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루 패턴은 간단하다. 아침 7시쯤 일어나 재택근무를 할 준비를 한다.
내 출근시간은 9시지만 엄마의 시간에 맞춰 일어나 준비를 한다. 엄마는 내가 혼자 집에서 일하고 점심을 챙겨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신다. 엄마의 출근 시간에 맞춰 모든 준비가 끝나면 8시 반쯤이 된다. 나는 좀 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9시가 되기 10분에서 5분 사이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출근을 한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 4시간. 정규직 회사를 그만둔 후 휴식을 취하다 구한 내 일자리다. 하루 4시간의 근무시간은 수입이 적은 대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준다.
근무가 끝나면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그다음은 글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볼일이 있으면 외출도 하고 피곤하거나 몸 상태가 나쁘면 휴식은 쭉 이어진다.
아직 글을 꾸준히 쓰진 못하고 방황 중인 게 문제라 최근 내 게으름을 탓하던 중 한통의 전화가 왔다.
전 직장 상사였던 분의 전화였다. 재택으로 저녁에 일할 사람을 찾는 전화였는데 아는 분의 요청으로 일할 사람을 연결시켜 주시려고 했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 저녁이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일을 해보겠다고 했다. 마침 그즈음 수입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기여서 아르바이트 제안이 더 솔깃했다.
오전에 일하고 낮에는 글을 쓰고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근무하면 굉장히 보람찬 하루가 될 거 같았다. 물론 수입도 늘어날 테고.
꽤 이상적인 미래의 하루를 그리며 시작했던 아르바이트는 딱 한 달만 채우고 관두었다.
일이 좀 어렵긴 했지만 사실 어려운 건 하다 보면 익숙해지니 큰 문제가 아니지만 내 체력이 문제였다. 저녁근무는 꽤 집중이 필요한 일이었고 내가 메인으로 하는 오전근무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다.
밤에 일이 끝나니 피곤해도 잠이 빨리 오지 않았고 다음날도 피곤한 하루가 반복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왜 회사를 그만뒀는지 떠올랐다.
밤늦게까지 하는 근무가 힘들었는데! 왜 다시 하고 있지?
그래도 돈을 생각하면 그만두기 아까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저녁 근무를 위해 낮에도 다른 걸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더는 질질 끌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 결정을 내리는데 마음에 걸린 건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약한 소리를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었다. 좀 더 열심히, 부지런하게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의 소리가 머릿속 한편에서 울렸다. 이 일이 아깝지 않냐고. 정확히는 돈이 아깝지 않냐고.
열심히 하지 않는 나를 향해 죄책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오랜 다닌 직장을 관뒀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가 수입이 적어지자 흐릿해진 것이다. 돈을 생각하니 나는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된 거 같고, 내가 글로 아직 돈을 못 버는 이유 역시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라는 생각으로 파고들었다.
위험했다. 모든 걸 자꾸 내 탓으로 몰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관두며 나는 이 죄책감의 꼬리를 끊고 다시 초심을 되새겨본다.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쓰지 못했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