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있는 이야기 4

전하지 않을 편지

by 은빛루하

# 노래가 있는 이야기

## 모티브: 김윤아 – 야상곡

### 《전하지 않을 편지》



ㅇㅇ에게


봄이면 한번 보자고 했었지?

오늘 너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본 풍경은

꽃들이 진 자리에 초록 잎이 돋아 있었고,

밤바람이 싣고 온 공기에는 곧 장마가 시작될 거라는

물기 가득한 냄새가 내 코끝을 스쳤어.


오랜만에 참 반가웠어.

너의 모습이 사실 잘 떠오르지 않아.

어렴풋한 이미지와 느낌…

그리고

길을 걸으며 하늘을, 바람을, 나무를 보는 눈빛과

너의 향기만 내게 남아있었지.


저 멀리에

바람에 날리는 긴 생머리,

하얀 셔츠를 입고, 가방을 메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떠오르지 않던 너의 모습이

단숨에 떠올랐지.


10년 만인가?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 게?

그래서였을까?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색함으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걷게 되었던 것 같아.


우리가 좋아했던 그 길을

다시 걷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어.

우리가 찾아 들어간 카페는

내가 종종 산책하며 들렀던 곳이었어.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카페 안에

가득 퍼져있는 커피 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던 곳이야.


가끔은 그곳에서 지나가는 행인들 속에

혹시나 네가 있진 않을까?

우연히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창밖을 보곤 했었지.


무슨 말을 할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어.

그냥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잘 지냈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

어색함이 싫어

흐르는 대로 두기로 한 마음에서 나온 첫 말이었지.


우리가 헤어진 이유나

우리 사이가 부질없이 흐르는 시간 속

스치는 인연이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말하지 않기로 했어.


수없이 많은 밤을,

많은 계절을 보내며

마음으로 했던 애달픈 이야기들은

꺼내지 않기로 했어.


넌 나를 잊고 잘 지내고 있었고,

네가 하는 이야기들 속에

나의 흔적은 사라진 지 오래구나라는 걸 느꼈어.


굳이 우리가 함께했던 시절의

아팠던 혹은 좋았던 회상은

서로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약속처럼 느껴졌어.


그래,

오늘의 만남으로 나는 더 쓸쓸해졌어.


꽃잎이 지는 풍경 속에서도

시리도록 눈부신 햇살 속에서도

봄바람이 전해주는 꽃잎을 보면서도

흐르는 구름 속에 가득 고인 눈물에서도

더는 너를

그리워할 수 없는 것으로

나는 더욱 쓸쓸해졌다.


오늘 이 편지는 너에게 전하지 않을 거야.

차라리 널 만나지 않았다면

간혹 꺼내보는 편지처럼

넉넉한 가슴으로 추억할 텐데,

그럴 수 없음으로.


**p.s. ”잘 지내고, 다시 보자 “

라는 말은 하지 않을 거다.**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구름이 애써 전하는 말


그 사람은 널 잊었다


살아서 맺은 사람의 연


실낱같아 부질없다


꽃 지네 꽃이 지네


부는 바람에 꽃 지네

김윤아 야상곡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