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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Dec 03. 2015

엄마의 뜨게질

새내기 워킹맘의 이야기_1

살다보면 가끔씩 뭐가 나한테 맞는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을 찾는데, 점집에 가는 사람도 있고, 기도를 해서 답을 찾는 사람도 있고, 또 친한 친구나 엄마한테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난 보통 그 세개를 적절하게 다 해보는데, 그럼 마음 속에 이게 맞을 거라는 믿음이 생겨서 그런지, 지금까지 크게 틀린 선택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요즘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혁명'을 읽고 있는데, 여기에 굉장히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었다. 그의 얘기를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어떤 사물, 사람, 상황을 마주쳤을 때 그게 좋은지 안좋은지 내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것이다. 일명 '근육테스트'라는 것인데, 머릿 속에 어떤 단어나 문장을 들었을 때 그것이 긍정적이면 힘이 세진다는 것이고, 아니면 근육의 힘이 쉽게 풀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김장 김치로 보글보글 끓여준 김치 찌게를 볼 때는 평균적으로 사람들에게 에너지가 상승하는 반면에, MSG와 설탕이 잔뜩 들어간 즉석떡볶이를 볼 때는 에너지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고 리더십마저 없는 상사를 마주치면 에너지가 약해지지만, 내가 의지하고 싶고 따르고 싶은 존경하는 리더가 있다면 그의 근처에 있을 때 나의 에너지도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내 주변에 나의 에너지를 높여주는 좋은 물건, 소중한 사람, 꼭 하고 싶은 일들과 함께해야 된다는 것이다.


집에서 아기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과는 달리 9개월 아가의 베스트프렌드가 되어주지 못하는 새내기 워킹맘인 나는 요즘 항상 아기한테 뭘 더 해줄 수 있을까 연구한다. 비록 워킹맘이지만, 그래도 우리 아기에게 반쪽짜리 엄마는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 오가는 동안 엄마가 직접 불러주지 못하는 동요도 CD로 주문해서 집에 보내고, 명동에 나가서 이쁜 아기옷도 사곤 한다. 그래도 엄마의 마음은 항상 부족하다.


그러다 어느 날 점심 먹으러 나가던 길에 회사 건물이랑 연결되어 있는 회현 지하상가에 뜨게질집이 있는 걸 발견했다. 사실 그 집은 그 자리에 지난 몇 년 동안 그대로 있었겠지만, 내가 관심이 생기니 새롭게 보인 것이라고 하는게 맞다.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긴 수면 조끼를 뜨게질로 만들어주면 어떨까, 생각이 든 것이다. 항상 준비물 사는 건 1등인 나는 그 날로 뜨게질집에 가서 필요한 재료들을 다 사고 코도 만들어왔다. 처음 해보는 탓에 계속 구멍이 뚫려서 했다 풀렀다 했다 풀렀다 반복해서 진도는 더디게 나가지만, 망또를 두르면 힘이 상승하는 마블(Marvel)의 캐릭터처럼, 언젠가 엄마가 한 땀 한 땀 만든 하얀 작은 조끼를 입으면 엄마가 집에 없는 시간에도 힘차게 놀 수 있는 힘이 불끈불끈 생기기를 바래본다. 오늘 엄마의 이 뜨게질은 아가를 위한 따뜻한 기도이다.  




물망초 뜨게질: 알고보니 회현 지하상가는 뜨게질의 메카이다. 신세계 본점과 연결되어있는 지하 상가에는 크고 작은 뜨게질집 몇 개와 재료를 파는 곳이 있는데, 그 중에서 물망초 뜨게질이 가장 크고 체계적이다. 회비 20만원을 내면 부산 사투리를 쓰시는 세련된 할머니 선생님께 무제한으로 모든 뜨게질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상가 안에는 뜨게질 까페가 있기도 한데, '금요일 밤의 뜨게질 클럽' 분위기가 나기도 한다. 그 외에도 근처의 작은 뜨게질 가게들은 규모는 작지만 작품 한 개당 수업료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들이 어렵지 않게 도전해보기 좋다.


Wool and the Gang: 너무나 빠르게 소모되어 버리는 패스트 패션에 지친 뉴욕에 요즘 뜨개질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뜨개질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이게 더 이상 할머니들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도 루피망고 만들기가 유행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뉴욕에 있는 가게인데, 웹사이트도 그 매장 분위기 만큼이나 세련되고 트렌디하다. 최근에는 판교 현대백화점에도 입점했다.

http://www.woolandtheg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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