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lvermouse Jan 06. 2018

한 겨울의 몽생미셸

아이와 함께 몽생미셸 여행하기

지금까지 몇 번의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바다 위의 수도원, 몽생미셸은 항상 후보에 있었지만 어떻게 지금까지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파리에서 차로 5시간 정도 떨어진 노르망디 해안에 있는 이 곳을 하루 만에 왕복하기에 그간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언제나 다음번에 올 일이 있겠지, 라면서 남겨두었습니다.


이번에 파리 여행을 계획하면서 이번엔 기필코 몽생미셸을 가야지 하고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는 길은 쉽지 않았어요. 유럽에 가면 제가 즐겨 참여하는 투어 회사인 '유로 자전거 나라'에 문의를 해보니 몽생미셸과 그 주변 항구 도시들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5살 미만은 먼 거리 상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못 가는 건가 실망하던 차에 남편이 '그럼 우리끼리 기차를 타고 찾아가 보자'라는 좋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래서 난생처음으로 TGV를 예약하고 드디어 몽생미셸을 가보기로 했지요.


파리의 몽파르나스 기차역에서 이른 아침 기차를 타고 몽생미셸로 향했습니다. 몽 파르나스 역에서 렌느(Rennes) 역까지는 2시간, 그리고 그곳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1시간을 달리면 드디어 몽생미셸 입구에 도착합니다. 그곳부터는 섬까지 걸어갈 수도 있고, 마을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습니다. 마침 시차가 뒤바뀐 아이가 한잠을 자고 있어서 저희는 버스를 타고 섬 입구까지 들어가기로 했지요.


이 날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는 날이라 하늘이 꾸물대고 있었는데 저희가 몽생미셸을 올라가는 중간에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섬 꼭대기에 있는 수도원까지 오르는 길 양 옆으로 상점과 식당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또 그 중간에는 작은 성당이 있었습니다. 이 작은 성당은 40여 명 남짓한 이 섬의 거주자들이 다니는 마을 성당이라고 했습니다. 밖에 내리는 비도 피하고 아이도 좀 더 잠을 푹 재울 겸 성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708년 어느 날 오베르 주교의 꿈에 미카엘 대천사가 나타나 이 곳에 예배당을 세우라고 했지만,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차일피일 미루던 참에 3번째로 다시 꿈에 나타난 대천사가 주교의 이마에 빛을 쏘았더니, 그 다음날 아침에 이마에 구멍이 생겼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품은 섬.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갯벌 위 이 작은 섬에 성당을 세우고, 마을을 만든 옛사람들을 생각하니 어쩌면 몽생미셸은 갯벌 위가 아닌, 신앙심 위에 세워진 장소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섬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드디어 몽생미셸의 수도원 성당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침 미사 중이었지요. 신부님과 수녀님의 청아한 성가가 고요한 성당 안을 아름답게 가득 채웠습니다. 이 작은 섬, 그 보다 더 작은 이 수도원 안에서 한 평생을 살아가는 이 분들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이 분들은 자기 자리에서 기도로 이 세상을 매일매일 청소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당을 지나면 다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수도원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데 13세기에 지어진 이 공간이 세계문화유산이 되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역사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도원으로서의 역할로 시작했지만, 14세기 장미 전쟁에서 요새로 사용되기도 하고, 프랑스혁명 때 감옥이 되기도 했던 이 곳. 앞으로 또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성당을 빠져나오며 마을 안의 한 식당에서 맛있는 크레페 요리와 해산물 스튜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저 멀리서 밀물이 꽤 빠른 속도로 밀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날 밀물은 오후 4시부터 시작했는데 물이 다 차기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습니다. 6시에 떠나는 기차표를 예매해 둔 저희는 섬이 다시 바다 위에 떠오르기 전에 그 섬을 빠져나왔지요. 그래도 아쉬워서 나가는 길은 버스를 타지 않고 3킬로 정도 되는 길을 세 식구가 같이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아름다운 몽생미셸의 풍경을 보려고 천천히 뒤로 걷기도 했지요. 언젠가 좀 더 따뜻한 날에 여기 꼭 와보고 싶어 하던 엄마와 다시 한번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파리에서 여기를 왔던 것과 거꾸로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 도착했습니다. 새벽 일찍부터 출발하는 바람에 세 식구 모두 기차 안에서 잠들어 눈을 떠보니 다시 북적대는 파리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오늘 다녀왔던 그곳이 혹시 꿈속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아이와 몽생미셸 여행하기:

1) 어떻게 갈까 - 아이가 5살 미만이라면 파리에서 출발 시 차를 렌트해서 가거나 기차를 타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하루 투어 프로그램은 이동 시간이 길기 때문에 아이를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지요. 만약 5살 이상이라면, 전 유로 자전거 나라 같은 하루 전문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유럽의 모든 곳이 그렇듯이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갈 것에도 다 재밌는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거든요. 저흰 아쉬운 대로 수도원 안에서 유료 가이드 오디오를 대여했는데 무척 만족했습니다.


2) 유모차를 가져갈까 - 몽생미셸을 갈 때 제가 구글에서 가장 열심히 찾아본 질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유모차 가져가는 것을 반대해서 전 가져가지 않았지요. 하지만 만약 한 손에 맬 수 있는 가벼운 휴대용 유모차가 있다면 전 가져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가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유모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다만, 섬 전체의 절반 정도는 계단이기 때문에 판단은 각자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3) 무엇을 먹을까 - 관광지라서 밥도 맛없고, 물도 비싸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가 저희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가격도 파리 시내와 비슷한 수준이었고요. 저희는 햄치즈 크레페, 이 지역 특산물인 양고기 구이, 해산물 스튜 등을 시켰는데 아이와 함께 먹기에 간도 적당하고 괜찮았습니다. 이 외에도 섬 입구에 있는 오믈렛도 이 지역의 유명한 음식이라고 하더라고요.



4) 언제 가는게 좋을까 - 이 곳은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만약 아이와 다시 이 곳을 찾게 된다면 사람은 덜 붐비고 날씨는 좋은 봄, 가을일 것 같아요. 물론 한겨울에 보는 겨울 바다 위의 몽생미셸도 멋졌지만, 조금 울적한 날씨라 아쉬운 점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건 시간. 저희가 간과한 부분인데, 만약 바다 위에 온전히 떠 있는 섬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밀물 시간에 맞춰 이 곳을 찾아오시면 됩니다. 보통 겨울엔 오후 4시부터 밀물이 시작하기 때문에 저희가 이 섬을 떠날 저녁 즈음에 투어 버스들이 도착을 하더라구요. 섬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오면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밀물, 썰물 시간은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안내소에서 공지를 해주는데, 사전에 이 곳에 문의하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projetmontsaintmichel.com/index_uk.html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프랑스식 연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