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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바닐라라떼 Sep 20. 2020

어머니는 꽃도 딸처럼, 딸도 꽃처럼 키웠다

욕심 없이


나의 아름다운 이웃_박완서


그 여자의 어머니는 꽃도 딸처럼, 딸도 꽃처럼 욕심 없이 사랑하고 키웠기 때문에 집을 울타리 친 꽃의 종류도 딸의 성장과 함께 이렇게 바뀌어갔다.






엄마가 날 꽃처럼 욕심 없이 사랑하고 키웠기 때문일까. 예쁜 꽃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부모님과 일찍 이별하고 4남매 중 혼자 여자로 컸던 엄마는 뱃속 아이가 딸이라는 소식을 알았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고 했다. 남자 형제들 틈에서 귀띔해주는 사람 없이 홀로 소녀에서 여자가 되어야 했던 엄마에게 딸이 생겼다는 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 같았을까.


돌이켜보니 엄마의 딸로 태어난 건 축복이었다. 우리 집은 형편이 넉넉했던 편은 아니었지만 사랑은 늘 넉넉했다. 학창 시절에 난 문구점 딸이었다. 더 어릴 적엔 갈빗집을 했었는데 유치원을 다니던 오빠가 받아쓰기 노트에 '삼겹살, 소주, 맥주'를 따라 적은 걸 보고 그날로 아빠는 학교 앞 문구점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만큼 우린 사랑을 받고 자랐다.


그중에서도 나는 엄마의 욕심 없는 사랑을 만지고 먹고 컸다. 엄마는 나를 딸이 아닌 친구 대하듯 대해줬다. 욕심 없이 사랑하고 키운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어린 여자아이는 변덕스럽고 고집스러웠지만 엄마 앞에서 늘 취향을 존중받았다. 변덕과 고집이 아닌 좋아하는 것이 많은 아이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면 욕심 없이 사랑하고 키운다는 것이 얼마큼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겠지. 그때마다 엄마가 얼마나 그립고 보고 싶어 질까. 한 번이라도 더 엄마를 만지고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다시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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