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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ju Nov 27. 2015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교육평가’의 위치

- 교육내용과 교육평가는 구분될 수 있는가? -


교사의 입장에서 교육평가의 일차적 관심사는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이며, 교육평가의 타당도는 교육내용을 준거로 하여, 문항이 교육내용에 대한 학생의 지식을 타당하게 추론되는 정도를 의미한다. 즉 교육평가의 타당도는 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의 내용 타당도를 의미한다. 또한 평가의 타당도는 문항이 교육목표의 달성 정도를 예리하게 판단할 수 있는가의 판단에 귀결된다. 이러한 내용 타당도는 논리적 타당도라고도 불리며, 평가 문항에 교육내용이 논리적으로 함의되어 있는가에 대해 파악함으로써 정의될 수 있다.

내용 타당도에 대한 종래의 해석에 의하면, 평가의 결과가 교육목표 달성을 직접 지시한다고 보며, 문항은 ‘교육목표의 미달’ 뿐만 아니라 ‘교육목표의 달성’까지 정확하게 지시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시험문제에 정답을 했다고 해서 교육내용을 학습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라는 교육평가의 타당도의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재해석하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교육평가가 성격상 학생의 반응이라는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학생의 내적 상태를 추론하는 일인 한, 교육목표의 달성 정도를 정확하게 지시해줄 수 있는 타당한 평가의 문항을 찾기 힘들다는 난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저자는 단지 평가의 결과가 학생이 ‘교육목표의 달성’했다고 정확하게 지시해줄 수 없으며, ‘교육목표의 미달’만을 정확하게 지시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자는 평가를 통해 학생이 교육내용을 학습하지 못했다는 것만 추론할 수밖에 없다면, 완전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 평가는 교육의 성과를 간접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교육 목표의 성취 정도와 그 유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평가의 결과가 교육목표의 달성을 추론하게 해 주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보다 더 타당한 문항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원칙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았으며, 더 나아가 교육과정에게 불필요한 부담이 전가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평가방법이 개선되고 입시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제안은 너무나 흔한 것이며, 평가위주의 교육의 문제점이 평가위주 교육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반대한다. 즉 교육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평가’를 개선함으로써가 아니라 ‘가르치는 일’ 그 자체를 개선함으로써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평가가 교육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연 교육내용과 교육평가를 구분할 수 있는가? 교육내용과 교육평가는 의미상 구분되어지고 있지만, 교육내용과 평가의 결과는 결국 교육이라는 하나의 큰 틀에서 그 의미를 같이한다. 그렇다면 ‘교육의 정상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교육의 정상화’는 교육의 과정을 구성하는 목표, 내용, 방법, 평가라는 내적 요소들 간의 유기적 관계의 성립을 의미한다. 이들 간의 갈등이나 단절 없이 유기적으로 잘 연합된 상태가 ‘교육의 정상화’이다. 우리가 ‘교육의 정상화’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교육평가의 문항과 방식은 계속적으로 좀 더 의미 있는 것으로 변화해가고 정착되어야 하며, 이것이 비로소 가치가 있는 교육을 만들어낼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교육평가에 대한 다양한 개혁들이 추진되었다. 1999년 수행평가의 도입, 2005년 서술형·논술형 평가의 도입과 함께 그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2012년 기존의 내신 평가방식이었던 규준참조평가에서 준거참조평가인 성취평가제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평가문항과 방식의 개선은 그동안의 평가문항과 방식이 교육목표의 달성을 추론하게 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보다 더 타당한 평가 문항과 방식을 만들기 위함이다. 즉 그동안의 교육평가에 있어서의 개혁은 학습을 위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평가체계의 변화가 있던 것이지, 오직 평가의 방법이 올바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종래의 해석은 ‘평가위주 교육’의 문제점은 오직 평가의 방법이 올바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며, 따라서 평가의 방법만 올바르게 되면 ‘평가위주 교육’의 문제는 해결된고 본다. 한편 저자는 ‘평가위주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평가’를 개선이 아닌 ‘가르치는 일’ 그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두 가지 사고방식은 오히려 ‘교육의 정상화’를 위협하는 사고방식이다. 필자는 평가방법이 개선되고 입시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평가위주 교육에 의해서만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필자는 종래의 해석에서와 같이 내용 타당도는 엄격한 기준에서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목표의 달성도를 정확하게 지시할 수 있다도 본다. 또한 완전한 의미에서의 평가를 하기 위해 교육 내용과 완전히 동일한 사태를 만들어 평가하지 않는다면, 교육목표의 달성 정도를 정확하게 지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자는 과연 평가가 교육 내용과 일맥상통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한다. 교육 내용과 교육평가가 동일한 과정을 다루려고 노력하더라도, 그 노력에 대한 결과는 항상 배신당할지도 모른다. 저자가 우려하는 것과 같이 교육목표의 달성정도를 추론할 수 있는 더 타당한 문항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교육과정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것은 실효성만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가라는 수단을 통해 측정된 것이 교육내용의 전부가 아닐 수 있고, 원칙상 불가능한 것일지라도 완전한 평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교육은 그 의미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평가위주 교육의 문제점이 평가위주 교육에 의하여 개선되어야 하는 것과 교육내용에 대한 바람직한 학습을 위한 평가로 개선되어져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의미이다. 다시 말해 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평가체계의 구축을 통해 교육내용과 일치하고 학습의 유무를 측정할 수 있어야한다. 평가는 ‘교육목표의 미달’ 뿐만 아니라 ‘교육목표의 달성’까지 정확하게 지시, 즉 교육 목표의 성취 정도와 그 유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교육내용과 평가가 일맥상통하게 조직하는데 어려움이 있더라도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교육내용이 평가와 함께 우리나라 ‘입시위주의 교육’과 ‘평가위주 교육’이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육방법과 교육평가가 단절되지 않은 선에서 평가의 문항과 방식의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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