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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 강 Nov 30. 2023

[에세이 #2] 플렉스

여느때와 같이 새벽같이 눈이 떠진 일요일말똥 말똥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내를 보니 

일찍 깬 것이 억울한 눈치이다. ‘나이 먹어 그런걸 어떡게 하겠어? ’하고 되뇌이며 너즈시 

제안을 해본다.

억울하면 몸이라도 괴롭히려 갈까?”열심히 걸어보자는 아내와 나만의 은어다

싫지 않은지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기고 뒤를 따른다동은 텄지만 쌀쌀한 새벽6시다.

2층에 전세로 새로 이사온 부부는 아이가 셋이라는 이야기,3층에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는 이야기,근무하는 요양원의 어르신 한명이 엊그제 낙상을 하여 누워계시니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 등 신변잡기식의 두서없는 소식들을 주고 받으며 동네 조그마한 산을 

걷다보니 어느새 두시간이 흘렀다.

이 시간에 문여는 맛있는 식당이 있을까?”중얼거리는 아내의 눈치를 보니 허기가 지는 

모양이다아내는 혈당관리중인지라 얼른 시간을 보니 아침8시이다. 문여는 곳도 여의치 않을

판에 맛있기까지 해야 하다니…. 다행히도 국밥집이 검색이 되어 길가에 핀 야생화를 즐기며

국밥집에 도착했다식당에는 아침준비가 하기 싫어 온 것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 한쌍,

반팔과 반바지를 입었으나 일요일아침 단정하지만 정성들인 머리가 돋보이는 건강한 혼밥 

청년,그리고 80살 가까이 보아는 어르신,이렇게 서너테이블에 손님이 앉아 있었다

젊은 청년은 헬스를 열심히 하는지 건강해 보였으나 국밥을 앞에 놓고 밥은 먹지 않고 

소주한병을 비우고 있었다.아침에 퇴근하는 모양새는 아니고 알코올에 찌든 초췌한 모습도 

아니어서 무슨고민이 있을까 아니면 표정은 나빠 보이지 않아 좋은일이 있나 생각했다그 옆에

어르신은 식사를 하고 있으나 매우 천천히 조금씩 힘겹게 음식을 넘기는 모양새다.지팡이가 

옆에 있는 걸로 보아 거동도 불편해 보였다분위기파악이 끝나고 나에게 주어진 음식이 반쯤

비워질 때쯤 젊은 부부가 주인장과 안면이 있는지 몇마디말과 인사를 주고 받더니 계산을 하고

떠났다그와 동시에 혼술을 하던 젊은 청년이 주섬주섬 카운터로 움직인다.나는 속으로

소주1병정도면  적당히 먹은거니 잘되었다고 생각했다.그때였다.

할아버지~~ 이 청년이 할아버지 식사까지 계산하셨어요라는 주인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청년과 할아버지는 아는 사이인가 보구나

어르신~~ 건강하세요라고 고개를 꾸벅이더니 청년은 발길을 재촉하며 떠났다.

머라구~~ ,~~ 나 저 청년 모르는 데 왜그랬지의아하듯 어르신은 청년이 떠난 방향을 

 물끄러미 계속 바라보고 있다.   

손자가 밥 사주었다고 편하게 생각하세요주인장이 어르신을 다독인다.

순간적으로 한청년에 의한 플렉스가 지나간것이다플렉스는 요즘 세대에게 통하는 자랑 

또는과시라는 신조어이지만 우리세대에겐 쏜다는 말이 더 익숙하다.

청년의 마음속 생각이 궁금했다어버이날이 지난지도 오래지 않은 5월이라 할아버지가  

생각난 걸까? 아니면 술을 한잔 먹다보니 옆에 있는 어르신이 측은했던 것일까또는

몇안되는 주위 사람들에게 나 이런 사람이라고 과시하고 싶었을까?

아내와 나는 먼발치 어르신을 지켜보며 조용조용 예측하느라 정신없었다.


빌라왕 전세사기피해자 극단적선택과 같은 이라는 기사를 보며 과거보다 훨씬 사람간의 불신

이 커질 수 밖에 없어지고 있음을 느낀다옛날에는 빌라계약할때도 전세보증보험 이런거 없이 

마음 편하게 계약했었는데…..

이제는 선의의 행동도 일단 의심의 눈초리로 시작해 체크리스트(대부분이 신원확인이나 증명서)

확인한 후에야 인정하기 시작한다.오늘 나도 어느 젊은이의 선행에 그 의도를 골똘히 생각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길가에 야생화로도 잘자라는 수레국화의 꽃말처럼 마음이 행복해지면 될 것을………

                                                         <수레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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