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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un 05. 2018

일하던 엄마의 적성 찾기

시카고 아트 여행을 시작하며  

시카고에 우리 식구가 자리를 잡은 지 이제 3개월 정도만 더 있으면 꽉 채운 2년. 남편이 MBA를 하는 동안에 제가 휴가를 내서 그 전에도 가끔 놀러 오긴 했지만 이 곳을 집으로 부른지는 그렇게 되었지요. 그 사이 제게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누구보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홍보 일을 좋아하던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변신을 했고요, 학생이었던 남편은 이제 어엿한 막내 딱지를 뗀 (이젠 레벨이 끝에서 두 번째쯤 되는) 컨설턴트가 되었지요. 데이케어 가기 싫다고 그렇게 2주를 넘게 울던 아이는 이제 아침이면 척척 자기 손으로 옷 갈아입고 신나서 유치원을 가는 3살 언니가 되었습니다.

 

이젠 엄마 품보다 친구들이랑 노는게 더 좋은 3살 언니


시카고도 이게 기나긴 겨울이 드디어 끝나고 여름이 왔어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하더라도 겨울 옷을 다시 꺼내 입어야 될 정도로 추웠었지요. 시카고의 여름은 정말 짧지만, 긴 겨울을 지낸 고생 끝에 만나서인지 이 세상 어느 곳보다 아름다워요. 제가 시카고에서 산다고 하면 다들 첫마디가 '시카고가 엄청 춥고 또 위험하다는데 가서 살 수 있겠어?' 마치 남극 기지 가는 사람 바라보듯이 측은하게 바라보죠.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만 치부해버리기엔 제가 지난 2년 동안 살아본 시카고는 매력적인 도시랍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그 매력을 뽐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서른일곱, 엄마의 진로 고민


사실 요즘 전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될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지요. 마치 대학 4학년 때처럼요. 사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어려워요. 그때는 뭐든 다 궁금했고, 멋져 보이는 것을 해보고 싶은 막연한 동경심도 있었고, 그래서 뭐든 관련된 작은 기회만 오면 이거 없으면 난 죽는다는 마음으로 붙잡고, 참고, 즐겼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 모르겠어요. 다시 뭐든 밑바닥부터 시작하기엔 늦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 바닥이 내가 진짜 원하는 거 맞나 싶기도 하고 그렇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뭘 자꾸 하려고 하냐. 그냥 이대로 만족하고 살아라'라고 하는 말들은 가끔은 저를 속상하게 만들지요.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전 여전히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잡으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야 사는 게 더 힘나고 행복할 것 같거든요.


엄마의 경력, 밑바닥부터 다시 설계를 시작해볼까


진로 고민을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그건 아마도 세 가지 키워드, '글쓰기, 미술관 가기, 여행'. 그래서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뭔가를 시작해보기로 했지요. 바로 제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시카고를 여행해보기로 한 것이지요. 좀 특별한 여행이요. 바로 '시카고 아트 여행'. 지금까지 주마간산처럼 지나갔던 시카고 미술관이나 공공 미술 작품들을 다시 한번 여행해보고, 이 곳을 글로 소개해보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특히 저처럼 아이를 둔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가보면 좋을 아트 스폿도 소개하고, 미국 미술관이나 엄마들은 아이들의 '아트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아트'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해가는지 알아보고요. 놀이터보다 미술관을 더 좋아하는 우리 집 꼬마와도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겠지요.  


이 길이 또 어떤 길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저만의 속도로 천천히 이 여행을 시작해봐야겠습니다. 그대로 머물러 있기에 시카고의 여름은 너무 짧고, 아름답거든요!


공룡뼈 발굴 작업보다 더 어려운, 엄마의 두 번째 적성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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