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초기, 공포에 떨었던 기억이 있다. 알람 메시지가 연신 불안을 자극하는 중에도 나는 '설마... 내가 걸리겠어.'라는 다소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주위에는 확진자도 없었고 혹시라도 걸릴까 봐 가급적 불필요한 외출도 하지 않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조심스럽게 지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다고 연락을 받게 되었다. 검사 결과 다행히 음성이 나왔지만 2주간 자가격리를 통보받았다.
'설마 별일 있겠어.. 아니겠지..'
몸도 마음도 답답했지만 2주면 끝날 거라는 생각에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참았다.
하지만 결국 내게도 현실이 되고 말았다. 자가격리 해제 전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더니 가족들이 줄줄이 확진을 받았고, 나와 아이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난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 주변에 열심히 놀러 다니는 사람들은 걸리지도 않던데,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 하필 내가 걸릴게 뭐람.’
‘한창 바쁜 시기인데 직장에도 민폐를 끼치게 되었네.. 다들 나 때문에 힘들겠지?'
속상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병원 생활은 생각보다 더욱 지치고 힘들었다. 병실은 5명이 함께 생활했는데 감옥이 따로 없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세 돌도 안 된 아이와 함께라서 더욱 힘들었고 신경은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핸드폰 화면에 <운의 알고리즘>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잘 될 운명은 따로 있다고?!'
난 평소 운이 좋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은 쉽게 잘만 얻는 기회도 나는 열심히 노력을 해야 겨우 얻는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지금까지 경품, 이벤트 등에 당첨되어 본 적도 없고, 시험도 한 번에 붙는 일이 거의 없었다.
대체 잘 될 운명은 어떤 건지, 운이 좋아지는 비결이 정말 있는 건지, 있다면 내 운도 좀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타로 마스터 정회도 씨가 실제 타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터득한 운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단 작가의 이력이 꽤 흥미로운데, 그는 sbs공채 개그맨 10기로 무한도전 출연이 가장 간절한 소망이었다고 한다. 군대에서 우연히 타로카드를 접한 그는 결국 개그맨으로서가 아니라 타로 마스터로 무한도전에 출연하게 되었다. 정회도 씨는 이 모든 게 우연이 아니라 '운'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평소 남들보다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는데 '왜 일이 잘 안 풀리지..'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이 책에서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운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운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내가 한 행동과 말들이 파장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내 운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 모습을 돌이켜봤다.
나는 평소 남과 비교를 많이 하고 지난 일을 후회하며 나를 많이 탓하는 성격이다. 그런 나의 행동들이 나의 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운이 따라준 덕분에 잘 된 일도 많은데, 그렇지 못한 일에만 집중하며 운이 없다는 한탄을 쏟은 적도 많다.
사실 이번에도 갑자기 직장을 한 달이나 비워야 하는데 대체 인력이 바로 구해진 것도 운이 좋았고, 직장이나 주변에 더 이상 확진자가 안 생긴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비록 확진되었지만 크게 아프지 않았고 아이가 잘 버텨주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왜 하필 내가 걸렸을까..'라면서 나의 운 없음을 탓하기만 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아이를 낳고 복직하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자기 계발을 위해 새벽 기상을 하고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다. 어쩌면 잠깐 멈춰서 나를 돌아보고 점검할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운의 알고리즘> 책을 읽은 후, 나는 병실에서 새벽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낮에는 아이와 실컷 놀아주었다. 덕분에 그동안 달리기만 하느라 놓쳤던 삶의 여유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코로나는 나에게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 후로도 나는 의식적으로 감사한 일을 찾으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긍정적인 말로 하루를 시작했고, 자기 전에 오늘 하루 감사한 일을 세 가지씩 적기도 했다. 적다 보니 내가 생각보다 꽤 운이 좋고, 감사할 일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동안 바라던 일들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곧 방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방학 때 강의를 해달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병실에 있는 동안 책을 읽고 서평을 썼는데 우수 서평으로 뽑히는 일도 생겼다.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일에 용기 내어 지원했는데 합격 소식을 듣기도 했다.
퇴원을 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 불쑥 부정적이고 비교하는 말들이 습관처럼 떠오를 때도 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일상의 크고 작은 깨달음과 노력들이 쌓이면 조금씩 삶이 변화한다는 것을 이제는 믿기 때문이다.
지금 삶이 힘들다면 미래에 좋은 운이 들어왔을 때 그 운을 받을 수 있는 그릇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여겨야 한다. 힘든 일이 있어야만 큰 그릇이 단련될 수 있다.
지금도 삶이 힘겹고 버겁다고 느껴지는 날이며 책 속의 구절을 떠올린다. 그리고 미래에 다가올 좋은 운을 받아들일 그릇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하루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