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사라진 수업을 꿈꾸며

학부모 공개수업을 다녀와서..

by 슈퍼엄마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이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육아휴직을 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잘 지내는 것 같아 2학기에는 나도 직장에 다시 복직을 했다.

정신없이 바쁜 워킹맘으로 살다 보니 수시로 올라오는 아이의 학교알리미를 놓치는 적도 많다.

그러다 주말에 미용실에 갔다가 엄마들이 '학부모 공개수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00 엄마도 그날 학교 가요?"

"아, 제가 학교 알리미 확인을 제대로 못해서 놓칠 뻔했네요. 언젠데요?"

"응, 다음 주 화요일이요.

그날 안 가는 엄마들 거의 없는 것 같던데.."


초등학교 입학하고 첫 공식 행사라 많은 부모님들이 참석할 거라기에 나 역시 수업시간을 교체하고 참가했다.

아침에 아이에게 학교에 가겠다고 말했는데 시간이 다 되도록 엄마가 오지 않아 걱정이 되었는지 문 밖에 나오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나를 보자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드는 아이와 함께 교실로 들어갔다.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갈 뻔했는데 저렇게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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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할머니가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이들의 표정이 상기되어 보인다.

우리 아이도 뒤쪽을 힐끔거리며 나를 향해 손을 몇 번이나 흔들어 보인다.

아이들과는 반대로 선생님의 표정은 긴장된 모습이 역력하다.

'학부모님들 너무 많이 와서 담임 선생님 긴장 좀 하셨겠네..'

자꾸만 학부모가 아닌 선생님의 감정이 이입되는 나를 발견한다.


수업이 시작되어도 여전히 어수선하다. 그러나 적당히 활발한 모습이 오히려 생기 있어 보기 좋아 보인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부모님들이 오시는 날 선생님은 똘똘한 아이 한 두 명을 골라 미리 질문에 대한 대답을 연습시켰다. 일명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그러나 요즘 학교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며

"누가 한 번 말해볼까요?"

라고 하자 교실은 순식간에 시장터가 되어버린다.

"저요! 저요~~~ "

이 모습을 예전에 봉숭아학당이라는 개그프로에서 본 것 같다. ㅎ

손을 드는 것도 모자라 나를 좀 봐달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드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우리 아이도 열심히 손을 흔들더니 기어코 대답을 하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대답하자마자 내쪽을 또 한 번 쳐다본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

대답하느라 진땀을 빼는 선생님 모습은 안쓰럽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귀여운 1학년 아이들의 수업을 보고 나서 다음 내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부리나케 학교로 돌아왔다.

수업을 시작했고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마스크는 굳게 다문 입을 상징하는 듯하다.

몇 번을 다시 물어봐도 똑같은 반응이다. 혹시라도 시킬까 봐 나랑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올해 2학년 아이들은 작년에도 내가 가르친 아이들인데 작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갈수록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입을 다물고 멍하니 있는 모습에 걱정이 된다.

재미와 긴장감을 더하려고 뽑기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답할 사람을 지목해본다.

뽑기에서 숫자가 불려지면 걸리지 않은 나머지 아이들은 일제히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번엔 다음 주에 있을 시험과 관련해서 아이들에게 질문할 시간을 줘보지만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다.

지금 이 아이들도 초등학교 시절엔

팔을 길게 뽑아 들고 저요 저요! 를 외쳤을 텐데..

왜 갈수록 교실에서 침묵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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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뭘 물어야 할지 몰라서이다.

이건 자기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책에 있는 내용, 선생님의 말씀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니 의문이 생길 리 없다. 가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생겨도 의문을 제기하기보다는 그냥 외우는 쪽을 선택한다.


두 번째는 남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이걸 물어봐도 되나?

멍청한 질문이라고 하면 어쩌지?

이런 쉬운 것도 모른다고 남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그동안 질문 후에 받아온 핀잔과 무시, 혼난 경험들이 누적된 결과 같다.


이렇게 조용한 교실이 가끔 활기를 띨 데가 있다.

바로 독서수업을 할 때이다.

책을 읽고 좋았던 구절 또는 인상 깊은 구절을 한 문장 뽑아 말해보도록 한다. 책에 대한 감상을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마음에 드는 한 문장을 골라 읽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인상 깊은 구절을 나누고 나면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서로 고른 문장이 모두 다른 것에 아이들도 놀란다.

그리고 서로 묻는다.

"너는 그 문장이 왜 좋았어?"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로가 질문을 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답을 한다.

순식간에 교실은 소란스러워진다.

그러나 나는 이 소란스러움이 반갑다.

옆에 가서 살짝 엿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하고 지냈구나. '

'그런 게 궁금했구나. '

내가 온 줄도 모르고 열심히 떠들다가도 나를 발견하면 부끄러워하고 목소리가 작아진다.

"괜찮아 계속해~"

혹시나 자기 생각이 틀렸을까 봐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조용히 뒤로 물러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정답'에 의존하게 되는 것 같다.

시험을 보고 답을 맞히는 것처럼 자신이 하는 생각에도 왠지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틀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걸 남들이 알게 될까 봐 열심히 감춘다. 그걸 감추는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사라진 교실에는 침묵만이 남는다.


아이들의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맞고 틀리는 것에서 벗어나 모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경험이 많아야 한다. 독서수업이 그런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아 오늘도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본다.


오늘은 집에 가면 열심히 질문을 쏟아 낼 내 아이에게 귀찮아하지 말고 대답해줘야지, 실컷 말할 수 있도록 들어줘야지..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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