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너를 생각하면 자꾸 욕심이 생겨요
너무 사랑하고 싶어서” – 멜로망스, 〈욕심〉
마음이 다 정리된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미소 하나에, 다시 흔들렸다.
사랑하고 싶어서 생긴, 작은 욕심 하나.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
욕심
화분하나를 사 왔어
회색빛 토기에 작은 초록잎이 총총히 박혀있는
귀여운 아이
물을 주고 바람을 쐬어줘야 잘 자란다고 해서
창가에 두었지.
열린 창으로 바람이 불어와
작은 잎들을 흔드는 모습이 귀엽고 좋아 보여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아주 오랜만에
네가 있는 곳에 들렀을 때 기억하니?
케이크를 사갈까? 과일을 사야 하나? 예쁜 컵을 살까?그러다 생각난 게 화초였던 것 같아
이름이 제라늄이었던가?
여린 초록잎 사이로 분홍빛 꽃이 예뻐
나도 모르게 샀던 것 같아.
화분을 받아 드는 미소가 아직도 생각이 나네
그렇게 순수한 맑은 미소를 얼마 만에 보게 된 건지.
너의 미소를 보자
저 바닥에 단단하게 깔려있던 고운 진흙더미가 흩어지며 마음을 온통 흙탕물로 만든 것처럼 혼란스러웠어
이미 다 정리된 마음인 줄 알았는데
미소하나에 단단히 밟아 감추어 두었던 감정 하나가 올라오다니.
내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가라앉지 않는 마음으로 몹시 부산스러운, 허공에 흩어지는 말만 내뱉었었지.
네가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며 드립을 하는 시간 동안 마음을 가라앉히려 주변을 살피며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어느 것 하나 니 공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눈에 마음에 담으려 애썼던 것 같아.
그래서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네가 있던 공간의 책들과 물건들 그리고 냄새가 고스란히 내 눈앞에 펼쳐진다.
난 유독 네 미소에 약한가 봐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하나가 그 미소거든.
그래서 욕심이 생겨
저 미소를 매일 볼 수 있다면
손을 잡고 길을 걸으며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다면.
좋아하는 거리를 걸으며 미소를 나눌 수 있다면
그래
알아
우리가 나누는 미소는
사랑의 온기가 담긴 미소가 될 수 없음을.
그냥 친근한 인사로 안부를 묻는
담백한 미소만이 우리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거.
욕심을 내 볼까도 했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을 온통 뒤흔들었던
풍랑이 잠잠해지니
밟아두었던 마음들이 다시 가라앉아 평온해졌어.
내가 준 제라늄은 잘 크고 있으려나?
내가 키우기 시작한 이름 모를 화초는 올여름 많은
바람을 맞으며 잘 자라기를 욕심내어 키워보려 한다.
오늘도 그 미소안에서 잘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