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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Feb 24. 2023

3월을 준비하는 교사의 마음

십여 년 전 신규교사일 때 선배 교사를 따라가 지역 국어교사 공부모임을 처음 시작했다. 한 달에 한두 번 모여서 수업 자료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는 그 시간 동안 국어교사로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선배 교사는 지역을 떠나면서 나에게 모임 회장 자리를 맡겼고, 그 자리가 버겁고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잘해보고 싶었다. 내가 이 모임을 통해 도움을 받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선생님들의 잦은 지역 이동과 탈퇴 속에서 모임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나도 아직 어린아이 둘을 키우면서 방과후에 따로 시간을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나마 겨우 끌고 가던 모임은 코로나 이후에 더 힘들어지다가 결국 작년 1학기에 내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잠정적으로 휴식기에 들어갔다.

지난달에 전국 국어교사모임에 나갔을 때 지역 모임을 다시 시작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사실 모임의 장을 맡는다는 것은  어깨가 무거운 일인 동시에 성가신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참여도 관심도 적은 모임을  끌고 가다 보면 기운도 빠지고 상처받는 일도 많다.
누가 알아주는 일도 돈이 생기는 일도 아니다. 은근히 신경 쓸 것도 많고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 개선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생각하면 또다시 마음이 설렌다.

그렇게 나는 또 일을 벌였다.

예전에 함께 모임을 했거나, 모임에 관심 있다고 한 선생님들을 모아 오늘 첫 만남을 가졌다.
총 6분이 나와주셨다. 이 중 한 분은 교사 경력 27년 차로 내가 1정 연수받을 때 강의를 해주셨던 분이다. 아직도 이렇게 배움에 열정적인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벌써 마음이 든든하다.

우리는 오늘 앞으로의 모임의 방향을 정하고 시간도 장소도 구체적으로 정했다.
새학기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서로의 고민과 답변들이 오고 갔다. 첫날인데도 벌써 너무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
- 작년에 열심히 준비해 간 수업에서 좋지 못한 피드백을 받았다는 이야기와 학기말 시험이 끝난 후 아이들의 돌변한 태도에 상처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몇몇 아이들의 반응과 태도에 휠 둘려선 안된다. 목소리를 내지 않지만 잘 따라와 주는 고맙고 예쁜 아이들을 놓쳐선 안된다. 교육의 성과가 바로 나오길 기대하지 말자. 좀 더 멀리, 나중을 바라보며 현재 열심히 하자... 등

우린 한 학기 동안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가장 큰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부터 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음 달 모임까지 1학기 평가계획을 세워서 함께 공유하고 피드백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 마음이 바빠진다.
이 바쁨은 정신없음 보다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에 가깝다.

나는 오늘 다시 모임을 만들고, 시작하기로 용기를 낸 나를 조금 칭찬해 주고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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