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있는 이야기 17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가을산에서

by 은빛루하

모티브 :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이 노래가 계속 제 입에 머물러 흥얼거리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해가 지기 전, 낮은 언덕이 있는 산에 올랐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졌다.

남방 하나만 걸치고 온 걸 금세 후회했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은 따스한데,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은 차가웠다.

지난주 산에 올랐을 때만 해도 뜨거웠던 여름

기운이 남아 있었으나,

어느새 낙엽이 땅에 떨어져 걸을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올려다본 하늘은 한층 더 높았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이제 가을은 아련한 낙엽들의 파도와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남기고 떠나겠구나!

이내 가을이 언제 있었냐는 듯 매서운 바람이 이곳으로 찾아들겠구나!

걸음을 멈추고 나무들이 넘실거리는 풍광을

눈과 마음에 담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길고 가늘게 숨을 쉬며 가을 숲의 향을 받아들였다.

외로움이 밀려왔다.

내 외로움이 너를 불렀다.

겨울이 시작되는 온도와 너의 따스한 목소리가 가슴으로 밀려와 아렸다.

감았던 눈을 뜨고 발끝을 보니 낙엽과 밤송이들이

울퉁불퉁한 흙길 위에 가득 덮여 있다.

다음 주에 이곳에 다시 오면 나무를 흔드는 바람은

나뭇잎을 더 떨구겠지.

가을은 더 깊어질 테고,

겨울은 빨라질 것이다.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을 나뭇잎으로 덮고

가을을 보낼 것이다.

따스했던 손이, 위로받았던 가슴이

가끔 너를 부를 것이다.



길어진 밤에 흰 눈송이가 창밖에 내릴 때면,

창을 열고 눈이 실어 오는 바람을 느끼며

너를 부를 것이다.

그때는 틀림없이 눈으로 마음을 덮을 수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