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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바닐라라떼 Sep 22. 2020

기회라는 게 그렇잖아?

주름이 다 뺏어가




멜로가 체질 3화

은정

" 그래, 다 자기 입장이라는 게 있지. 있지만, 우리 나이에 안 한다는 말
더 신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기회라는 게 그렇잖아. 주름이 다 뺏어가.
나이 먹을수록 잘 안 오잖아 기회"

한주

"그러고 보니까 안 하겠다는 말 나 해본 기억이 멀어.  
그게 뭐라고 그런 말도 못 하고  왠지 슬프지만 내가 안 한다고 하면
자기가 하겠다는 애들이 뒤에 백만 명이 서있어"



기회라는 게 그렇잖아? 주름이 다 뺏어가. 그러고 보니까 안 하겠다는 말 나 해본 기억이 멀어.


드라마 작가로 나오는 여주인공이 자신에게 들어온 작품 제안을 거절했다는 말을 들은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고받은 대사다. 이 대사에 내 눈시울이 붉어졌던 건 '안 해요, 안 해'라는 말을 해본 게 언젠지 기억이 안 나서였을까. 그게 뭐라고 그런 말도 못 하고 살까.


내가 안 한다고 하면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는 한주의 말이 쓰렸다.


어릴 때는 "으앙~ 이거 하기 시져~"하며 울고 떼쓰며 자랐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거절의 자유를 주름에게 빼앗겼을까. 기회라는 걸 좀 놓치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래서 거절하고 싶을 때도 있는 건데 우리는 그걸 '게으름'이란 이름으로 비난한다.


때가 되었으니 직장을 잡아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하고, 아이를 나아야 한다. 그런 것들을 그때에 하지 않으려면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다. 기회를 잡으라는 말은 지겹게 들었는데, 기회를 거절하는 것도 용기라는 말은 좀처럼 듣기 힘들다.


내가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찾아온 기회를 거절할 줄 안다는 건 내 마음을 잘 살필 줄 안다는 거예요. 내 마음이 하기 싫어하는 일은 안 할 수도 있어요. 당신이 안 하면 내가 하겠다고 줄 서있는 백만 명에게 등 떠밀려 할 필요는 없어요. 주름이 뺏어갔던 "안 해요, 안 해"라는 말을 다시 찾아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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