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도전하기 좋은 나이

by 슈퍼엄마

육아를 할 때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체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온갖 투정과 떼를 받아주는 인내심과 이해심도 넓은 마음이 아닌 강한 체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워킹맘으로 살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소진되는 것이 느껴졌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긴장한 상태로 정신없이 일하고 나서 퇴근을 하면 또다시 집으로 출근하는 기분이다. 몸이 힘드니 자꾸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게 되었다. 그냥 넘어갈 사소한 일에도 욱하는 경우가 늘어나니 몸이 힘든 건 둘째치고 자꾸만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죄책감은 자기 비하로 이어져 '엄마자격'을 운운하게 되고 자존감에 상처를 내고 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운동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지..


그러다 우연하게 <마녀 체력>이라는 제목의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책 만드는 일에 골몰하던 에디터가 40이 넘어 운동에 눈을 뜨고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과 마라톤을 즐기는 마녀 체력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귀찮고 힘든데 철인 3종 경기나 마라톤이라니..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나도 20대 때는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체력에 자신이 있었다.

대학생 때는 국토대장정에도 도전했고 등산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주말마다 등산을 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마치 전생 같은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 시절 나는 분명 생기가 넘쳤다. 지금처럼 씻지도 못한 채 애들 재우다가 함께 곯아떨어지는 모습 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얻는 것은 물론, 생기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저자는 그저 운동을 시작했을 뿐인데, 체력이 좋아졌을 뿐인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회들이 찾아오고 그리하여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운동 이야기이지만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녀의 끊임없는 도전과 달라진 인생 이야기가 나를 설레게 했다.


'지금과는 좀 다르게 살고 싶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이지만 선뜻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다. 지금 상태로도 벅찬데 무언가 새로 시작하거나 변화를 꿈꾸는 것은 남의 이야기 같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체력이 좋아지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체력이 도와준다면 할 수 있는 일도 더 많아지고 그럼 지금과는 좀 다르게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기대하고 꿈꾸는 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책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몇 년 전 홈쇼핑으로 사서 베란다에 처박아 둔 바이크를 꺼내 20분간 탔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러나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씻고 자려고 누웠는데 개운하고 상쾌했다. 설레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 후로 아이들을 재우고 매일 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며 홈트를 하고 바이크를 탔다. 쉽지 않았지만 그 좋았던 기분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몸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운동에 재미를 붙이면서 운동 관련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무튼 피트니스>를 읽고 나서는 헬스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전까지는 헬스를 지루한 운동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책에서 이 구절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삶이 지루하다고 해서 늘 익사이팅한 경험을 만들고 매일 여행을 떠날 순 없지 않은가. 살아가려면 늘 고만고만한 일상과 맞물려 돌아가는 소소한 성취에서 기쁨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피트니스의 지루함은 삶의 그런 모습과 닮아있다.

삶과 닮은 모습의 운동이라니...

당장 남편에게 아이들을 씻기고 밥을 먹이고 8시에 운동을 하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몇 번 하다 말겠지.. 하는 생각이었는지, 아님 모처럼 생기 있어 보이는 아내의 모습이 반가웠는지 남편은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그렇게 헬스를 시작하였다.

생각보다 헬스는 재미있었고, 조금씩 중량을 높여나갈 때마다 성취감도 있었다.

<아무튼 피트니스>는 운동에 관한 책이지만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먹는 것은 취향이고 습관이고 역량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크게 와닿았다.

언젠가부터 식사는 내게 대충 때우거나 아이들이 먹다 남긴 것을 처리하는 식이 되었다. 가끔 인스타에서 혼자 먹는데도 그릇 세팅에 플레이팅까지 신경 쓴 사진을 볼 때마다 감탄하기는 했지만 나는 그럴 시간이 없다며 합리화하곤 했다. 그러나 내 몸을 위해 운동을 하는 만큼 내 몸을 위해 잘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해서 식사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에 나온 내용을 모두 따라 하긴 어렵지만 그중에 딱 하나씩은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과일이나 야채 섭취가 거의 없던 내가 아침마다 과일 먹기 시작했고, 쌀밥을 현미밥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렇게 하나씩 서서히 바꿔나갔다. 그리고 마음이 느슨해지지 않게 꾸준히 관련 책들을 읽으며 동기부여를 하고 방법을 마련해나갔다.

음식을 잘 차려먹고 나를 위해 운동하는 시간은 늘 엄마라는 이름에 가려져있던 '나'를 찾는 시간이었다.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 좋았고 내가 소중한 존재가 된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에 내 몸은 많이 변해있었다.

전보다 가벼워졌고 건강해졌다. 그리고 마흔 살은 앞둔 어느 날 내 몸이 이십 대 때보다 날씬해졌고 더 건강해졌다고 자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기념하고 싶어 바디 프로필에 도전하게 되었다.


세상 일이란 참 알 수가 없다.

운동할 시간 있으면 잠이나 더 자겠다던 내가 매일 운동을 하고, 고기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던 내가 과일과 야채 섭취를 늘리고, 뚱뚱하고 못생긴 모습을 마주하는 게 싫어 거울도 잘 안 보던 내가 바디 프로필이라니...

지금도 여전히 먹는 것에 신경 쓰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새벽에는 수영을 하고 주말에는 러닝을 한다. 우연히 만난 책 한 권으로 나는 조금씩 변했고, 마음이 느슨해질 때마다 책으로 단단히 조여 맸다. 오랜 시간 유지하다 보니 모든 게 습관이 되어 자연스러워졌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행동하는 나'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갈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가는 것은 다르다."

내게는 그 길을 알려주는 것도 책이고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책이었다.

책 덕분에 현재에 머물기보다는 변화 꿈꿨고, 그걸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방법도 책이 알려주었다. 책은 때론 당근으로 때론 채찍으로 나를 움직이게 했다.


덕분에 늘 하고 싶은 게 많은 마흔 살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