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북 독서모임

by 슈퍼엄마

인문, 사회, 문학.. 다양한 분야의 책을 즐겨 읽지만 유독 어려워하고 재미없어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경제'분야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이자, 한 가정의 재정을 책임지는 주부이기도 한데 경제관념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했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주변에서도 경제, 투자 관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나 역시 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부를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경제 신문 구독도 신청하고 경제 관련 유튜버의 추천을 받아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 답>이라는 책도 구매했다. 보기만 해도 엄두가 안나는 벽돌 책이었지만 다들 좋다고 하니까 매일 30분씩 읽어가며 주요 용어나 원리 등을 익혀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의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졌고 벽돌책은 정말 벽돌처럼 책장 한 자리를 차지하고 꿈적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책장에 있는 그 벽돌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ㅠㅠ


그래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다시 한번 도전하자!!


그러나 나의 의지가 못 미더워 내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 공간에 '경제도서 읽기' 함께 할 사람을 모집했다. 역시나 나처럼 경제공부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혼자 하기에는 엄두가 안 난다는 사람들이 6명이 모였다.

처음에 우리는 그 책을 매일 30분씩 읽고 인증하는 것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2주에 한 번 줌으로 만나 서로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한 달 만에 겨우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책을 끝까지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계속해서 경제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이 10개월째 접어들었다.


모임이 지속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끈끈해지자 우리는 모임의 이름도 하나 짓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독서모임의 이름은 '정글북'이다.

-정글 같은 자본주의 세상을 책(book) 책을 통해 이해하고 살아남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는 경제 관련 도서와 익숙해지는 것이 목표였기에 적은 분량이라도 매일 읽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래서 단톡방에서 매일 독서 인증과 함께 그날 읽은 부분에 대해 간단한 코멘트를 달았다.


덕분에 혼자 읽으면서 지나쳤던 문장들도 다시 한번 보게 되고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부분도 정리하며 볼 수 있었다.



책의 분량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보통 2주에 한 권 정도를 읽고 토요일 새벽 6시에 독서모임을 한다. 그리고 반드시 서평을 써서 공유한다. 서평을 쓰지 않거나,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기도 한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책이 너무 재미없고 어려워서 차라리 벌금을 낼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많고, 모임을 그만두고 싶어 한 적도 있다.

특히 경제학자들의 경제이론을 담은 책이나 경제사에 관한 책은 이해가 안 돼 몇 번을 반복해서 읽다가 결국 다 못 읽고 독서모임이 참석한 적도 있다. 그러나 정말 어렵고 재미없게 읽은 책인데 독서모임은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나뿐이 아니었다.


"너무 어려워서 도중에 몇 번이나 책장을 덮어버렸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 나만 어려운 게 아니구나.' 하는 위안을 살짝 얻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이 정리되는 경우도 생겼다. 혼자 읽을 때는 어렵고 재미없게만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잘 정리된 다른 사람의 서평을 읽는 것은 또 하나의 공부가 되었다. 그렇게 독서모임 덕분에 10개월 동안 20권 가까이 경제 관련 도서를 읽을 수 있었다.

매일 같이 경제 관련 책을 읽으니 확실히 용어에 익숙해졌고 신문기사를 읽을 때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크고 작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씩 이유는 다르겠지만 독서모임을 계속 지속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우리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경제 관련 지식뿐 아니라 나중엔 각자가 자기고 있는 경제 관련 고민이나 어려움을 나누기도 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어려움을 해결해나갈 방법을 구하기도 했다.

우리 모임에서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가정의 애환들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이 드라마 같다. 그래서 서로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도 해주고 있다. 며칠 전에는 서울, 경기, 강원, 경북, 전남.. 전국 각지에서 흩어져있던 우리가 오프라인 만남도 가지게 되었다. 이번에 두 번째 만남이었다.


매주 카메라를 통해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눠서 그런지 정말 친근하게 느껴지고 수다가 끊기지 않는다. 생각하면 너무 신기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경알못으로 평생을 지내온 내가 경제도서를 매일같이 읽고 있다는 것도..

사는 곳도 직업도 나이도 전부 다른, 살면서 평생 마주칠 일 없었을 것 같은 우리가 책을 통해 만나 이렇게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을 나눌 때마다 나의 세상은 조금씩 넓어지는 것 같다.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에 도전하게 하고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과 만나 생각을 나눈다. 전에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들인데 함께 읽으며 가능해졌다. 우리의 만남과 지속 그 과정에 책이 함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