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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 강 Jun 09. 2024

[에세이 #12] 쓰레기에 대한 대우

나는 3개월에 접어든 초보 일용근로자 이다.

건설현장이라는 곳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들이지만 각 공정의 마지막은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다. 역시나 내가 맡고 있는 공정도 올려 보낸 자재의 20%건설폐기물이 되어 돌아온다. 물론 자재의 낭비라기 보다는 재활용할 수 없는 자투리 부산물들이다. 쓰레기를 처리할 때는 역시 활용이 안되는 나무파레트에 모아  처리한다.  어차피 산업폐기물장으로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쓰러지지 않게 쌓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10년 정도 경력의 동료가 내가

쌓았던 쓰레기를 다시 풀어헤쳐 다시 가지런히 쌓으며 말을 건넨다.

쓰레기라고 아무렇게나 취급하면 안돼요. 반듯하게 쌓아 쏟아지는 것을 최소화하고, 최종 처리하는 사람이 혹 다치지는 않을지 날카로운 부분은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해요. 시간은 더 걸리지만 결국  효율적이죠하며 마지막은 어디선가 작업용 을 가져와 팔레트 사면을 랩핑하는 것이었다.  알겠다고는 했지만 속으로 어차피 쓰레기인데 저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그때부터 따라하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인도의  정신적멘토이자 수도승인 가우르 고팔 다스의  일화를 읽게 되었다. 그가 급한 외부일정에 쫓겨 급하게 빨래를 헹구기 위해  수도꼭지 밑으로 빨래 양동이를 걷어찼다는 것이다. 그때  나이 많은 수도승이 지나가며 물었다고 한다. “뭘 하고 있었지 그가 빨래를 하고 있었다고 대답하자  세번 반복해서 묻고나서  말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양동이나 우리의 소유물 같은 무생물을 무례하고 무신경하게 대할 때, 우리는 결국 인간도 똑같이 대하게 된다. 무신경이 우리의 일반적인 태도의 일부가 되면 우리의 본능은 사물과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사물을 나쁘게 대할 때 그 불감증이 결국에는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스며들게 되지

 건설현장의 10년경력자인  그가  수도승은 아니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비슷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노년수도승의 마음으로 돌아가 쓰레기를 무례하고 무신경하게 대하기 보다는 이 쓰레기를 대하게 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며 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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