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콤플렉스와 민화

밤이 건네는 말들

by 은빛루하

도서관에서 이병률 작가님의 책을 빌렸습니다.

그의 책을 읽는 건 언제나 내게 큰 기쁨이 됩니다.

그 책 속에서 손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손에 대한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사실 나는 손가락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손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게 꼭 이상한 습성은 아니지만, 나만의 작은 버릇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내 손가락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몇 년 전, 파를 썰다가 오른손 검지 손톱을 다쳤을 때, 나는 아픈 것보다 그 이상한 느낌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응급실로 가는 길, 놀란 가족들은 내 손을 헝겊으로 감싸며 차마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습니다.

나 역시 내 손을 볼 수 없었죠. 손톱이 잘려 나가는 듯한 그 아찔한 느낌은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그때서야 검지가 내 손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얼마나 쓸모 있는 존재인지 깨달았습니다.


내 생일날, 또 다른 손가락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날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이 자동차 문틈에 끼었습니다.

천천히 닫히는 문이 손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 아픔은 너무 커서 눈물이 쉼 없이 흘렀습니다.

어른이 돼서 아프다고 울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정말 너무 아팠습니다.

겁이 많고 눈물이 많은 성격이라 그런 걸까요?


가장 오래된 기억은 일곱 살 여름방학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할아버지 댁에 도착하자마자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친구들이 온 건가 싶어 철문을 열려고 했는데, 문이 다시 닫히면서 왼손 새끼손가락이 끼어버렸습니다.

그날 손톱은 빠져버렸고, 손가락은 약간 휘어졌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손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겼습니다.

내 손을 아프게 만든 남자아이는 그 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픈 손가락 이야기를 계속하니, 문득 내 손이 그동안 참 고생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내 삶의 일부분으로, 각자의 일을 묵묵히 해주며 불평 한마디 없이 함께해 온 손가락들.


요즘 나는 민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내 손가락은 이제 미세한 감각을 이용해 선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품고 있던 손이 이제는 붓을 잡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손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이병률 작가님의 책을 덮고, 다시 내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손에 얽힌 아픈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손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을 담고 있는 가장 솔직한 기록이 아닐까요?

오늘도 나는 그 기록을 소중히 어루만지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갈 나의 손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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