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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Aug 20. 2023

2학기를 준비하는 교사의 마음

국어교사모임

여름방학 시작과 동시에 9살 6살 두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로 떠났다. 보름동안 온종일 아이들과 부대끼며 치열하고 뜨겁게 방학을 보내고 돌아와 일상으로 복귀하여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내일이 벌써 개학이다. (벌써?) 단 한 번도 방학이 길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이번 방학은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한 학기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뒤에 방학을 맞이하면 지친 마음을 달래며 숨도 고르고, 교과 관련 연수를 들으며 2학기를 준비하기도 했는데 이번 방학은 그런 시간들이 없었다. 아이들과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온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지만  새 학기를 맞이할 준비가 덜 된 것 같아 뭔가 아쉽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료 교사들과의 만남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일이었다. 다른 교사들은 어떻게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보며 나도 슬쩍 묻어가고 싶은 마음도 었다.


한 달에 한 번 우리 지역 국어 교사들과 모임- 말꽃꿈

원래 모임 시간은 퇴근 후 저녁 6시 반이지만 방학 중이기도 하고 특별히 광복절 휴일이기도 해서 낮에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번 모임은 선생님 중 한 분께서 본인의 아지트(농막)초대해 주셔서 마치 놀러 가는 기분이 들었다.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니 이렇게 옥수수 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 시골길이 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내비게이션마저 더 이상 길을 가르쳐주지 않고 뚝 끊겨버린 그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쭉 올라가다 보니 손을 흔들며 반기는 선생님이 보인다. 간단히 빵이나 과일, 아니며 라면을 끓여 먹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황송하게도 손수 식사를 준비해 주셨다.

 정성럽게 만든 나물 반찬에 밥을 스윽슥 비벼 하늘을 바라보며 먹는데.. 꿀맛이 아닐 수가 없었다.

"선생님, 너무 짜 보이는데?"

"이런.. 어쩔 수 없이.. 밥을 더 넣어야 하겠는데요.."

"다분히 의도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나물들이 하나같이 어찌나 맛있는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선생님이 직접 심고 캐서 만들었다는 두릅 무침양념 비법을 전수받기에 바빴다. 이대로 먹고 놀다 낮잠이나 자다 내려가면 좋으련만.....

우린 바로 상을 물리고 서로 머리를 맞대로 공부자세로 돌입했다.

이번 모임엔 각자 2학기 수행평가 계획을 가지고 만났다. 난 작년 2학기 수행평가에서 잘된 점과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하며 개선방법에 대해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했다. 내가 계획한 수행평가가 너무 어렵다는 의견을 듣고 고민에 빠졌지만 여러 가지 대안들을 제시해 주셔서 도움도 받았다.

다른 선생님의 수행평가 계획을 들으며 좋은 아이디어를 얻어 가기도 하고, 같은 지점에서 생기는 고민들과 어려움을 들으며 마음에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2학기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잘게 나눠지고 부서지는 듯했다.


헤어지기 전엔 한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함 읽으면 좋은 그림책까지 소개해주셨다.

<오늘상회>라는 제목의 그림책이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오늘'이지만 모두가 똑같이 사용하지는 않는 '오늘'. 그런 '오늘'을 파는 가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였다.

'오늘'의 소중함과 시간이 흐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슴 뭉클한 그림책이다.

책을 읽고 나의 '오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광복절, 휴일인 오늘.

휴일을 핑계 삼아 집에서 늘어지고 싶기도 하고, 가족끼리 나들이 다녀올 만큼 날씨도 좋은 오늘이었다. 그러나 같은 일을 하는 동료 교사들과 만나 자연 속에서 힐링도 하고, 정성 가득 대접도 받고, 2학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진 오늘이었다. 감사한 마음,  든든하고 뿌듯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이런 마음은 나뿐이 아니었다.

"맛있는 점심식사에 가슴 뭉클한 그림책 소개까지.. 아낌없이 주는 느티나무를 만난 광복절이네요. 생기부 작업이 밀려있어서 마음의 부담이 많았는데 모임에 나오길 잘했어요"

"선생님들의 수업 고민과 계획을 들으면 늘 많이 배우고 고민도 많아집니다. 성장하는 교사가 되는 기분이에요"

"항상 많이 배우고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좋아요. 개학을 앞두고 두려운 마음이 컸는데 선생님들과 함께 2학기를 준비하고 나니 든든하네요."


마지막까지 훈훈하게 모임은 마무리되었다. 2학기를 잘 헤쳐나갈 용기가 우뚝 솟은 오늘이다.

얘들아! 내일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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