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그리움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

by 은빛루하


베란다 창을 닫았다.


후두둑, 후두둑. 쏟아지는 빗소리에 이끌려

창 가까이 다가가자, 닫히기 직전 비릿한 빗내음이

코끝으로 진하게 스며들었다.


유난히 습하고 더운 공기가 거실을 가득 메웠다.

선풍기를 켠 채 소파에 비스듬히 몸을 뉘었다.

뉴스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자, 선풍기는 고개를 왔다 갔다 돌리며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원한 바람을 실어 보냈다.



문득 어릴 적, 장마가 시작되던 여름밤 풍경이 떠올랐다. 그때는 선풍기 앞에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바람을 쐬고 TV를 보며 저녁 시간을 함께 보냈지.


그럴 때면 주방에서 감자를 갈아 지글거리는 기름에 감자전을 부쳐 내오던 엄마가 생각났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살짝 출출해질 무렵이면,

따뜻한 감자전이 거실 한가운데 툭 놓이곤 했다.

어떤 날엔 수박이, 어떤 날엔 옥수수나 삶은 감자가

여름 저녁을 한껏 달콤하게 만들었다.



오늘 저녁 뉴스에서는 낭랑한 목소리의 기상캐스터가 장마의 시작을 알렸다.

거실의 하얀 선풍기는 여전히 소리 없이 날개를 돌리며 바람을 전한다.

하지만 오늘 밤,

그 바람은 엄마의 향기를 실어 와 못내 그리운 바람으로 거실을 채운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섰다.

오랜만에 감자전을 부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