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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Sep 16. 2018

아이와 F1 싱가포르 참관기

유목 육아 in 싱가포르 - 7

지난주부터 싱가포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하루하루 거리에 철조망이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택시나 버스가 다니지 못하는 구간이 점점 늘어났다. 호텔비도 두 배, 많게는 세 배까지 치솟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F1 싱가포르 그랑프리가 시작된 것이었다. 싱가포르 F1은 따로 서킷이 있는 게 아니라 도심 전체를 주행 서킷으로 만들어버린다. 다른 도시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워낙 익숙한 풍경이라 그런지 싱가포르 사람들은 불평 하나 없이 경기 시작 몇 주 동안 F1을 위한 새로운 싱가포르 지도 위에서 살아간다.



올해 F1은 9월 14,15,16일 이렇게 3일간 진행된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연습 경기이고 셋째 날이 본 경기이다. 사실 싱가포르까지 왔으니 한 번 가보고 싶기는 해도 아이랑 같이 제대로 구경할 수 있을까 싶어 티켓 구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결국 우리가 티켓을 사기로 결정했을 때는 (우리의 예산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본 경기 날인 3일째 일반 티켓은 모두 매진이 되었다. 대신 우리는 첫째 날 연습 경기 티켓을 구해서 경기장 분위기가 어떤지 구경해보기로 했다.



F1 경기에는 아이도 나이 제한 없이 들어갈 수 있는데 대신 입구에서 서약서 같은 것을 써야 된다. 큰 배기음 소리에 아이들이 놀랄 수도 있고 또 너무 어린아이들에게는 청력 손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안내였는데 (사실 내가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아서 추측이다), 실제로 걱정했던 것보다 첫째 날 소음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우리 말고도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도 꽤 있었는데, 특히 자동차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이겠다 싶었다.


7살 미만의 아이와 입장을 할 때는 소음 등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에 서약서를 쓰고 들어가야 된다.
원래 지하도였던 곳은 F1 기간 동안 트랙과 트랙 사이를 건너기 위한 통로가 되어 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이와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던 길이 F1 트랙으로 변한 것을 보니 신기할 뿐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 준비에 일 년 내내 투입이 되었을지, 이 불 밝힌 트랙 안에서 얼마나 아드레날린을 느낄지, 예전 모터쇼 프레스 데이를 준비하던 시절이 생각나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그 쇼타임을 기다리는 긴장감이 그리워졌다. 모터쇼로 치면 난 지금 완전히 가족 단위 관람객이 제일 많은 토요일 오후 정도의 시끌벅적 퍼블릭 데이에 온 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첫 번째 F1 경험은 사실 금방 끝났다. 처음엔 재밌어하던 아이가 곧 지루해졌는지 땅바닥 돌멩이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심이 서킷으로 변한 것을 구경하는 것은 재밌었지만 다음번에 또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고민하지 않고 본 경기 날 Grandstand로 가야겠구나 싶었다. 물론 모터스포츠에 대해서도 더 공부를 해서 말이다. 역시 뭐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경기장을 나오려는데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했다. 2019년 9월에 있을 F1 싱가포르 그랑프리 티켓 발매를 시작했다는 이메일이었다. 내년 이 맘 때쯤, 우린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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