램, 베스트 도전 등을 통해서 신인 작가가 수입을 얻거나, 눈에 띌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도전 만화 서비스를 통해 수많은 신인 작가를 독점으로 계약해 콘텐츠 수급에서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었고, 한국 서비스에서도 도전 만화 서비스는 다른 웹툰 플랫폼에서도 신인 등용을 위해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네이버 웹툰은 한국 웹툰을 번역해서 제공하는 다른 웹툰과 다르게, 북미에서도 이 전략을 그대로 사용하여 CANVAS라는 이름의 비슷한 서비스를 통해 신인 작가를 찾는다. 한국의 작가뿐만 아니라, 북미 작가에게도 도움이 되며, 같은 문화권 작가의 작품을 독자가 소비할 수 있도록 해서 더 많은 독자층에게 어필하기도 한다. 네이버 웹툰 북미의 ORIGINAL에서 제공하는 한국 웹툰과 북미 웹툰의 비율은 1:1이며, 상위 20위권 웹툰의 80%를 북미 웹툰이 차지한다.

다만 이는 후에 CANVAS가 너무 커지거나, CANVAS를 거치지 않는 데뷔 방식이 있을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은 ORIGINAL 북미 웹툰의 대부분이 CANVAS를 통해서 채택되지만, 한국처럼 웹툰 작가 에이전시가 생기는 등, 시장이 바뀌면 분명 에이전시를 통해서 네이버 웹툰에 컨택하려는 경우가 생길 것이고, 그때 CANVAS가 한국의 도전 만화처럼, 보는 사람만 보는 서비스가 되어버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시장이 크고 독자층이 다양한 만큼, CANVAS에서 현재는 ORIGINAL이 충족해주지 못하는 수요를 맞춰줄 수도 있지만 CANVAS가 지나치게 커지는 경우에는 네이버 웹툰 자체에서 이를 관리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2.1. 웹툰 온보딩 시스템

이렇게 CANVAS를 통해서 고용되면 계약금과 월급을 제공하는 것은 한국과 시스템이 동일하다. 하지만 웹코믹의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북미 작가가 창작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아마추어 리그에 계속해서 연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그렇기에 네이버 웹툰은 여기에 더해서 두 가지 차이점을 둬서 웹툰 시스템에 현지 작가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 1) 웹툰으로의 온보딩 시스템과 2) 수익 분배 부분이다.


먼저, 웹툰으로 온보딩 시스템은 기존 미국의 웹코믹과 한국 웹툰 방식의 차이를 줄이고, 작가가 웹툰 형식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준다. 미국의 웹코믹은 주로 4컷 만화나 단편 개그 만화를 중심이다. 단편적인 예로, 왼쪽은 타파스 미디어에서 정식으로 연재 중인 웹코믹 <FANGS>다. 세로 스와이핑을 길게 해서 60~80컷 정도로 그려지는 웹툰과는 달리 한 화가 4컷 만화로 이뤄져 있어 한국의 웹툰과 매우 다른 걸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타파스 미디어의 웹툰은 연재 주기가 일정하지 않은데, 웹툰은 매주 연재를 하게 되어있다.

네이버 웹툰 자체 웹툰인 <CANVAS Corner>

그렇기에 기존의 웹코믹 방식 대신, 네이버 웹툰은 작가가 한국 웹툰과 비슷하게 만화를 그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네이버 웹툰은 웹툰의 형식이나 만화 등록 방식 등의 기본적인 정보와 기존 작가의 노하우를 영상으로 제공하고, FAQ와 고객센터 등을 통해서 웹코믹 작가가 웹툰 작가가 되도록 돕고 있었다. 또한 CANVAS에 자체적으로 <CANVAS Corner>라는 만화를 제공해서 기본 기능과 이벤트를 소개하고, 그에 따른 댓글을 보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웹툰 형식을 맞추려는 것은 웹툰 한 화 한 화를 판매해야 하는 입장에서 적절한 대처로 보인다. 그리고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네이버 웹툰은 CANVAS 작가에게도 광고 수익이나 리워드를 제공하는데, 여기서도 일정 주기로 업데이트된 작품만 선정하며 웹툰의 방식에 작가가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2.2. 작가에게 많은 수익 분배

수익 분배 부분에서 네이버 웹툰의 매력을 느낀 작가 또한 많았다. 웹툰 ORIGINAL과 CANVAS 모두 작가에게 어느 정도 이익을 나눠주며, 이는 한국의 모델과 미국의 모델을 합친 것으로 보인다. 일단 ORIGINAL에서 정식 연재를 시작한 작가는 모두 계약을 통해 계약금과 월급을 지급받게 된다. 이는 한국 웹툰 서비스와 같은 방식이며, 북미의 다른 웹툰 플랫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서 독자 수가 더 많은 북미에서는 다른 수익 분배가 추가되는데, CANVAS 연재 작가에게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한국의 도전 만화 연재 작가는 네이버 웹툰에서 두 달에 한 번씩 작품을 골라 '포텐업' 마크를 부착하고 월 50만 원의 생활비를 12개월 동안 지급한다. 하지만 CANVAS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기를 얻은 작가에게는 그 작품의 광고비를 50% 분배해준다.  만화를 그리며 댓글과 좋아요, 평점을 통해 독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것 이외에도 장점이 커보인다. 또한 ORIGINAL과 마찬가지로 CANVAS에서도 Patreon(후원 서비스) 사이트 계정이 연결된 작가에 한해서 계정 연결이 원활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크리에이터 리워드' 베타 서비스를 올해 시험하고 있는데, 광고비를 받는 작가 한정으로 신청하면 조회 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보내준다. Patreon을 통해서 보내주는 거라 계약은 아니며, 조회 수가 높은 작가에게는 또 다른 프로모션 이벤트를 제공한다고 한다.




참고자료

Surprising New Data Shows Comic Readers Are Leaving Superheroes Behind

Why should you use WEBTOON for your comic? by LizStaley - CLIP STUDIO TIPS

The 10 Best Ways to Read Comics Online for Free

이야기 읽는 블로그 : 네이버 블로그

Why should you use WEBTOON for your comic? by LizStaley - CLIP STUDIO TIPS

가파르게 성장 중인 일본 웹툰 시장, 2018년 동향 분석

'K-웹툰 양강' 네이버-카카오...왜 '만화의 본고장' 일본을 노릴까

Best way for artists and creators to get sustainable income and connect with fans | Patreon

네이버와 글로벌 웹툰 1위 다투는 '태피툰'

음지에서 양지로 꺼냈더니 매일 1억2000만원 찍죠

"카카오페이지, 올해 中·태국·인도 진출...글로벌 콘텐츠 기업 도약"

Which is better for publishing webcomics: Tapastic or LINE Webtoon?

기사보기 - 총동창신문 - 서울대학교총동창회

Webtoon Builds an Audience for Webcomics

Why should you use WEBTOON for your comic? by LizStaley - CLIP STUDIO TIPS

The 10 Best Ways to Read Comics Online for Free

Gender and webcomics

Webtoon Comics Platform Running Multi-Million Dollar Ad Campaign on TV, Web, in Theaters, and Out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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