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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Feb 20. 2020

경영 컨설턴트는 돈을 벌 수 있을까?

주식으로 말이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을 하게 되면 기업의 내부자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상장기업의 실적을 실적 발표 전 파악하기도 하고, 기업의 타깃 M&A 대상을 M&A 발표 전 인지하기도 한다. 이런 정보는 특정 기업의 주가를 크게 요동치게 할 수 있어, 기업 내부자는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내부자 거래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MBA 시절 읽었던 저명한 경제학/경영학 교수들의 리서치 자료들을 보면 시장에는 내부자 거래가 분명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1968년 시카고 대학의 Lorie와 Niederhoffer는 '내부자 거래의 예측 및 통계적 성향 (Predictive and Statistical Properties of Insider Trading)'이라는 논문을 통해 내부자 거래가 존재한다는 것을 최초로 입증하게 된다. 내부자는 주가가 상승 전 매수하고, 주가가 하락 전 매도한다는 것을 데이터로 입증한 것이다. 그리고 논문의 마지막 문장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주식 거래소들에선 내부자의 거래 데이터를 빠르게 그리고 완전하게 공개해야 한다. (The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and the stock exchanges should be encouraged to provide faster and more complete dissemination of insider trading data.)"고 호소한다. 불법 내부자 거래를 저지르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을 사전에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신 내부자가 거래를 했다는 정보를 시장에 빠르게 알림으로써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적 기회를 제한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Martha Stewart는 ImClone 대표 이사로부터 받은 내부정보를 (신약이 FDA 승인을 받는데 실패) 사용 주식을 매도했다. 이틀 후 주가는 16% 폭락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적 태두리 내에서 합법적으로 투자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나는 믿고 싶다. 그리고 내가 일하고 있는 경영 컨설팅사에선 우리들이 그러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실수로라도 어기지 않게 돕기 위해 민감한 내부자 정보의 경우 프로젝트 팀 밖으로의 공유하는 것을 절대 금지하는 등 다양한 제도와 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여러 기업들의 내부자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되는 경영 컨설턴트들은 어떻게 주식을 거래할까? 이번 글에서는 2019년 내가 Care.com 주식을 성공적으로 거래한 스토리로 풀어본다.


미국 어린이 데이케어 산업의 쌍두마차: Bright Horizon과 Care.com

나는 만 4살과 0살, 두 딸의 아빠다. 동시에 매주 월-목/금 출장을 떠나야 하는 경영 컨설턴트다. 그 뜻은 즉 월요일 이른 새벽부터 와이프의 독박 육아가 시작된다는 것. 와이프에게 너무 고마우면서도 매주 미안하다. 그리고 걱정이 된다. 혹시 와이프가 몸살이라도 나면 어쩌지? 첫째야 데이케어에 다닌다고 하지만, 둘째는 어쩌지? 내가 당장 집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비행기로 이동을 해야 하니 최소 5-6시간은 걸릴 텐데... 다행히 회사에서도 우리의 이런 걱정을 이해하고 있어, 비상시에 언제든지 베이비시터 또는 데이케어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도록 업체들과 서비스 협약을 맺고 있다.


그렇게 하여 나는 어린이 데이케어 및 베이비 시팅 서비스 업체인 Bright Horizon과 Care.com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Bright Horizon은 데이케어 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있어, 동네에 시설이 있다면 편하게 맡길 수 있다. 반면 Care.com은 프리랜서 베이비시터와 가족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Bright Horizon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언제든지 비상시에 백업 케어(back-up care)를 구할 수 있다.

데이케어 설비를 직접 운영하는 Bright Horizon과 베이비시터와 가족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Care.com


그렇다면 이들의 주가는 어땠을까? Bright Horizon은 2015년 상장 후 연평균 28% 상승하여 2020년 2월 기준 시총 $10.2B(12조 원)에 달하고 있다. 반면 Care.com은 2019년 3월, 월스트리트 저널(WSJ) 언론사에서 보도한 Care.com 플랫폼이 베이비시터들에 대한 범죄경력 백그라운드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기사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주가 또한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Care.com은 각종 백그라운드 체크 및 안전절차를 도입했다. 그렇지만 한번 타격을 입은 브랜드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CFO가 사직하자 주가는 또 한 번 출렁거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타트업 설립자마저 CEO 자리를 내려놓게 된다. 연평균 34% 주가 상승하고 있던 Care.com은 반년 사이 주가가 65% 폭락하여 시가총액 $300M (3,500억 원) 이하로 하락한 것이다.


경영 컨설턴트의 주식 거래 절차

매력적인 미국의 데이케어 산업 내 리더인 Care.com의 주가가 폭락하자 나는 관심 있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의 분석 후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즉, 주식 거래의 첫 번째 절차는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거래하기로 '결정' 내리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경영 컨설턴트에게는 추가적인 절차들이 적용된다. 최소한 우리 회사에서는 그렇다.


회사에서는 인트라넷에 자동화된 주식거래 허가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 요소를 확인한다.

컨설턴트 개인은 거래하고자 하는 기업의 내부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가? 컨설턴트에게 해당 질문을 물음으로써 시스템이 내부자 정보 보유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컨설턴트 개인이 내부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주식거래 허가 시스템은 자동적으로 회사가 내부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컨설턴트 개인이 해당 기업과 일을 한 적이 없다 하더라도, 회사에서 해당 기업과 일을 했다면 주식거래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예외적 거래 허가를 신청해야 하는데, 이 절차는 복잡하고 힘들며, 취지 또한 갑작스럽게 주식을 상속했다는 등의 진정한 예외적 사항을 위해 제공된다.


다행히도 Care.com은 주식 거래가 가능한 상장사였다. 나 자신은 물론 회사에서 Care.com 관련 그 어떠한 프로젝트도 최근 진행한 것이 없었다는 것. 만약 누군가가 Care.com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의뢰했었다면? 회사에서 Care.com의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면? 나는 구체적인 이유는 몰랐겠지만, 회사는 내게 '거래 불가' 통보를 내렸을 것이다.


실제로 2019년 내가 거래하고자 했던 주식 중 유일하게 회사로부터 허락을 받았던 곳이 Care.com이다. 그리도 운 좋게도(?) Care.com은 내가 매수 후 Tinder, Match.com 등 다양한 매칭 플랫폼을 운영하는 IAC (InterActiveCorp)에 매각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소액의 투자였지만, 2019년 유일했던 나의 주식 투자는 꽤 성공적이었다.


Care.com 뉴스 보도 타임라인 및 주가 추이



이 글을 쓴 사람 'Droneboy'는,

한국에서 스타트업과 경영 컨설팅을 경험한 후 미국 Chicago Booth MBA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미국 시카고에서 아내 'Silvermouse'와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으며, 경영 컨설팅 일을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한 때 작가가 꿈이었는데, 브런치를 통해 나의 일하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 MBA 경영 지식 소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명 '드론보이'는 드론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저를 위해 아내가 만들어준 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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