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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Nov 07. 2018

외국에서 아이를 키워도 될까 고민하던, 2년 전 나에게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삶에 대하여

가끔 혼자 이런 생각을 해요. '외국에 나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건 줄 그때도 알았더라면, 난 과연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라고 말이죠. 말도 안 통하는 한 살 반 아이를 데리고 가서 유치원도 안 보내고 일 년 동안을 집에서 끼고 살았던 시절, 날카로운 얼음 조각에 베일 것 같이 추운 시카고 날씨에 아이를 데리고 집 앞 슈퍼마켓 한 번을 쉽게 나가지 못했던 그 시절 사진들을 보면 지금도 입술이 씰룩씰룩, 눈물이 주르륵 나옵니다. 심지어 그때는 남편이 학생 신분이라 서로 많이 아끼고자 노력하며 살 때라 외식은커녕 커피도 집에서 만들어 마시고, 옷이나 아이 장난감, 한국 음식 같은 것들은 모두 엄마가 보내주시는 소포에 의지를 해서 지냈었죠. 다행히 졸업 후 남편이 직장을 구한 덕분에 눈물의 유학생 와이프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요, 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TV, 소파, 스탠드, 심지어 커피포트와 그릇까지 모두 전에 살던 학생이 쓰던 아이템들 뿐이었던 추억의 미국 첫 아파트
일주일에 딱 하루, 그것도 딱 한 시간, 그래도 너무 소중했던 우리의 공식 스케쥴, 동네 문화 센터 유아 프로그램



그런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전 우리나라만큼 요즘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미세 먼지나 무더운 여름 날씨 같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빼놓고 말이지요. 예전에야 외국에서 아이 키우며 산다고 하면 다 좋은 줄 알았지만, 요즘은 제가 사는 시카고에서도 다들 한국으로 놀러 가는 사람들을 제일 부러워한답니다. 아, 물론 이번에 와서 들은 대치동 엄마들의 이야기는 '아이가 더 크면 과연 내가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잘 살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긴 하지만요.



아이와 1:1로 놀아주는 키즈까페라구요?



어쨌든 제가 그렇게 세계 최고라고 손꼽았던 서울의 육아 인프라에서 한 술 더 뜬 곳을 이번에 발견했어요. 바로 상하이의 떠오르는 지역인 웨스트 번드 아트 디스트릭트에서 말이죠. 자연 친화적으로 만들어진 건물들 사이에 새로 생긴 키즈 카페가 있어서 들어갈까 말까 혼자 고민을 하던 중에 아이의 레이더망에 이 곳이 들어왔습니다. 구경이나 해볼 겸 들어갔는데 그동안 서울에서 봤던 그 어떤 키즈카페보다 더 깨끗하고 새로운 시설이었어요. 입장료와 음식 메뉴는 심지어 청담동 키즈카페 가격보다 배로 비싸서 조금 고민을 했지만, 매니저 분의 한 마디에 바로 티켓을 끊었습니다. 거기 계신 선생님들이 2시간 동안 아이들을 1:1 케어를 해주신다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제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린 것이지요.






아이가 노는 두 시간 내내 선생님 한 분이 아이를 쫓아다니며 재밌게 놀아주었습니다. 아이가 온갖 디즈니 공주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다고 하면 하나하나 입혀주시고, 아이가 가고 싶다는 대로 따라다니며 아이의 기분을 맞춰 주셨지요. 신문에서만 보던 중국의 예전 1가구 1자녀 정책에 의한 '소황제 & 소공녀' 라이프가 바로 이런 거겠구나 싶었어요. 아침에 엄마가 샤워만 시켜주면 혼자 로션 바르고, 옷 입고, 신발 신고, 유모차에 올라가 착석해야지 유치원에 등원할 수 있는 미국에서의 생활에 익숙하던 아이도, 마치 태어날 때처럼 이런 공주 대접을 받고 자라난 아이처럼 익숙한 듯 그 꿈같은 두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평소라면 '혼자 해. 도와주지 마세요.'라고 간섭했겠지만, 뭐, 생각해보면 이것도 아이에게 새로운 나라 문화 체험이려니 내버려 뒀습니다. 언제 또 이런 호강을 누려보겠어요? 아이도, 저도 말이지요.





2년 전 그 때로 다시 돌아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이가 평생 이 키즈카페 같은 세상에서 살 수는 없을 거고, 그래서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내가 정말 힘들고 외로웠을 때, 시카고에 이런 멋진 키즈 카페 하나쯤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이는 자연에서 노는 게 최고다, 아이를 이렇게 키우면 버릇 나빠진다', 그렇게 쉽게 말해버리기엔, 나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24시간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로, 정말로 많이 힘든 일이거든요.



2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 그때 그 시카고행 비행기를 다시 탈 거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제 대답은 그래도 Yes입니다. 외국으로 가는 선택을 앞두고 애정을 가지고 잘 다니고 있던 회사에 퇴사 이야기를 꺼내기 전, 마치 결혼 상대를 놓고 고민할 때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했던 2년 전 저에게도, 그래도 잘한 선택이었다고, 용감한 선택했다고 토닥여주고 싶습니다. 그 눈물 많던 시간 안에서 한국에서 누구 손에 맡겨 아이를 키웠더라면 쉽게 얻지 못했을 아이와 저의 전우애 같은 끈끈함을 얻었으니까요. 아이는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3살까지의 기억은 모두 잊어버리겠지만, 그래도 언제 어디서든 손에 닿았던  어린 시절 엄마의 사랑은 어른이 되어서도 오래 기억하겠지요?



미국 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그 때. 아이 나이 일과 이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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