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건네는 말들

여름 한가운데, 진심을 담아

by 은빛루하

여름 한가운데, 진심을 담아


여름 풀벌레 소리가 배경 음악처럼 깔리고,

지나가는 차 소음이 메인 멜로디처럼 들리는

어느 한적한 벤치에 앉아 있어.

스치는 바람을 얼굴로 느끼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사랑하지 않은 순간도, 미워하지 않은 순간도 없었더라. 그런데도 내가 뭐라고, 그 모든 시간을 기어이 사랑하고 품어주었을까?


귀한 인연을 귀하게 여기지 못했던 걸 이제야 깨달으니 후회가 물밀 듯 밀려와.

그때 당신이 들려주던 음악, 따뜻한 커피를 쥐여주던 손, 지긋이 바라보던 눈빛. 한강변을 걸으며 나눴던 이야기들이 모두 나를 향한 정이었음을.

그 모든 표현이 따뜻한 위로였음을 이제야 알았지만, 나는 그 따스함을 온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 생각했지.

내 무심했던 눈빛은 당신에게 상처로 남았을까?


오늘 한낮에 본 하늘은

영락없이 오래전 장마 뒤의 여름 하늘과 닮았더라.

장마는 사람들에게 잔인한 상처를 남겼지만,

이내 손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옥빛 하늘과 탐스러운 구름을 선물처럼 남기고 갔지.

시간이 흘러 구름 사이 옥빛 하늘을 보니,

그날 한강변에서 전해진 그때의 온기가 아련히 마음 남았음을,

그대가 내게 남긴 선물이었음을 이제야 느끼게 되었어.


흐르는 바람에 유유히 모습이 바뀌는 구름.

그 구름처럼 잠시 스쳤던 인연.

혹 당신 기억에 내 눈빛이 무심함으로

상처가 되었다면,

기억해 주길 바라.

당신이 전했던 미소에 화답한 나의 미소는

진심이었음을.

당신을 보며 웃던 내 미소가 진심이 아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음을.

그것이 내 진심 어린 선물이었음을 기억해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