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최대 난관은 바로 '수면부족'이었다.
나는 잠에 매우 예민하다. 환하거나, 시끄러우면 잠을 잘 수가 없고 작은 소리에도 잘 깬다. 그리고 한 번 깨면 다시 쉽게 잠들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신혼 때도 늦게까지 티브이를 보다 잠드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첫째아이는 나를 꼭 닮았다.
작은 소리에도 깨는 건 예사였고, 품에서 내려놓기 무섭게 눈을 떴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는데, 아이는 3년이 지날 때까지 '통잠'이라는 걸 자본 적이 없다. 수시로 깨서 우는 바람에 그때마다 나도 덩달아 깼다. 아이는 깼다가 다시 잠이 들어도 나는 다시 잠들지 못해 한참 뒤척였다. 그러다 잠이 올만 하면 다시 아이가 깨고..
그렇게 잠 못 들어 괴로운 날들이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적게는 2번 많게는 하룻밤에도 5번은 깬다는 나의 하소연을 들으면 지인들은 "아니, 어떻게 살아??"라고 놀라곤 했다.
맞다. 나는 정말 그 시절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잠을 못 자 심하게 우울하고 신경질적이 되어갔다. 그래서 둘째를 낳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번에는 좀 잘 수 있을까?
나의 바람 덕분인지 둘째는 첫째보다 잘 잤다. 그러나 한동안은 밤중 수유 때문에 깰 수밖에 없었다. 억지로 잠을 청하는 데도 지쳤을 무렵, 나는 무작정 책을 펼쳐들었다. 한밤중에 홀로 깨어 유축하면서도 책을 읽었다. 잠든 아이를 안고 있거나 유축할 때는 손이 자유롭지 못해 책장을 넘기기 불편했다. 그때부터 전자책을 보기 시작했다. 조명이 필요 없어 밤에도 보기 편했지만 눈이 피로하고 시력이 걱정되었다. 알아보니 전자책 리더기는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고 하길래 전자책 리더기를 구입했다. 정말 눈이 덜 피로하고 편리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었다.
그 후로는 한밤중에도 깼을 때도 억지로 다시 자려고 애쓰지 않고 그 시간에 책을 읽었다. 읽다가 잠이 오면 다시 자고, 또 잠이 오지 않으면 책을 읽고..
밤에 어떻게든 자려고 기를 쓰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아이가 깨는 것에도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차라리 잘됐다 고생각하며 내가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었다.
이때부터 언제 어디서나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도 손만 뻗으면 언제나 책을 집어 들 수 있도록 집안 곳곳에 책을 비치해두었다. 그렇다 보니 직장을 다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적어도 일주일에 두 권 이상 책을 읽게 되었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커서 밤에 깨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와 집안일에 육아까지 하고 나면 너무 피곤해 책을 읽기 어려웠다. 아이들을 재우는 동시에 같이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
대신 일찍 잠드니까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그때부턴 새벽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기로 했다. 출근하기 전 30분에서 1시간 정도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나의 독서습관을 신기해하는 사람들은 묻는다.
"아이 둘 키우는 워킹맘이 책 읽을 시간이 어디있어요?"
그때마다 나는 준비된 대답을 꺼내놓는다.
"짜투리 시간만 활용해도 충분하더라구요"
고요한 새벽, 잠들기 전,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나는 책을 읽는다.
잠을 못 자 괴롭고 힘들었던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 삶이 많이 달라졌다. 살다 보면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내 맘 같지 않은 일들이 정말 많다. 그때마다 주어진 상황을 탓하거나 바꾸려고 애쓰기보다는 그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내 삶에서 불평과 원망보다 기쁨과 감사가 더 많아졌다. '나는 할 수 없다'라며 포기하는 대신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한 고민들이 내 삶을 조금씩 더 나아지게 만든다.
지금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못마땅한 상황이 있다면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말자.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상황도 좀 더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나를 바꾸는 일'이라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