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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미술관- 양평 구하우스

아이와 함께 가는 미술관

by Silvermouse

얼마 전 도쿄에 갔을 때 재밌는 걸 발견했습니다. 바로 구룻토 패스라는 건데요, 도쿄에 있는 백 여개의 미술관들의 입장권 혹은 할인권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국립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곳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소형 미술관들 위주였지요. 이를 테면, 서예 박물관, 정원 박물관, 종이 박물관 등 여행 책자에는 잘 소개되지 않는 그런 곳들이었지요. 워낙 많아 일주일 안에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몇 군데 미술관을 처음 가보며, 어떤 한 분야에 대해서도 이렇게 깊이 있게, 다른 대형 미술관들에 밀리지 않으며 담담하게 자기들만의 스토리텔링을 할 줄 아는 일본의 작은 미술관들이 부러웠습니다.


IMG_9090.JPG 구룻토 패스에 소개되어 있던 도쿄 정원 미술관


하지만 이런 미술관들 바다 건너 일본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하나씩 이런 작지만 강한, 미술관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거든요.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하고 싶은 건 양평에 있는 '구하우스'입니다. 작년 7월,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오픈한 이 작은 갤러리는'집'을 테마로 꾸민 개인 미술관입니다. 국내 1세대 여성 CI 디자이너인 구정순 대표가 30년 동안 모은 예술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오픈한 곳이지요.


구하우스

http://koohouse.org/



구하우스는 아름다운 양평의 한 작고 조용한 마을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차로 들어가는 입구가 '이 곳에 미술관이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평온한 마을이지요. 구하우스는 ‘Living with Art’를 기치로, 모던 아트와 디자인이 '집'이라는 생활공간 안에 잘 어우러지게 담긴 갤러리였습니다. 일반 회화 작품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설치미술, 조각, 사진과 영상, 디자인 작품 등 300여 점의 방대한 컨템퍼러리 아트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었지요.


이 곳은 건물 자체부터 그 매력을 발산하는 곳입니다. 2014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의 커미셔너와 큐레이터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매스스터디스 조민석 소장이 건축을 맡았지요. 우선 외관이 도쿄의 고급 주택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세련된 회색 벽돌 건물이었어요. 직선과 곡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건물 그 자체로 모던 아트와 디자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갔던 날은 평일이라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그 조용한 느낌이 참 좋았고요.



구하우스 미술관은 어렵지 않은 미술관입니다. 마치 예술을 사랑하는 부잣집, 하지만 거들먹거리지 않는 친절히 집을 안내해주는 주인이 사는 집에 놀러 간 기분이 들지요. 다른 미술관들처럼 선 그어놓고 '이것도 안돼, 저것도 만지지 마.' 겁주기보다는, 방해가 안 되는 수준에서 직접 앉아도 보고, 머물기도 하며, 정말 아름다운 집에 초대된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저처럼 아이를 데리고 가는 손님(관람객)도 민폐가 되지 않을까 움츠러들지 않게 미술관 입구에서는 유모차를 사무실 한 켠에 잘 맡아주고 어린이 손님도 환영해주었습니다. 그런 점들이 말괄량이 딸을 둔 엄마에게는 참 고마운 일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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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의 셀렉션은 국내외 모던 아트 트렌드를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단순히 미술관을 채우기 위해 급급하게 작품을 고른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으로 하나하나 모든 까닭이겠지요.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로버트 인디애나, 올라퍼 엘리아슨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작품은 물론,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작가들, 서도호, 최정화, 정광호 등의 작품도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엄마와 할머니 손을 잡고 미술관을 간 윤서는 정말 신나 했습니다. 특히 원색적인 로버트 인디애나의 팝아트들과 아이의 눈에도 신기해 보이는 서도호의 집 시리즈는 와우, 와우 하면서 감탄을 하기도 했지요. 평소에 엄마와 미술관을 가면 엄마가 유모차 안에서 꼼짝을 못 하게 해서 사실 윤서에게 미술관은 그리 유쾌한 곳이 아니었는데, 이 곳에서는 자기도 걸어 다니며 작품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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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리 구경을 마친 다음에는 1층에 있는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습니다. 입장권을 보여주면 커피나 다양한 차 종류를 한 잔 무료로 마실 수 있지요. 멋진 중정으로 된 야외 마당에는 제가 좋아하는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팽이 모양의 Spun Chair 작품이 있는데 아이가 직접 타고 놀 수 있습니다. 잠깐이지만, 아이가 잠시 뛰어노는 사이 엄마에겐 달콤한 커피 브레이크를 주니, 이 소중한 시간도 절대 놓치지 마세요!


주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49-12 (문호리 779-5)
Tel 031-774-7460

운영시간
화~일요일 10:30~17:00
토, 공휴일 10:30~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과 설/추석 연휴

<큐레이터 작품 해설> 매주 화/수/금/토 오전 11시

관람요금
일반 15,000원 / 청소년 8,000원 / 어린이 6,000원 / 할인 10,000원





그 외 가볼만한 양평의 이 곳


문호리 사각 하늘 (일본식 스끼야키)


배우 이영애 씨의 집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마을 양평 문호리. 그곳에 실제로 이 여배우가 종종 가족들과 찾는다는 맛집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식 스끼야끼 전문점은 사각 하늘. 예약제로 소수의 손님만 받고 있기 때문에 최소 하루 전에 전화 예약을 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끼야끼 정식과 우동 정식 중에 메뉴를 미리 고르면 신선한 재료를 준비해줍니다. 아이들도 함께 갈 수는 있지만, 워낙 조용한 곳이고 또 테이블 위에서 불을 올려놓고 끓여주기 때문에 통제가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윤서는 진한 국물에 우동을 넣어 보글보글 끓여주니 맛있게 잘 먹고 나왔습니다.



서종 테라로사(카페)

http://www.terarosa.com/about_seojong.html


요즘 이 지역에서 가장 트렌디한 카페 단지입니다.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은 갓 볶은 커피 향으로 가득 차 있고, 또 직접 구워낸 빵을 맛볼 수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작은 단지 안을 둘러봐도 좋습니다. 백미당의 고소한 우유 아이스크림, 핀 율의 의자가 있는 가구 전문점, 아이와 엄마를 위한 순한 화장품 리아 네이처 등 빈 손으로 양평을 떠나기 아쉬웠다면 잠시 들러 구경하기 좋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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