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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23. 2019

싱가포르의 동화책 숲으로

싱가포르 티옹바루 어린이 책방 Woods in the books




만약 언젠가 싱가포르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살고 싶은 동네는 티옹바루다. 티옹바루는 요즘 '싱가포르의 연남동'이란 재밌는 별명이 붙어있는 동네인데, 원래는 한적한 하얀색 낮은 건물들이 있던 주택가에 드문 드문 예쁜 카페들과 빵집, 책방 등이 문을 열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크루아상이 맛있는 티옹바루 베이커리는 이 동네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장본인 중 하나다


티옹바루를 사랑하는 이유, 사랑스러운 어린이 책방


내가 이 동네에 살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그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Woods in the Books라는 어린이 책방이다. 민트색 나무 출입문에 예쁜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이 곳은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출판되고 있는 어린이 도서들을 모아놓은 공간이다. 90프로 정도는 영어책이고, 나머지 10프로 정도는 중국어 책이다. 책방 규모는 아주 작은데, 그래서인지 책 구성이 정말 잘 되어있다. 아무래도 내 환경상 요즘 내가 관심 있는 책 분야 중 하나는 어린이 도서인데 미국에서도 내가 눈여겨봤던 책들이나, 이미 아이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나중에 사줘야지 위시리스트에 있던 책들도 있다. 또 내가 알지 못했던, 보석 같은 책들을 한가득 발견할 때는 내가 짐을 늘리면 안 되는 여행 중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워질 때도 있다.


싱가포르에 처음 왔던 지난 9월
4개월 만에 다시 찾은 책방, 그 새 아이가 부쩍 자랐다


티옹바루 이 동네가 최근에 뜨기 시작했지만, 이 동화 속에 나오는 책방 같은 Woods in the Books가 이 곳에 자리를 잡은 지는 꽤 오래된 것 같다. 이 곳 저곳에서 책방 주인장의 손때가 묻은 장식이나 동화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벽에 그린 귀여운 벽화를 보면 말이다. 이 곳은 실내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사랑스러운 책방 분위기를 쉽게 전달할 수 없어 좀 아쉽지만, 그래서 이 곳이 더 소중한 아이들의 공간으로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책방 내부를 찍을 수는 없지만, 책방에 들어서는 문도 예쁘기 때문에 난 아이가 이 문을 열고 책방에 들어갈 때마다 순간을 찍어두었다. 오늘은 아이의 손에 어떤 책이 들려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뿌연 안갯속에서 우연히 이런 책방을 발견한다면


사실 난 요즘 좀 막막한 기분이다. 가끔은 이렇게 인생이 끝나버릴까 두렵기도 하다. 하루하루는 잘 살고 있지만, 도대체 난 지금 어떤 길 위에 있는 건지, 이 길이 어디로 나아 있는 길인지 알지 못한다. 예전엔 내 앞에 맑게 개어있는 것 같았던 그 길이, 미국에 와서 전업맘이 되는 순간, 갑자기 뿌옇게 흐려지더니 도통 개일 생각을 안 한다.


이런 나를 보고 '그러니까 얼른 가던 길로 다시 돌아와. 아직 늦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야?'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누구의 조언도, 평가도, 위로도 도움이 안 되는 나만의 인생길 찾기다. 아이를 낳고 길러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없듯이, 이런 상황 또한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모든 경험은 언젠가 도움이 된다는 내 인생의 믿음 하에서 이런 내 시간도 언젠가 아이에게 현명한 조언을 해주기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이런 시기에 우리 동네에도 이렇게 이쁜 어린이 책방이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본다. 집에 혼자 앉아서 너무 외로운 날, 답답한 날, 이런 어린이 책방 한 구석에 숨어 동화책 속을 천천히 산책해보고 싶다. 그리고 왠지 이렇게 아름다운 어린이 책방을 가꿔가는 주인장 언니라면 내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주고 가끔은 길동무해줄 것 같다. 이제 다시 내가 사는 시카고로 돌아간다면, 이런 예쁜 책방 하나를 찾아봐야겠다. 하루하루 뚜벅뚜벅 열심히 걷다 보면, 언젠가 이 안개가 걷히고 새로운 오솔길이 보이는 날이 오겠지?


아이와 나의 길 만들기




Woods in the Books

http://www.woodsinthebooks.sg 

아이와 싱가포르를 여행한다면, 혹은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책방을 가보고 싶다면 꼭 추천하고픈 티옹바루의 어린이 책방. 근처에 티옹바루 베이커리가 있으니 맛있는 크루아상과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슬슬 산책을 하며 걸어가면 딱 좋을 위치에 있다. 세 집 건너엔 Books Actually라는 독립 서점도 있으니 함께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


No. 3 Yong Siak Street
Singapore 168642
Tel: +65 6222 9980

Opening Hours:

Mon: 10.00AM – 6.00PM
Tues – Fri: 10.00AM – 7.00PM
Sat: 10.00AM – 8.00PM
Sun & Public Holidays: 10.00AM – 6.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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