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바람의 위로

저녁 무렵 산책길에서

by 은빛루하


낮에 내린 비는 매캐한 도시의 먼지들을

모두 씻어낼 만큼 강렬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밖으로 나왔다.

비 온 뒤의 상쾌한 공기를 실컷 들이마시고 싶었다.

쏴아아~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상쾌하고

말끔한 공기가 내 살결을 스쳐 지나갔다.

결심했다. 오늘은 꼭 산책을 하고 들어가야겠다.


바람 따라 구름은 부지런히 움직여

어디론가 흘러가고,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잎들도 분주해 보이는

저녁 무렵이다.

이런 상쾌한 공기는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어,

슥슥 슬리퍼를 끌며 걷기 시작했다.


구름이 가려진 달빛 대신 가로등이 켜졌고,

아파트 창에 불을 밝힌 집집마다 따스함이 흘러나왔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아이들은 동네를 돌며 뛰어다니고, 개를 이끌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이 바람 소리에 취해 걷는 듯했다.


바람이 들려주는 소리는

분주한 낮 동안의 많은 사람들의 날카로움 혹은 메마른 소음을 걷어갔다.


이런 날이면 며칠 전 만난 친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사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외로운가?”


독백처럼 내뱉은 그 친구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아련히 날아가는 듯하다.


정말, 그래서 더 외롭다.


외로움은 어느 순간에나,

어느 때나 눈치 없이 찾아오지만,

친구야.

가끔은 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은

오늘 같은 바람에 날려 보내자.


바람이 들려주는 소리에,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달도 뜨지 않는 밤하늘을 대신하는 가로등을 보며

잠시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잊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