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lvermouse Sep 16. 2018

아이와 싱가포르 3주, 우리의 Best 5

유목 육아 in 싱가포르 - 8

우리가 싱가포르에 온 지 벌써 3주 차에 접어들었다. 오기 전에는 정말 긴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이제 이 곳을 떠날 날이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거의 비행기표만 사서 바로 출발했기 때문에 미리 싱가포르에서 뭘 할지 계획을 세우지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목표만 가지고 비행기에 올랐다. 아이를 유치원 대신에 엄마, 아빠랑 좀 더 시간 보내면서 뛰어놀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욕심을 내보자면 보통 입장권을 내고 들어가는 관광지보다는 현지 아이들처럼 싱가포르 생활을 함께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난 원래 여행 가기 전에 미리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아니다. 대충 비행기 티켓과 호텔 일정만 있으면 현지에 도착해서 며칠간 뭐할지 생각을 하고 그 날의 컨디션에 맞게 움직이는 편인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싱가포르 호텔에 도착해서 처음 지도를 받아 싱가포르가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봤다. 10년 전에도 혼자 놀러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날 리 난무했다. 심지어 그때는 우기여서 일주일 내내 호텔에만 처박혀 있던 기억뿐이었다. 덕분에 새롭게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3주 차가 된 지금, 싱가포르에 온 첫날 처음으로 지도를 열어보며 '이 곳, 저곳 가보면 좋겠군' 생각했던 곳들은 이제 거의 다 가본 것 같다. 특히 혼자 왔었으면 절대 안 갔을 곳이지만, 아이와 함께여서 갈 수 있었던 곳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우리의 싱가포르 여행 베스트 5.




1. 싱가포르 국립 도서관 

2층 시내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싱가포르 국립 도서관에 들어간 건 정말 운이 좋았다. 엄마가 된 이후로는 예전에는 생전 가보지도 않던 공공 도서관을 관심 있게 보게 되는데, 특히 미국 어린이 도서관에는 웬만한 사설 시설보다 훌륭한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어린이 도서관은 어떨지 궁금했다.


역시 아이 키우기 좋은 싱가포르였다. 이 곳은 미국 도서관보다 더 훌륭하게 꾸며져 있었다. 재활용품으로 만든 트리 하우스 위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고른 책을 읽을 수 있게 인테리어가 꾸며져 있고, 한쪽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들을 수 있는 강의장도 있었다. 마침 우리가 간 날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어린이 도서 페스티벌이 열리는 날이었는데 유명한 동화 작가와 선생님들이 다 모여서 아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었다.


어린이 도서관은 싱가포르 국립 도서관 지하 1층에 있다. 따로 등록할 필요 없이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무료로 운영된다. 복잡한 관광지에 지쳐가는 여행 중 반나절 정도 아이와 쉬어가기 좋다.



2. 2층 시내버스와 미술학원 Abrakadoodle

싱가포르까지 가서 웬 학원이냐 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이건 여러 가지 핑계가 있어서 등록을 한 건데 결과적으로만 놓고 보면 싱가포르에 와서 가장 잘 한 것 중의 하나가 됐다. 도서관에 이 미술학원 홍보 부스가 와서 아이가 30분 정도 그림 그리기 수업을 받았는데 아이가 많이 재밌어했다. 미국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미술 수업을 받는데 거기서는 색칠 공부나 간단한 크래프트 만들기 정도 수준이라면 여기는 작은 캔버스 하나를 꽉 채워 제법 그림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아이도 신기했나 보다. 실제 학원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싱가포르에 온 해외 주재원들이 많이 사는 동네의 상가 건물에 있었는데 아이가 수업에 들어가는 한 시간 동안은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특별한 건 없는 오래된 학원 상가 건물이었는데, 그 안에는 없는 게 없었다. 문방구, 빵집, 마사지샵, 세탁소 등, 만약 싱가포르에 살게 된다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상상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학원을 가기 위해서 아이와 타고 다니던 2층 시내버스도 이젠 익숙하다. 싱가포르를 떠올리면 웃음이 빙긋 나올, 아주 재밌는 추억이다.

http://abrakadoodle.com.sg/ 



3. 티옹바루 어린이 책방 'Woods in the Books'  

'싱가포르의 연남동'이라 소문난 티옹 바루에 있는 어린이 책방이다. 아날로그 적인 외관이 예뻐서 인스타그램에도 많이 올라오는 곳이지만, 정작 안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하기 때문에 궁금하면 직접 찾아가야 된다. 사실 영어책이야 미국에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가지 말까도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 곳은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영국, 싱가포르, 홍콩 출판사 등에서 만든 다양한 어린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 나오는 영어 그림책에서는 동양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들의 대부분은 이민 생활 이야기,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이야기뿐인데, 이 곳에는 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들이 많은 점이 좋았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이런 어린이 책방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책방 주인장의 책 고르는 감각이 뛰어나서 굳이 유명한 세계 문학상을 받지 않았더라도 숨겨진 보석 같은 어린이 책을 한가득 만날 수 있다.

http://www.woodsinthebooks.sg/ 



4. 센토사

사실 싱가포르에 있는 동안 웬만하면 센토사는 가지 말아야지 싶었다. 왠지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게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 원래는 주말에 마리나 배이 샌즈 호텔에서 묵으려고 하다가 워낙 인기 있는 곳이라 복잡할 것 같아서 센토사 W로 바꿨는데 그 덕분에 주말 내내 센토사에 대한 그간 오해를 풀고,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 나라 사람들은 굳이 멀리 비행기 타고 하와이, 괌 같은 섬나라에 갈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도심에서 차 타고 20분 거리면 이런 트로피컬 아일랜드에 올 수 있으니 말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규모는 다른 곳에 비해 작은 편이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한산해서 아이와 놀기 좋았다. 아이는 여기에서 난생처음으로 꽤 무서운 (어린이용) 롤러코스터를 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아이가 많이 놀랐을까 봐 내리자마자 이걸 왜 타자고 했냐며 남편에게 뭐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아이 상태가 멀쩡해서 놀랐다. 아무래도 아이가 나보다 용감한 것 같다.



5. 보태닉 가든 안 제이콥 발라스 어린이 공원 (Jacob Ballas Children's Garden)

내가 생각한 이번 아이와의 여행에서 가장 이상적인 곳이었다. 싱가포르 보태닉 가든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도 등재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이 보태닉 가든 가장 북쪽에는 어린이 생태 공원이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게끔 숲 속에 놀이터를 만들었는데 지도를 가지고 다녀야 될 만큼 규모가 매우 크다. 트리 하우스도 있고, 미로 찾기 숲도 있고, 모래 놀이를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날이 좋으면 하루 종일 있어도 좋을만한 곳이었다. 싱가포르의 9월은 비가 안 오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비가 자주 내리는데, 그럴 때는 어린이 공원 안에 있는 노천 카페에 들어가서 비를 잠깐 피하면 된다. 무료입장이며, 싱가포르의 우버 격인 Grab을 타면 바로 어린이 공원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픽업을 오니 아이와 함께 다니기도 무척 편리한 곳이다.

https://www.nparks.gov.sg/sbg 



이전 02화 마리나 베이 동네 산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