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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Jun 09. 2023

거짓말 탐지기는 더이상 그만!

문제) 다음과 같은 일을 하는 직업을 고르시오.

- 범인을 밝힌다, 갈등을 조정하여 합의를 유도한다, 거짓 유무를 조사하며 증거를 수집한다.


정답이 너무 쉽나?

경찰? 검사?


안타깝게도(?) 위 활동은 내가 수업 외에 자주 하는 활동들이다.^^;;

 

아침부터 거짓을 가려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선생님 저 버스를 잘못 탔어요. 그래서 일단 아무 정거장에서 내렸는데 다시 버스 타고 학교 가려면 좀 늦을 것 같습니다."

"아, 그래? 지금 네가 내린 그 정거정 이름 좀 대봐~"

"네? 아. 그니깐. 여기가 어디냐면요.."

"얼른 준비하고 와~"

"네...."


"선생님, 저 늦어서 택시를 탔는데 학교 거의 다 왔는데 돈을 안 가져왔어요. 다시 집에 들러서 돈 가지고 학교 가면 좀 늦을 것 같습니다."

"아 그래. 나 지금 돈 가지고 정문 앞으로 나갈게. 그냥 바로 와~"

"네? 아. 그게 아니라.."

"얼른 준비하고 와~"

"네...."

사실 이런 거짓말은 좀 귀엽다. 그냥 당당하게 늦는 아이들도 많은데 나름 지각에 대한 변명을 궁리하는 그 성의가 갸륵하다.


코로나가 유행인 당시에는 이런 거짓말도 많았다.  

"선생님, 아침에 열이 나고 목이 아파요. 코로나 검사 좀 하고 오겠습니다."

검사 결과는 다음날 아침에 나오기 때문에 그날은 학교에 오지 않아도 인정결석으로 처리된다.

그렇게 하고 다음날 '음성'이라고 하고 학교에 나오면 된다. 결과를 알려주는 보건소 문자를 보여달라고 하면 지웠다고 한다.

나중엔 친구가 받은 문자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달하여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보건소에 전화해서 000 학생이 검사를 받았는지 확인하게 되고 결국 받지 않았음이 밝혀진다.

이런 거짓말도 봐줄 만하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니까. 그저  나를 기만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좀 나쁘고, 거짓임을 밝히기 위해 확인하는 과정이 귀찮고 시간이 아깝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아이들의 거짓말이란 게 생각보다 치밀하지 않기 때문에 금방 들통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왜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다가도 그 상황을 헤아려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언젠가부터는 진실을 말해도 의심부터 하고 보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마음으로 한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합리화하기도 한다.  


오늘도 서로 다른 증언들 속에서 거짓을 가려내고 갈등을 원만하게 조율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이런 날은 육체보다 정신적 피로를 더 느낀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뚜렷한 경우는 그나마 쉬운데 애매한 경우가 문제다.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는 경우, 누구의 말이 거짓인지 알아낼 때면 솔로몬의 지혜를 빌려오고 싶어 진다.

이런 나의 고민이 무색하게 여겨질 만큼 옆자리 선생님의 표정은 사뭇 심각하다 못해 비장해 보인다.

곧이어 옆자리 선생님의 취조와 심문이 이어졌다. 신분증을 위조하여 담배를 사서 그걸 다른 아이들에게 웃돈을 받고 판 아이. 아이들은 갈수록 용의주도해지고 선생님들의 수사(?) 방법도 치밀해진다. 가끔은 여기가 교무실인지 취조실인지 헷갈리기도 하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렇게 까지 하는 것인가? 처벌이 목적이라면 수사기관에 넘겨도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처벌이 아닌 교화에.가깝다.  그래서 때론 옳고 그름보다, 거짓인지 아닌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거짓인지 아닌지 보다는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진실을 밝히는 일은 언론인의 일이고, 처벌을 하는 것이 법조계의 일이라면 무엇이 교육적인가를 고민하는 일이 우리 교사의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적인 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 그 또한 어렵지만.ㅠㅠ


교사라는 직업이 옳고 그름 뿐 아니라 도덕적, 교육적 의미와 그 가치까지 판단해야 한다는 게 너무 막중한 책임을 떠맡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그럴 자질이 있는지는 더욱 모르겠다. 그저 그들보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교사라는 이유로 맡겨진 무거운 책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할 뿐이다.


한 가지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서는 일곱 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한다. 감추기보다는 인정하고 반성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록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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