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쓰기 위해 일기를 쓰기로 했다.
퇴근하고 들어와 두 아이 육아를 끝내 놓고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으니 키보드를 두드릴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지? 떠올려보니 마땅히 떠오르는 일이 없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이다. 몇 줄 쓰고 나니 더 이상 쓸 말이 없어서 일기장을 덮어버렸다.
그러나 가끔 마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차고 넘쳐흐르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은 일기를 몇 장씩 썼다.
대부분 화가 나고 억울하고 속상한 일이 있는 날이었다.
글을 통해 분풀이를 하는 것이었다.
특히 남편이 몹시 미운 날, 아이들로 인해 많이 지친 날은 나 하루의 고단함과 속상함을 글을 통해 풀 수 있었다.
왜 똑같이 일을 하고 들어왔는데 육아와 집안일 역시 내 차지가 되어야 하는가? 남편이 들어주지 않는 하소연을 일기장에 대고 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가끔 나의 두 발목에 채워진 족쇄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파랑새가 되어 훌쩍 떠나고 싶은 날도 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엄마자격을 운운하며 비난받을 것만 같았다. 인정받지 못하는 감정을 일기장에 쓰며 내가 나를 위로했다.
그러다 어느 날 쓴 일기를 다시 읽다가 몹시 놀랐다.
나의 하루는 매일이 억울하고 분하고 속상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일 투성이었다.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내 인생은 달라지지 않는구나.
몇 달 전이나 오늘이나 어쩜 하나도 변한 것이 없네. '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괴롭고 속상한 날 주로 글을 썼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분명 행복하고 좋은 날, 잘 지낸 날도 있었을 텐데 아니 더 많았을 텐데 그런 날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날 이후 괴로운 일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그만두었다. 내 인생이 매일 괴롭다는 증거를 남기는 것 같았다.
쓰지 않으니 공허한 날들이 계속되었다.
분명 글에는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했는데 그럼 어떻게 글을 써야 치유받을 수 있을까?
오늘도 나를 힘들게 한 그 사람에 대해 글을 썼다. 그의 어떤 말이 나를 아프게 했는지 적어보고, 나는 왜 그 말이 아팠을까를 생각해봤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에 내가 누군가의 말로 인해 아프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했다.
괴로운 일을 적어 감정을 털어 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괴로운 마음의 원인을 살피고 괴롭지 않기 위한 나의 노력들 다짐들을 적어갔다.
우울한 일로 가득한 일기장이 기대와 희망과 다짐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며칠 뒤 다시 읽은 일기장에서 나는 매일 괴로운 사람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괴로운 날 뿐 아니라 즐거운 날도 꼭 일기를 쓰기로 했다.
무슨 일 때문에 기뻤는지 그 사람의 어떤 말과 행동이 나를 행복하게 했는지를 썼다.
쓰면서 감사한 마음이 더해졌고 기쁨은 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